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치 우먼 - 미래를 준비하는 2030 여자들의 똑똑한 선택
킴 기요사키 지음, 권성희 옮김 / 갤리온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 전 선입견
이 책의 저자인 킴 기요사키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써 일약 화제에 올랐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아내이다. 누가 누구의 아내다, 남편이다, 동생이다 하는 것이 꼭 그 누군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로버트 기요사키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킴 기요사키라는 당당한 사람의 저자로 보이기보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아내'로 더 많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남편의 유명세에 힘입어 대략 '팔릴 만한' 책을 공략적으로 내놓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리치 우먼>이라는 제목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읽은 후의 감상...아쉬움
일단, 그녀가 누구인지를 떠나서 이 책에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진 못하겠다. 이 책을 두르고 있는 분홍색 띠에 적힌 카피는 이렇다. '어떤 재테크서보다 더 쉽고 재미있는, 여자들만을 위한 경제지침서'라고. 그렇지만 난 별로 '재밌지' 않았다. 왜냐하면 생판 모르는 남에게-그녀가 기요사키의 부인이라고 해도-재정적으로 독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 한 권을 읽는 데 드는 시간만큼 온전히 '가르침'을 받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으니까.
만약 그녀가 엄청나게 뛰어난 기술을 알려준다거나, 당장 투자하지 않고는 못 배길 미칠 만한 사안을 가지고 왔다면 그녀의 이런 가르침들이 내 마음을 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그저 그런 재테크 서적과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특히 어떤 면에서는 기존의 서적보다 미흡한 부분들이 많았다.
'여자'들의 재테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는 작년에 보았던 <여자 경제학>과 비슷한데, <여자 경제학>은 남성이 썼으나 여자들이 지금처럼 남에게 의존하면서 살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느끼게 하는 면에서 아주 효과적인 힘을 가진 책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한국인이 썼기 때문에 '이혼녀와 그녀의 미혼 자녀 1인을 합치면 울산시 인구가 나온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 같은 게 더 와 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경각심 부분을 '당신이 리치 우먼이 되어야 하는 결정적 근거들'에서만 대략 언급한 후 친구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려 놓아 버렸다. 또한 <여자 경제학>의 경우 앞으로의 전망과 구체적인 재테크 방법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책은 '마음을 먹고 시작'까지의 과정만 담겨 있다. '투자 목록'은 나와 있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공부하라'는 말로 대신해 버린다. 혹시 킴도 <리치 우먼2 - 구체적인 투자법>을 쓸 생각인가?
하지만 이 책이 내게 감명을 주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어떻게 나락에서 부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부실하다는 점에 있다. '잠 잘 곳조차 없어 낡아 빠진 도요타 셀리카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남편과 서로를 비난하기도 하고 긍지도 없어지고 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빚쟁이들에게 늦더라도 꼭 돈을 갚겠다고 하면서 3개의 계좌에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빚을 갚고 나중엔 투자를 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이야기'가 되지 않으면 공감을 얻지 못한다. '예전엔 힘들었어. 하지만 어쨌거나 성공했어(중간에 몇 번은 실패하기도 했지만...)'와 다를 게 없다. 지식으로 그 사람에게 가르칠 수도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슈퍼개미 박성득의 주식투자교과서> 같은 경우는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모았는지, 어떤 자세로 사업과 투자에 임했는지, 중간에 여러 번 실패를 했었지만 결국에는 성공했는지에 대해 구구절절하고 진솔하게 적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은 주식투자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절실하게, 이 세상의 여자들에게 자신이 삶에서 느낀 진실이나 교훈을 알려주고 싶었다면 킴은 좀더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단 몇 줄로 그 어려운 과거의 이야기를 대충 말해 버릴 것이 아니라 얼마나 힘들었고 어떤 생각을 가졌었는지-그 사이에는 또 어떤 일도 있었는지 그럴 때 자신은 어떤 기분이 들었었는지를 구체적인 이야기로 적어낼 용기가 있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그녀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내면서, 그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 '힘'을 가지게 됐을 텐데...(하지만 킴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군. "난 '수기'가 아닌 재테크 서적을 쓰려고 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남은 장점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부를 계산하는 법(목표 정하기)'이 그것이다. 우리는 흔히 목표를 정하라고 하면 막연하게 '10억' 혹은 '부자'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어떻게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질 것인지 그 목표를 정하는 아주 똑똑한 방법을 알려준다.
(저축 등 현금성 자산 + 일하지 않아도 매달 들어오는 수입)
--------------------------------------------------------------------------------- = 현재의 부
한 달 생활비
내가 직장을 가지지 않거나 갖더라도 크게 얽매이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면 먼저 공식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부를 평가해 본다. 그리고 나서 투자에서 내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현금이 나오도록 만들면 된다. 물론 '어떻게' 가 어려운 건데, 앞에서 말했듯이 그건 이 책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는 않다. 각자가 공부해야 할 몫이다.
또한 이 책은 '자본이익'과 '현금흐름'을 설명하여 재테크를 잘 모르는 여성들에게 좀더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게 한다. 자본이익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고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고 현금흐름은 부동산을 월세놓거나 주식 배당을 받거나 하여 말 그대로 현금이 정기적으로 흘러 들어오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자본이익을 보는 방식이 많은 편인데, 이 책에서는 현금흐름쪽에 더 방점을 찍는다. 아무래도 현금이 정기적으로 계속 들어와야 경제적으로 편하게 자유로워지는 거니까.
킴의 여러 친구들을 예로 들어 각 상황에 맞게 쉽게 설명되어 있는 점 또한 이 책이 지닌 장점이다. 아직 많은 재테크 서적을 읽지 않았거나 아직도 투자나 재테크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이시라면 그 친구들 중 하나에서-혹은 복합적으로-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그녀들의 변명에서 나의 변명으로 보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하다. 아직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킴은 말한다. '투자란 한번에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이라고. 우리 함께 한 걸음을 내딛어 보자.
첫 투자 이후에도 난 투자할 때 두려움을 느꼈다. 한번은 울면서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한 적도 있었다. 그 때 그 부동산은 파산 직전이었다. 난 큰 도박을 하는 것 같았지만 그 계약도 역시 해냈다. 난 새로운 투자를 할 때마다 조금씩 더 많이 배워 나갔다. 그리고 지식을 쌓아갈수록 조금씩 더 똑똑해졌다. 투자란 한번에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이다.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