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밥
토드 홉킨스 외 지음, 신윤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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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지침 :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나는 내가 지쳐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얼마나 지쳐 있는 지는 미쳐 알지 못했다. 대개의 날들, 나는 늘 피곤하고 일이 많았으며 무언가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남아 있는 기분을 지니고 있기에 지금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청소부 밥>을 읽으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내게 정말 재충전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근데,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우습게도, 이 책을 두 번이나 다시 읽었지만 머릿속과 마음속이 따로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평소에 내가 이런 류의 자기 계발서를 읽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이나 감동이 거의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 지침 :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내가 정말로 피곤하고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자 의외로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나를 '넌 게을러'라고 몰아부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게으르다고 할 지라도 지금은 쉬어야 할 때라는 것을 인정하자 눈앞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내가 지금의 상황을 버거워하고 있다는 점은 여기 저기서 나타나고 있었다. 취미 생활이던 영화 감상이나 연극 관람도 거의 접은 상태고 가족들이나 학생들에게도 짜증이나 화를 잘 내고 있다. 물론 매 상황에 맞는 이유-타당하다고 생각하는-는 있다. 하지만 그 이유들은 사실 나의 삶을 방해하고 있는 직간접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없애려면 진작 없앴어야 했는데 나는 핑계를 대면서 미루고 있거나 피하고 있었고 그것은 결국 내 능력 범위를 벗어나 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어느 새 내 삶의 일과 사람들이 무거운 짐처럼 나를 누르고 있었다.

 

세 번째 지침 :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이젠 좀 버리고 가볍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이제는 좀 여유를 갖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버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 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가족들, 내 일들, 학생들, 친구들, 취미 생활, 꿈... 그 어느 것도 사실은 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 느리게 가거나 빠르게 가는 것을 결정할 수 있을 뿐-때로는 그것마저도 정해져 있긴 하지만-어느 것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들을 짐짝처럼 버리려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또 힘든 날이 되면 그것을 잊어 버리고 다시금 짐짝으로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소중한 것, 지켜야 하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행복해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이렇게 행복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런 작은 행복들을 기억하며 살 수 있기를 하늘에 계신 분께 말씀드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내가 버려야 하는 것은 '내 욕심'이었다는 것을...

 

다섯 번째 지침 :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나는 지금껏 내 욕심을 위해서 시간을 쓰고 있었다. 나름대로는 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남에게 좋은 것이 모두 내게 좋은 것은 아니며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삶의 지침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늘 삶에는 내가 예상?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해 넣고 있지 않았다는 점도 오늘 내가 이렇게 파김치가 되어 버린 이유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은 뒤로 미뤄 놓은 채 내가 해야 하는 것들, 해야할 것들에만 바라보면서 그것들이 다 되면 그 때 내가 원하는 걸 할 얻을 수 있으리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한 때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낭비한 시간을 보상하는 일이라고 믿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소비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내가 아직 삶에서 배우지 못한 방식이기도 했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가야하는 목표와 관련된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지금 내 삶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처럼 이것들은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들을 내 마음대로 되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아이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꿈꾸고 그쪽에 초점을 맞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지침 : 배운 것을 전달하라
여섯 번째 지침 :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쓴다. 아직 다 깨닫지는 못하였지만 재충전이 이루어지면 다시 수정할 지라도 오늘은, 오늘 배운 것만큼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혹시 나처럼 오늘이 너무 고되다고 느끼며 허덕허덕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행복해지는 길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완전히 방전되어 버린 충전지는 다시 충전하는 데 더욱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가...

 곧 나를 힘들게 했던 일 하나는 해결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근원적인 해결은 역시 내 스스로 해야만 한다. 나의 욕심을 버리는 일. 진짜 소중한 것을 찾아 추구하는 일. 잘 할 수 있을까...? 조금은 두렵지만, 그럴 때 다시 <청소부 밥>을 꺼내 읽으려고 한다. 언제나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밥 아저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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