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 - 하버드 청춘들의 꿈을 이루는 시간
쉬셴장 지음, 하정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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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으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있다면 바로 시간입니다. 부자든 그렇지 않든, 대통령이든 어린아이든 똑같이 하루 스물 네 시간으로 살고 있으니까 말이죠.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돈이 많아도, 노력해도 하루 스물 네 시간 이상의 시간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똑같이 스물 네 시간을 쓸 수 있기도 하죠. 


아이를 낳기 전에도 저는 기꺼이 "워커홀릭"이었습니다. 바쁘지 않으면 왠지 잘못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캘린더에 스케쥴이 빡빡하게 들어차있지 않으면 무능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있고 일주일에 사나흘은 밤샘 작업 정도 해줘야 "열심히 살고 있군"이라는 안도감(?)이 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거의 모든 것이 변했죠. 일하고 있지 않으면 뭔가 꾸준히 자기계발을 했던 저인데 아이를 키우면 스스로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으니까요. "이젠 난 엄마가 되었고, 이게 나의 새로운 삶이야"라고 인정하기 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는 우울증과 자포자기, 분노의 연속이었던 것 같고요. 

아들이 만 세 살이 되면서 슬슬 다시 일을 시작했고, 요즘엔 아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기까지 열심히 일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려니 시간에 쫓기며 살 수 밖에 없어요. 게다가 일정한 출퇴근이 있는 일도 아닌 창의적으로 작품을 쓰고, 콘텐츠를 계발하고 만드는 일이다 보니 아이를 재운 뒤에도 새벽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늘 잠이 부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책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재라 불리우는 하버드의 사람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그들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는지 알고 싶어 읽게 된 <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입니다.




시간관리의 비법은 생산력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시간을 잘 다루는 시간해결사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업무 중점을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모든 업무의 중점을 찾아낸 다음 구체적인 선택을 하면 된다. 
자신을 단속하고, 순조롭게 시간관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136 페이지)

사실 (저를 포함해서) 제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시간이 없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짜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지만 자신이 도무지 감당하지 못할 일까지 짊어지거나,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그냥 바쁘다고 말하는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정신없는 상태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사는 것이 멋지게 보일 수도 있고, 예전의 저처럼 취향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주위 사람들과의 평화와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그렇게 살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하루 24시간이라는 공평한 시간 중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얼마나 생산적으로 그 일을 해나갈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일하기 힘들다는 불평불만과 시간에 쫓겨 허덕이는 모습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결단과 선택, 집중을 통한 계획을 통해 삶의 밸런스를 맞춰나갈 것인지 역시 저 자신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느누구도 대신 결정해줄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저를 위해 살아줄 수 없는 것처럼,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이 책은 총 일곱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세 번째 파트인 "나만의 시간관리표를 만들자"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구체적이면서도 쉽게 응용할 수 있는 시간관리 비법들이 나와있어 당장 실행해보기 좋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시간관리 비법이라도 배우는 데 한참 걸리고 적용하는 데 연습이 필요하다면 과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싶어요. 부족한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또 시간을 내서 배워야 하고 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이건 뭐 책을 잘 읽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 그런 느낌? (시중에 이런 책들이 다수 나와있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굉장히 극적으로 생각하는지라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완벽주의를 버리라고 하면 매사에 설렁설렁 아무렇게나 사는 사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라고 하면 매사에 No를 외치며 얄밉게 구는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에 꺼리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살지않아도 충분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쓸 수 있고, 그렇게 쓸 때 비로소 내 삶의 키를 스스로 잡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쩌면 정신없이 살며 시간관리를 포기하는 것 역시,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고 싶지 않은 일종의 회피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오스트리아에서는 "'Everybody's Darling' ist 'Everybody's Deppat'!"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Deppat 은 빈 사투리로 "머저리", "바보"라는 뜻인데, 모두에게 사랑스러운 사람(Darling)은 모두의 머저리라는 것이죠.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 되라고 교육받은 저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20대 후반이 넘어가면서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모두에게 막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싫고 착하단 이미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끌려다니면 모두에게 머저리처럼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에요.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시간"에도 끌려다녀선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택하고, 집중하고, 결단한 뒤에는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성숙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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