비판적 사고력 - 인류 진보의 핵심적인 역할 비판적 사고력 시리즈
마르크 가스콘 지음, 에두아르드 알타리바 그림, 손성화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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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어린 나이에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문화차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시되던 많은 것들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많았고, 그것이 생각의 차이로 이어질 때면 과연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가 혼란스러워졌어요. 어디까지 수용하고 타협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논증하고 반박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죠. 그때 가장 필요했던 "힘"이 바로 비판적 사고력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 <비판적 사고력>의 저자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팀을 이끌면서 비판적 사고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글이 참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예요. 종종 비판적 사고력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죠. 비판적 사고에는 반드시 타당한 이유가 있고, 논증의 과정이 있으며, 거기서 도출되는 결과가 있어야 하니까요.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 <비판적 사고력>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인류의 진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사실 "비판"이라는 말의 어감 때문에 우리는 "비판적"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아요. 다행히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비판적 사고"라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중요하고 본질적인지 알아갈 수 있답니다. 아이들에게는 물론, 어른인 저에게도 유의미한 시간이 되었어요. 

이 책은 상당히 많은 양의 내용을 요약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읽으려면 엄마가 미리 읽고 관련 지식에 대한 공부를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비판적 사고"라는 책의 주제에 걸맞게 책의 내용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가치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편입니다.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말이죠. 예를 들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쓰나미"로 설명하면서도 본문의 내용은 상당히 열린 부분이 많은지라 아이가 왜 막을 수 있었는지(그리고 왜 막지 못했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식이에요. 엄마가 여기에 대한 배경지식을 보충해서 설명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이 책은 총 일곱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역사는 물론 경제, 과학, 환경, 인권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요. 아직은 많은 것을 이분법적이나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사고의 지평선을 넓혀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에요. 예를 들어 "환경 보호"라고 하면 자동차 배기 가스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주입식 교육의 폐해 중 하나겠죠) 이 책에서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와 플라스틱 폐기물 등 현안을 쉽게 설명하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습관이 그동안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생각해온 자동자 배기 가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니까요. 

세상에는 완벽하게 좋은 것도, 완벽하게 나쁜 것도 없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겐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같아요. 그런 이분법적 사고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교육의 폐해인지, 인간의 본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성장 과정에서 다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만 한다는 것이죠.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부터 고학년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학년 아이들은 글밥이 많은지라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요. 한 번에 다 읽지 않고 챕터별로 끊어 읽거나, 그것도 많다면 아예 한 토픽을 읽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만큼 오래 음미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탄탄한 내용이 담겨있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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