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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 따뜻한 변화 에너지
박태현 지음 / 웅진윙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누구나 사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기를 원합니다. 여기에서의 더불어 살기는 단순한 몸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대 문명 속에서 그냥 그 시스템속에 몸만 맡기고 기계의 일부분처럼 소비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고 그 행복은 개인의 자아실현을 통해서 일어나며 그런 자아실현은 사회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그가 이런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행복하고 싶어합니다. 저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서 큰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이 필요합니다. 기꺼이 저의 도움을 받아줄 '타인'이 말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닐 때, 그런 타인은 없었습니다. 사실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을 크게 놓고 봤을 때 저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고 제가 하는 일은 제 상사들에 비해서 보잘 것이 없었죠. 그러면서 사소한 실수에도 때로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야 했고 많은 날들을 야근하면서 몸이 아파도 쉬지도 못하고 아프면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좋지 않은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즐겁게 시작한 직장생활이었지만 나중에는 너무 힘들고 아픈 기억들만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 <소통>을 읽으면서 자꾸 전 예전의 제 모습과 제 회사 생활에 대해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인간과 인간간의 소통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회사(상사)와 직원'간의 소통에 대해서 쓴 책이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살짝 실망을 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읽으면서 퍼니와 로티, 보이스, 익스퍼에게서 제 모습을 자꾸 보게 되니까 나중엔 감정 이입이 되서 그들이 브레멘에서 원하던 것을 찾지 못했을 때 함께 슬퍼하기도 하고 나중에 원래 자리로 돌아가 뜻을 이루게 된 걸 보고 나서는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사실 이들은 참 용감합니다. 저는 감히 퍼니처럼 "좋아. 우리의 문제가 비롯된 곳에서 다시 시작하자. 그곳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느 곳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어. 그리고 그곳에서 행복해 질 수 없다면 우리는 어느 곳에 가도 행복해 질 수 없어."(p131~132)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자유 직업으로 바꾼 지금에서도 그 때의 생각만 하면 여러 가지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아직 과거의 상처가 깊기에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을 직접 행동으로 옮긴 그들 모두를 존경합니다. 말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옮기긴 참 어려운 일이죠. 그들은 그런 용기가 있었기에 소통하려는 열정을 주인들에게 표현할 수 있었고 주인들 역시 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세상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소용없는 것이지만, 만약 그때에 제가 이들처럼 용기 있게 돌파해봤다면 오늘의 제 모습은, 제 기억은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어제 <소통>에 대한 서평을 적었다가 무언가 빠진 느낌에 지워버리고 또 한 번 이 책을 읽었습니다. 어제의 각성으로 제 기분이 살짝 나아졌기 때문이었을까요? 이번에는 저는 어떤 '주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저도 누군가의 상사가 될테지요. 또한 사회와 가정 등에서 다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있지요. 그들에게 저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 원래 제가 이 책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소통이라는 게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역시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마리의 동물들이 브레멘에서 다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 주인들은 그들을 다시 받아들여 줄 마음이 있었습니다.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의 차이는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하고 요구를 들어줄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나서 각각에 맞는 방식을 사용해야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가끔은 MBC 드라마 <하얀거탑>처럼 끝간 데를 모르는 권모술수가 난무하여 겉으로는 웃는 얼굴로 상대를 속이고 배신하는 곳이 직장이긴 합니다만...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섬에 가 닿고 싶어 합니다. 사랑하고 싶고 온전히 알고 이해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그 반대로 나 역시도 타인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해서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 하죠. <소통>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이들에게-이 책에 적힌 그대로, 이 책이 바라는 그대로-'따뜻한 변화 에너지'를 안겨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