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 괴짜 과학자들의 기상천외한 죽음 실험실
코디 캐시디 & 폴 도허티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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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든 죽기 마련이지만, 그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몇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시대와 지역, 문화에 따라 죽음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지만, 죽음을 가지고 농담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죠. 특히 대다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라면, "죽음"이란 주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정말 골때리는 책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원제는 And Then You're Dead. 직역하면 <그럼 당신은 죽습니다> 정도가될까요? 번역된 한글 제목보다는 원제가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잘 표현했단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어느 챕터를 읽는다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당신은 죽거든요!

이 책의 공동 저자인 고디 캐시디와 폴 도허티는 각각 편집자/작가와 과학자입니다. 이들은 놀랍게도 마흔 여섯 가지의 기상천외한 죽음에 대해 연구를 했는데, 대부분 일반인은 흉내는 커녕 시도조차 해보기 힘든 죽음이에요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방법이 다양해질 거라는 걱정은 고이 접어두셔도 될거에요). 운석과 충돌한다거나, 블랙홀로 뛰어든다거나, 우주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등 공상과학에서 나올 법한 상황을 현재 가능한 과학적 추론과 가설로 설명해보이는가 하면,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진 동전을 맞는다던가, 산 채로 땅 속에 묻힌다던가,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았을 때처럼 아주아주 드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하지는 않은(!) 상황에서의 죽음도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사실이 두 사람이 죽음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은 실감나는 것을 넘어 어떤 희열과 감탄마저 느껴지게 하는데요, 두 저자가 "세상에, 이런 죽음이라니, 이건 정말 어마어마하게 기발하잖아! 대박!" 하며 기쁘게(?) 써내려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몇 가지 죽음은 예전부터 궁금했던 내용이에요. 비행기에서 창문이 열리면 큰일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왜 큰일이고 창문이 열리면 모두가 속절없이 죽는건지, 살아남을 가능성은 아예 없는건지 궁금했었거든요. 또 왜 우주복을 입지 않고 달에 가면 안되는지, 운석이 떨어진다면 왜 머리에 맞기 한참 전에 이미 죽을 수 밖에 없는지 아주 상세하게 알 수 있답니다. 



좋은 소식은, 당신의 마지막 순간이 
아주 멋지게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구에서 보면 당신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으로,
어떤 별똥별보다 밝게 빛날 것이며 낮에도 보일 겁니다.
그리고 별똥별처럼, 적어도 처음에는
당신 몸의 그 어느 한 조각도 지구까지 내려오지는 못합니다. 
대신 이온화된 플라스마가 공중에 퍼지겠지요.
("우주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한다면?", 111 페이지)

저를 포함한 친정 식구들은 블랙 코미디를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 가족 중 누가 죽는다면 박제해서 안방에 전시해 놓을 거라고 농담을 하곤 해요. 누군가는 지나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죽음에 대해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꺼내는 순간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 저희 친정엄마가 제가 어렸을 때 (솔직히는 얼마 전까지도) 몇 번 궁금해하셨던 게 있어요. 만약 동화속에 등장하는 거인이 실제로 존재해서, 우리들을 잡아다가 거대한 믹서기에 넣고 주스를 만들어 먹으려 하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죠. 지금까지 나온 답변 중 가장 그럴싸한 건 "믹서기 중앙에 위치한 기둥을 꼭 붙잡는다"였는데,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저자들이 이 책의 속편을 낼 때를 대비해서 한 번 사연을 보내볼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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