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우리 아이를 지켜 주세요 - 지혜로운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봐야 할 학교 폭력의 모든 것
최우성 지음 / 성안당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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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더글로리 피해자'로 알려진 표예림씨가 어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어휘가 오히려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배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글에서는 보다 넓은 독자층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를 선택했음에 양해를 구합니다)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당한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세상에 알리고자 큰 용기를 냈던 고인은, 어째서 스스로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제3자인 우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합니다. 때문에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는 것은 길고도 어려운 싸움일 것입니다. 이제 직접적인 피해자가 고인이 되었기에 그 과정이 더욱 험난해질지도 모릅니다. 도처에서 도사리고 있는 학교 폭력. 어른인 우리들은 이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 걸까요?


제목만 읽어도 그 첫 장을 못 넘길 것 같은 책입니다. <학교 폭력, 우리 아이를 지켜 주세요>는 15년 이상 학교 폭력 전담 장학사로서 활동하는 저자 최우성 선생님이 집필하신 "최신 학교 폭력 대응 가이드"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본문에도 묵직한 책의 무게가 사안의 중대성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학폭 심의 절차에 대한 이해를 다룹니다. 학교 선생님들께 특히 유용하고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만약의 경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 알아둘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극히 정제되고 감정을 배제한 문체로 기록되어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덜 하더라고요. 학교폭력이라는 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듣는 것만으로도 참 괴롭고 가슴아픈 일인데 말이에요.


이 책의 진가는 후반부에 실린 88문답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랜 시간 학교 폭력을 전담한 저자의 일문일답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정 폭력의 특수성이라던가, 정서적인 해결에 관한 문제, 오래 지난 사건을 다룰 수 있는 방법 등 일선에서 마주한 사람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상세한 사례들(실제 사례와 가상의 사례)이 소개되어 있어요. 또한 쉽게 장난으로 치부될 수 있는 행위들도 엄연한 학폭이 될 수 있으며 피해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길 수 있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하나하나 모두 - 아프고 괴롭지만 - 우리 모두가 잘 읽고, 듣고, 배우고, 기억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제 바람은 참 간단명료했습니다. "안 맞고 안 때리고 졸업하기". 이 이상 바라지 않는다고 말이죠.

책에는 아이와 함께 이야기할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장난으로라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지, 폭력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폭력인지 알아챌 수 있는지 등등...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마음이 참 무겁더라고요. 기본적인 사람의 존중과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아직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불신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가 하고요.


저자는 현재 걷잡을 수 없이 학폭이 늘어나는 것은 경계성 지능 장애가 의심되는 아이들의 증가와 코로나의 특수적인 상황, 그리고 분노 조절을 못하는 사회의 산물이라고 지적합니다. 뉴스의 사회면만 보더라도 하루가 멀다하고 분노 장애로 인한 사건사고들이 이어지는 걸 보면 납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암담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잠재적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더욱 깨어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내 아이만 당하지 않으면 돼'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주로 선생님들이 참고하실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문답 가운데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알아야 할 내용들도 많이 담겨있어 더욱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표예림 씨 일처럼 비극적인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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