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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공룡 이야기는 모두 틀렸다!
닉 크럼턴 지음, 개빈 스콧 그림, 김맑아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23년 9월
평점 :
아들이 가장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건 공룡이었어요. 많은 남자아이들처럼 말이죠.
온갖 공룡들의 이름을 외우고, 특징과 살던 곳, 시기를 외우며 공룡지식을 뽐내곤 했죠. 어떻게 그 많은 공룡을 하나하나 다 알아볼까 신기하기만 했답니다.
덕분에 다섯 살 무렵부터 집에는 온갖 종류의 공룡 책이 쌓여가기 시작했는데, 한때는 공룡 관련된 책만 큰 책장 두 줄을 가득 채우기도 했어요. 도감만 해도 20권이 되는 때가 있었죠. 마침 공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터라 눈만 깜짝하면 새로운 신간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제대로 된 이야기'보다는 '흥미 위주의 (지어낸) 이야기'가 많았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벨로키랍토르의 공격력 수치는 이렇고 디플로도쿠스의 파괴력은 저렇고 이런 식이죠. 여러 공룡을 알게 되는 건 참 좋은데 일반인인 제가 봐도 '이건 확실한 날조군' 할만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 손 번쩍 들고 환영할만한 책이 나왔어요!
바로 재미와 유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공룡 이야기는 모두 틀렸다>입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죠. 이 제목이 단순히 "어그로"가 아닌, 진짜 알짜배기 놀라운 사실들을 담았으니 더 놀라운 일이죠. 공룡에 관심있는 아이의 서재라면 꼭 한 권 꽂혀 있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어요.
안그래도 궁금했어요. 당장 '한국인'만 해도 평균치가 의미없을 정도로 다양한 키와 몸무게가 있는데 대부분의 공룡 책들이 티라노사우르스는 몇 미터, 스테고사우르스는 몇 미터 등 정말 단정적으로 정보를 나열해 놓거든요. 모든 뼈가 다 발견된 공룡이 그리 많지 않고, 그마저도 발견된 개체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 공룡도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의아했습니다. 가끔은 나타난 길이가 몸 길이인지, 높이인지도 기재되어있지 않았고요.
그래서 이 책의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집니다. 안그래도 이상하다 싶었던 부분, 진짜로 궁금했던 내용들을 시원하게 긁어주거든요. 덩치 큰 공룡들이 괴성을 질러가며 왕중왕전을 벌이는 걸 상상하는 아이들에게는 의외로 시시한(?) 현실일지 모르지만 말이죠. 아들이 가장 "충격받은" 부분은 공룡의 우는 소리에 대한 것이었는데, 성대는 화석으로 남지 않고 복구할 수도 없기에 공룡이 실제로 어떤 소리로 울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진화된 오늘날의 새들로 미루어볼 때 아마도 비슷하게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과학자들은 추측합니다.
수많은 공룡책들이 엄청나게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상상력(!)을 덧붙여 완성되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공룡 이야기는 모두 틀렸다>는 '현재 우리가 아는 것은 제한적이며,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이 책에 기록된 내용도 바뀔 수 있다'라는 중요한 전제에 기반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성있게 주제에 다가가 탐구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요. 차라리 슈퍼맨이나 태권브이같은 가상 이야기면 괜찮지만 공룡은 엄연히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생물이니 말이죠.
"쥐라기 공원" 시리즈가 세계적인 공룡 신드롬을 이끌었을지는 몰라도 공룡 역사 날조(?)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재미도 있고 내용도 유익한 이 책이 보다 널리 알려져 아이들이 '재미있는 상상 속 공룡'보다는 '진짜 존재했던 생생한 공룡'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알아요? 이 매력에 흠뻑 빠져 차세대 고생물학자들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