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호 아이 - 이수경 작가가 들려주는 용기와 희망의 동화
이수경 지음, 오상민 그림 / 명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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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가 읽은 글이나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을 학습하면서 어느새 우리는 내가 아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만 읽고 보게된 것 같아요. 각종 SNS의 피드는 물론이고 네이버 뉴스나 유튜브 메인 화면에서도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에 따라 선별된 콘텐츠만 보여주니까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유난히 요즘은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나와 조금만 달라도,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금방 날을 세우며 대립하곤 하죠. 세상은 넓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무한하게 많은데도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203호 아이>는 10세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에요. 

이수경 작가님이 쓴 열 한 편의 창작동화가 엮여진 이 책은 용인문화재단의 문화예술공모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발간된 책이라고 합니다. 읽어보니 정말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가 직접 밝혔던 이 책은 "잘 안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매일마다 쏟아지는 정보들로 인해 우리는 섣불리 "나는 알고 있다"라고 생각해요. 한 사건의 단면만을 보고 사건을 파악했다고 믿기도 하고, 어떤 사람의 행동 하나를 보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기도 하죠.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선입견으로 오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고시원에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아이, 지나가는 개에게 욕설을 하는 할아버지, 툭하면 엄마에게 거짓말을 해서 혼나는 아이... 이미 "이런 타입의 사람들"을 많이 봤다는 이유로 금방 눈살을 찌뿌리며 외면하게 되는 사람들 말이죠. 

이수경 작가님은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에서 풀어나갑니다.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문장이 참 매력적이에요. 게다가 글밥이 많은 책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대부분의 문장이 간결하고 짧아요. 한 줄에 한 문장 이상이 들어가지 않는지라 끊어읽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다 깊이가 있는 이야기인지라 금새 눈시울이 뜨거워져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제가 주책맞게 눈물이 나서 혼났네요. 그만큼 우리 주위에 있을법한 이야기, 우리가 겪었을 법한 이야기인지라 더욱 마음에 와닿는 것 같아요. 세상 이야기가 이 책처럼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책 속에서나마 주인공들이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죠.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런 보물과도 같은 배움과 성장을 안겨줄 거라 생각해요. 조금 달라보이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이상하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결국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아직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인지라 조금 더 큰 후에 다시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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