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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만나다
김형민 지음 / 집사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은 하늘이 푸르다. 맑은 햇살에 구름까지 살짝 띄워져 있는 푸른 하늘. 마음이 상쾌해 진다. 예쁘다.
어제는 하루 종일 어두웠다. 언제라도 올 비라는 느낌이 드는 날씨. 덕분에 내내 우산을 챙겨 다녔고 공기 중엔 더위만큼이나 질리게 하는 비 오기 전의 습기가 있었다. 그러다 저녁 때 미친 듯이 퍼부어대는 비. 어찌나 세차던지 우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전철역까지 십분도 안 되는 길을 걸은 대가로 바지 다리가 옴팡 젖은 채로 다녀야 했다.
그렇게 비가 오지 않았다면, 오늘의 이 맑은 하늘이 내 앞에 펼쳐질까? '비'만 봤을 때는 고생스럽고 슬프지만 그 뒤에 따라올 푸른 하늘을 기억한다면 이 비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을 것도 같은데...?
<삶을 만나다>는 말 그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PD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에 담았다. 이들의 삶을 보면서 비와 푸른 하늘을 생각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비에 가깝다. 푸른 하늘을 만나기도 전에 거센 비에 져 버린 꽃잎 같다고 해야 할까? 착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어렵고 힘들게 산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유니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사람도 있고 뜻밖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전어 부부, 취객들에게 폭행 당해 다 죽어갔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조선족 고원섭 씨 등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처절한 슬픔을 가진 삶마저도 끝내 비만 내렸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어 우리에게 왔기에, 우리의 눈물을 통해 또 다른 사람에게 '햇살 좋은 날'을 만들 수 있는 보탬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워낙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아 많이 울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울었던 이야기는 죽은 소방대원과 주변의 이야기를 그린 '바보들의 난 자리'였다. 죽은 소방대원들의 영안실에서 자기 목숨 내놓고 남 살리면 뭐하냐, 바보다, 라고 말한 동료 소방대원. 그래놓고 그들의 '난 자리'를 채우기 위해 비번임에도 서에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생생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참을 울어 버렸다.
표지도 단순하고, 구성도 단순한 책이었지만 이처럼 오늘을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삶에는 힘이 있었다.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삶을 찍어내고 쓴 작가가 맘에 들었다. 한 2~3년쯤 후에 저자의 <삶을 만나다2>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