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월터 블록 지음, 이선희 옮김 / 지상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은 <정자 전쟁>과 더불어, 그간 꽉 막혀 있던 나의 생각들을 강하게 뒤흔들어 주었다. 두 책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책 다 나에게 지금까지의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 반드시 그래야만,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아야만 한다는 것들이 실은 그를 수도 있고 반드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깨달음-충격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그렇게 고지식하거나 보수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냥 사회의 평균적인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얼마나 편협한 사고방식을 하고 있었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은 우리가 흔히 욕하는 '사회악'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옹호하는 책이다. 마약중독자, 포주, 화폐위조범,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자, 남성우월주의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만원 극장에서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 등 큰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부터 동네 작은 악당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사람들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어떤 부류는 그들이 미치는 영향이 작아서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또 어떤 부류는 누구에게 물어도 옹호될 거리가 없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이들을 옹호한다는 건지 의아하기도 했다.
그들의 대표적인 예가 '마약중독자'와 '마약밀매상'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돌을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피해라는 건, 그들이 마약을 팔거나 사서 생기는 것이라 마약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매매행위를 금지시키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들을 내버려 두면 마약밀매상이 많아지면서 경쟁을 통해 질 좋은 마약을 싸게 팔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약을 사는 돈을 마약중독자들이 충당하기 위해 매춘, 강도, 도둑질 등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규제 때문에 마약값이 올라가고 그래서 일정한 직업이 없는 마약중독자들이 그 돈을 모으기 위해서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을 사회악으로 만드는 것은 이들 자신이 가진 파괴적인 힘이 아니라 '사회'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처음엔 억지 같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한 때 '대마초 마약 논란'이 있었다. 그 때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여러 가지에 대한 근거가 있었지만 그걸 떠나서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제하지 말자고 한 근거 중의 하나가, 한 번 마약을 피운 사람으로 낙인 찍힌 사람이 사회에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대마초는 실제로 다른 마약이나 담배보다도 피해가 적은데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마약 사범으로 감옥에 들어가면 더 센 마약을 피우는 사람들과 함께 수감되어 생활하다가 결국 사회에 나오면 그 더 센 마약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이나 그 주장들의 옳고 그름을 가를 생각은 없다. 지금 나는 그것들을 논리적으로 따져서 '정답'을 얻길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들이 있으며 '절대적인' 것보다는 '상대적인'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이 참으로 기쁘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생각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나의 옹졸함과 편협함을 깨닫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조금씩 넓어져 가는 나의 세계, 나의 사람들...
새로운 생각을 만나 자신을 깨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