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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 오늘의 세계문학 2
미셀 투르니에 지음, 신현숙 옮김 / 지학사(참고서) / 198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문학을 대할때면 부러운 생각이 들때가 있다. 어느새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잡은-그 시비는 뒤로하고-신화나, 역사체험이 보편성을 가진 채 작품 속에서 각종 메타포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리엔탈리즘이니, 옥시덴탈리즘이니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가치관이라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의미를 획득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근현대 이후 한번도 세계 역사의 주무대에 등장해보지 못한 변방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막연한 부러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할 만한 것이다.
다소 앞 사설이 길어졌지만, 투르니에의 마왕은 이러한 엄청난 '교양'을 작품 전반에 각종 메타포로 등장시킨다. 너무나 다양하여 처음 밑줄을 쳐가면 읽던 손짓을 지쳐서 멈추게 할 정도로 말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문학작품으로서 독자에게 읽히려는 의도 자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것은 구성상 주인공 티포쥬의 일기를 교차적으로 등장시켜 직접 주인공의 입을 빌리는 것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또한 이러한 것은 투르니에의 다른 작품 <방드르디...>에서는 다소 무리한 방식-로빈슨의 항해일지-을 통해서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부분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해지기도 한다. 베스트 셀러가 널뛰듯이 양산되는 우리의 독서계 현실에서 <마왕>같은 작품, <마왕>같은 작품을 쓰는 작가, <마왕>같은 작품에 상을 안겨주는 공통적 교양과 체험을 가진 곳이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