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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스와 제이미 올리버의 맛있게 사는 이야기
줄스 올리버 지음, 서영조 옮김 / 즐거운상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안녕, 줄스 언니? 언니가 쓴 <줄스와 제이미 올리버의 맛있게 사는 이야기> 잘 읽었어. 너무 재밌게 읽어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언니지만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렇게 편하게 편지를 써 본다. 참, 언니라고 불러도 괜찮겠지? 언니가 나보다 2살 많아서 편하게 언니라고 부르려고.
처음 이 책을 서점에 봤을 때 무척 특별한 느낌이었어. 4명의 가족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가운데에 박힌, 분홍 장미 꽃무늬가 찍힌 표지. 제목은 그냥 가벼운 느낌, 그러나 양장본. 사실 한국에 살고 있고 요리에 관심도 없는 내가 제이미 올리버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길래 이렇게 멋들어진 책을 낸 것일까? 너무 궁금해서 보고 싶더라.
이 책을 보면서 난 종종 깜짝 놀랐어. 언니 너무 친절한 거 아냐? 나라면 창피해서 절대로 입밖에 내지 못할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어쩌면 그렇게 술술 다 써 놨는지! 하지만 그 덕분에 내가 육아와 출산에 대해서 갖고 있던 두려움이 없어지는 기분이었어. 아이를 갖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나눈 이야기나, 골반 운동을 안 해서 요실금이 있다는 이야기, 특히 데이지를 낳을 때 힘 주다 침대에 똥 누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압권이었어. 학교 다닐 때 - 가정 시간에 배운 거밖에는 지식이 별로 없을 때 - 우리도 친구들끼리 둘러 앉아서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가끔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내가 말한 것 같지는 않지만 분명 누군가가 "애 낳다가 똥 싸면 어떡해?"라고 말한 적이 있거든.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살짝 두렵기도 하지만 오히려 우리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확인을 하고 나니까 맘이 편해지네. 여하튼 나라면 육아일기에 절대 그런 말은 못 쓸 것 같아.
이렇게 솔직하고 다정다감한 언니라서 포피와 데이지를 낳기까지 어려운 일이 많긴 했지만,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결혼 생활에 대해서 기대감도 있지만 불안감도 많아. 한국 남자들은 결혼하면 연애할 때랑 달리 권위적이 되버리는 것 같아. 일도 너무 많고 바쁘기도 하고, 조선시대 이후로 우리를 지배한 유교 가치관 덕에 육아와 가사는 온전히 여자일이라고 생각하고 맞벌이하면 그냥 좀 도와주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도 같고...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언니를 위해서 요리를 만들어 주고 잠시나마 언니가 쉴 수 있게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장을 봐 와주고 하는 남편이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해. 하지만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언니 역시 나름대로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서 묵묵히 뒷바라지했잖아? 새로운 레스토랑을 차리느라 남편이 바쁘게 다니는 동안 혼자서 유산의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어쩌면 그래서 두 사람이 더 이렇게 '맛있게' 살 수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이 얘긴 누군 좋고 누군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부부라는 거, 가족이라는 거 '팀 플레이'잖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어떤 부분은 바꾸거나 바꿔주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는 얘기야. 언니를 보고 있으니까 나도 결혼이 하고 싶어지네. 막 행복한 꿈을 꾸게 되는 걸?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언니에게 배운 것처럼 누군가를 위해서 먼저 온전히 나를 내어놓을 수 있어야겠지만 말야.
그렇게 언니의 책을 읽으며 언니랑 함께 울고 웃었어. 그러다보니 언니에 대해서 책에 쓰여 있는 것 이상이 궁금해 져서 인터넷을 좀 찾아보았어. 그러다 언니와 포피, 데이지의 요즘 사진을 봤어. 그새 많이들 컸더라. 하긴 이 책의 내용은 포피와 데이지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까지의 내용만 담고 있어서 그 이후에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나와있지 않지. 나중에 아이들이 어느 정도 더 크면 이 책의 후속편을 써 주지 않을래? 이 책은 나중에 내가 결혼하고 출산할 때까지 잘 이용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다음에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하면 언니의 그 이후 이야기가 필요할테니까. 다음 책 역시 언니의 진솔하고 유익한 육아 체험서가 될 것 같아. 가족의 소중함과 바람직한 부부 모습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언니, 멀리 한국에서 언니의 두 번째 책을 무진장 기대하고 있어. 그리고 이 책은 주변의 예비 부부와 신혼 부부, 갓 아기를 낳은 부부 친구들에게도 권해 줄게. 정말 꼭 한 번 읽어 보고 함께 느껴 보아야 할 것 같아.
200.3.14
추신 : 언니 책 뒷 부분의 요리는 써 먹기 어려울 것 같아. 한국에서 해 먹지 않는 방식도 있고 구하기 어려운 재료도 있고 그렇네. 그래도 부부 금슬을 높이는 '닭고기 캐서롤'은 꼭 해 먹어 보고 싶어~^^ 마지막 부분에 친절하게 본문에 나온 요리법까지 넣어주는 언니의 센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