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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鄭家)가 떠난 밤>


 5.

 

 며칠 전에 나는 회사 일로 그 동네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건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을 떠났는데, 그것은 또 마침 찾던 집이 구해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런 기분으로는 그 동네에서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어 그렇게 서둘러서 떠나기로 결심을 했던 것이다.

 당시, 그 동네 사람들은 <정가(鄭家)의 일>은 다 잊고 있는 듯이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떠날 때는 차에다 짐을 실어주기도 했고, 배웅을 해주면서는 다시 놀러 오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주었으며, 가서 정리가 되고 또 시간이 나면 자신들을 초대도 해달라면서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기도 했던 것으로도 그런 것을 짐작을 해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그렇게 쉽게 잊힐 것은 아니었고, 때만 되며 문득 살아나는 무엇처럼 조그만 동네의 한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되기 마련이었기에, 그런 이야기를 두고 떠나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던 것이다.

 <내가 그 사건에 끼어있었다>


 <내가 가고 나서도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를 양념처럼 그 이야기에 섞어 넣을 것이다>

 <정가(鄭家)가 그날 밤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갔을 그 길을, 나는 이렇게 동네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가고 있다>


 <...>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 동네가 눈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편안함을 느꼈던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저 동네가 그동안 나에게서는 감옥 같은 곳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정가(鄭家)도 그런 구속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렇게 도주를 결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이 아닌 다음에야 이 세상의 어디든 그런 마음이 생길 것은 뻔했다.
 그러므로 그런 나의 생각은 어쩌면 억지 같은 것이었을지도 몰랐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 도로가 생겼다. 공단이 점점 커지면서 그 좁고 낡은 구(舊) 도로로는 더 이상 그 많은 이동 수단들을 다 소화해낼 수가 없었던지 고속도로 같은 넓은 길이 그 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생겨났고 그래서 공단에서는 더 이상 그 길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또 길은 길이어서 꼭 그 길을 고집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는 듯했고, 그 길로 가지 않으면 한참을 둘러가야 하는 곳도 있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들은 그 길을 계속해서 다니고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그러나 나는 새 길이 생긴 이후로는 그 길로 가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동네도 나의 기억에서 점점 옅어져만 갔고, 그 사건이며 그곳에서 살았던 때의 기억들도 잊듯 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인데,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나는 근 십여 년 만에 다시 그 동네 앞을 지나가게 되었으며, 그 길을 지나고 또 그 동네가 눈에 들어오자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이다.


 그 동네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듯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또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처럼 일견 평화롭기만 했던 것이 아늑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 동네를 덮으면서 내 눈에 떠오르던 정가(鄭家)의 얼굴을 보게 되자 나는 나도 모르게 급히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떠올랐던 그에 대한 의문들...

 <정가(鄭家)가 도주했던 밤, 나는 정말로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것일까?>

 <정말로 내 목숨은 그날 밤, 그 정가(鄭家)의 손에 달려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정말로 정가(鄭家)의 본심에서였을까?>


 <...>

 하지만 그것은 이제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같은 것으로 나에게 남겨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라도 그 정가(鄭家)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에게 꼭 물어보고 싶어졌다.


 <정(鄭) 형! 그날 밤 정말로 나를 죽일 작정으로 찾아왔던 거요?!>

 하고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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