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은 평생직업, 인포프래너
송숙희 지음 / 다차원북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하자면, 이 책의 전반부를 읽을 때는 당장 책을 덮고 더이상 읽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가득했답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거북했거든요. 
저자인 송숙희 씨는 이미 이름만으로도 꽤나 알려진 분이고, 쉴 새 없이 출간을 하며 활발한 강의와 워크숍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에요. 스스로 "원조 인포프래너"라고 부르는 그녀는 16년차 "인포프래너"로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일하고, 원하는 대로 일상을 구성하며, 그러면서도 절대 부족하지 않게 (오히려 넘치게) 돈을 벌고 있는 "꿈의 1인 기업가"라고 합니다. 

책의 전반부를 읽으면서 걸렸던 것은 그녀가 너무도 쉽게, 말도 안되게 간단하게 엄청난 성공을 보장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주장을 살펴보면 결국 모든 것이 "인포프래너로서 인포프래너를 양성하는" 그녀의 직업에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랍니다. 그녀는 누구나 그동안 자신이 일한 것을 바탕으로 (혹은 새로운 관심 분야에서) 강의를 하고, 지식을 전하며 돈을 벌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마사지사를 "지친 에너지를 회복시켜 주는 리차저(Recharger)"라고, 비서를 "CEO 디자이너"라고, 영업사원을 "바이어도우미"라고 재정의하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있죠. 
문제는 이거에요. 우리가 뻔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럴싸하게 이름만 바꾸어 이것 저것 첨가하면 "새로운 전문분야"가 되는 것인지. 이미 십몇 년 넘게 다이어트 보조제로 쓰이던 가르니시아를 그럴싸하게 이름만 바꾸어 "이건 정말 혁명"이라 외치는 일반인들(과연?)의 후기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인스타그램 상술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더라고요(뭐 그래서 잘 팔리긴 합디다). 누구나 인포프래너로 성공할 수 있다? 누구나 전문가니까? 문득 비슷비슷한 이름을 가진 수많은 기관들이 유망한 직종이라며 몇십, 몇백 개의 근본을 모를 자격증을 선전하던 게 떠올랐어요(마지막으로 봤던 최고의 자격증은 "커피감별사자격증"인가 뭐 비슷한 거였던 것 같은데...).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나, 그냥 여기서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까지 했답니다. 저자의 논리가 결국 "모두가 인포프래너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야 내가 이 사업을 영위하고 돈을 벌고 계속 많은 인포프래너들을 키울 수 있다"일까봐요. 

서론이 길었는데,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책 중반에 들어서야 제 생각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포프래너가 되는 길을 선택했으면 하는 마음에(?) 책 초반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누구나"를 외쳤던 저자가, 중반에 들어서부터는 "그렇다고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를 꺼냈기 때문이죠.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진짜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자의 말처럼 "평생현역"이 보장되어 있는 일이다보니 평생현역으로 살 수 있을만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니 말이죠.



꼼꼼한 사업계획이 없어도 인포프래너의 길을 떠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갖춰야 할 단 하나, 절대 빠뜨려선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자신만의 특화된 능력이다.

당신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가? 
당신의 고객이 당신에게 해결해달라고 청하는 문제들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단숨에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인포프래너로 출발해도 된다. 
그런데 경험을 통해 솔루션을 만들던 단계와 
가치를 교환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의 솔루션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인포프래너로 출발할 당시의 솔루션은 
고객경험이라는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인포프래너가 상품으로 제시한 솔루션이 
과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가는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그 솔루션을 적용해보고,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창출했을 때 비로소 증명된다. 
그런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고객 만족도가 올라가고 
입소문도 기대할 수 있다. 
(167 페이지)


챕터가 넘어갈 수록 저자는 16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포프래너의 다양한 모습과, 그것들을 관통하는 핵심가치를 설명합니다. 인포프래너의 특성상 같은 분야에서 여러 성공사례가 나오기 어렵죠. 자신만의 분야가 있고 고유의 솔루션이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개인적이고, 집중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선택과 집중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사실 선택과 집중은 벌써 몇 년 째 생각하고 또 노력하는 부분이었는데, 저자의 따끔한 지적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또한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애초의 계획에서 벗어나 이것 저것 하게 되면, 결국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크게 공감했어요. 사소하게 보여도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들이는 에너지와 노력, 시간은 결국 보상받을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될 때가 대부분이니까요. 


신생사업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하고, 후회도 하고 아쉬움도 많았었는데 사업 전반적인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려고 합니다. 저처럼 쓸데없는 오해를 하지 않도록 꼭 끝까지 읽어보라고 해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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