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홍대선 지음 / 푸른숲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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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니던 시절 나는 곧잘 도서관에 앉아 -읽기 힘들고 이해하기도 힘든 지루한- 철학서를 붙들고 있곤 했다. 평생에 걸쳐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그 '불안'이 고개를 다시 들기 시작하고, 밤하늘을 한없이 보는 걸로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면 으레 그래왔듯 철학책을 집어 들었던 것이다.


   헌데 철학서를 파고든다고 해서 나의 불안이, 실존에 대한 의문이, 혹은 삶을 계속 영위해야 할 당위성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되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염세주의나 허무주의가 짙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철학자들의 사유는 내게 냉정하게 다가오곤 했다. 그럼에도 '부어라, 마셔라, 그럼 잊히리라!'라고 말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휩쓸리는 것보다 차라리 철학서를 읽고 있는 것이 내게는 더 큰 위안이었다.


   최근 일주일 동안 틈틈이 붙잡고 있었던 철학서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를 읽었던 이유도 책의 처음과 끝에 실린,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에서 나와 비슷한 면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저는 제 자신을 치유하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고민과 혼란 속에서 헤매다 보니 어느새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도망치려 해도 피할 수 없으니 질문에 똑바로 마주 설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읽고 쓰다 보니 자연스레 집필이 시작되었습니다.


[본서 5~6쪽]



   이 책의 표지 제목에서 연한 노란색 글자인 '휘둘리지 않는'을 빼고 파랗고 진한 글자만 읽어 보면 '어떻게 개인이 되는가'라는 제목이 된다. 이 진한 글자들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주체적으로 '개인'이 되어나간 6인의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그들의 사상이나 철학만을 나열한 내용이 아닌, 그들이 각자 자신의 삶에서 철학을 건져낸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렇게나 센세이셔널한 철학 명제로 당대의 세상을 발칵 뒤집고,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위대한 철학자들은 평생을 병약했거나,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생활고에 시달린다든지, 혹은 부모의 그늘 아래서 자신의 철학 연구를 계속 해나가야 하는 시련과 싸우며 성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점차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어갔다.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 6인의 철학자들의 삶에 대해 -최대한- 짧게 얘기해 보겠다.


   의심하는 어린이이자 늦잠의 황제인 데카르트(1596~1650)는 이 불확실하고도 의심스러운 세계에서 '방법론적 회의'를 통해 아무리 의심하고 또 의심해도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진리를 얻어냈다. '나'를 발견한 것이다. 이 진리를 통해 데카르트는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이자 대륙 합리론의 아버지가 되었다.


   랍비 꿈나무로 키워지던 머리 좋은 스피노자(1632~1677)는 데카르트의 철학서들을 읽은 뒤 자신의 철학적 진리를 더욱 발전시켰고 그 결과 본인이 나고 자란 유대 사회로부터 파문과 추방까지 당했다. 그는 추방된 후 렌즈 세공 기술로 고되지만 정직한 밥벌이를 하며 자신의 철학적 소신을 끝까지 지켰다. 스피노자는 <신학 정치 논고>에서 '신 즉 자연'이라는, 무신론적 범신론을 제기했고 <에티카>에서는 '시민사회', 즉 자유롭고 이기적인 '개인'을 주장했다. 한마디로 스피노자는 인간에게 욕망을 사랑할 자유와 이기적일 권리를 부여한 최초의 인물인 것이다.


   원칙주의자 칸트(1724~1804)는 생활고 속에서 오랜 기간 가정교사와 시간강사, 도서관 사서를 거쳐 철학과 정교수에 이른 후에야 그 유명한 <순수이성비판>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칸트는 스피노자가 확립한 '개인'에 '선의지'를 바탕으로 한 확고한 '도덕성'을 추가했다.


   대기만성형 철학자인 헤겔(1770~1831)은 설교사가 되길 원하시는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가난한 가정교사 생활을 하며 철학의 길을 버텨내다, 서른이 넘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제대로 철학을 하기 시작했다. 헤겔은 개인과 세계의 근원적 분열을 주장한, 일명 '칸트의 난제'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한 피히테의 주관적 관념론과 -자신의 대학 동기인- 셸링의 객관적 관념론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절대적 관념론을 주장했다. 정반합의 변증법을 인식의 단계뿐만 아니라 존재에 관한 논리에도 적용시킨 헤겔은 이를 역사에도 적용시키며 '절대정신'과 '세계정신'이란 개념 또한 제기했다. 헤겔은 개인은 각자의 삶을 살지만 역사에 영향을 끼치고 거꾸로 역사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쇼펜하우어(1788~1860)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늘 아래서 우울하게 성장했다. 가업을 이어받길 원한 아버지의 소원을 저버리는 바람에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자책과,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유럽에서 문학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어머니의 후광 아래 '그늘'에서 말이다. 더구나 시대정신이 인류를 발전으로 이끈다는 헤겔의 희망적인 철학에 열광하고 있던 당대 유럽은 -그들 기준으로- 비관적으로 내비치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쇼펜하우어가 50대가 될 때까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플라톤과 칸트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에게 있어 세계는 맹목적인 생존의지와 표상으로서 다가오며, 충족될 수 없는 '의지(=욕망)'로 인해 생은 고통과 비극이라는 거다. 헤겔과 대립되는 철학을 가진 쇼펜하우어는 헤겔을 무척 싫어했으며, 눈을 감을 때까지 염세주의자였다.





   본서의 마지막 철학자인 니체(1844~1900)는 대학생 때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 난 후 철학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당시 유럽 문헌학의 미래로 불리며 전도유망했던 그가 말이다.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와 사투하던 니체는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뇌혈관 지병이 있었고, 두통과 안통으로 평생 고통을 당하다 못해 결국 정신질환까지 발병해 요절했다. 니체의 철학서는 문학적이면서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망치를 들고 모든 전통적인 가치를 깨부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서양 문명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형이상학적 이원론을 파괴하고자 했고, 소크라테스로 상징되는 서구 정신 사상이 이원론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 동안 놓친 진실, 즉 '인간성 회복'의 복원을 주창했다. 니체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에 입각한 도덕관념도 허구라며 부정했고 '해석으로서의 도덕'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한 니체는 이 세계는 '힘에의 의지'라는 욕망에 의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그 세계에 신이 설 자리 따윈 없다고 보았다. 신도 도덕도 잃은 인간에게 남은 건 바로 '나 자신'이며, 인간 개인에게 주어진 과제는 '위버멘쉬', 바로 '초인'이 되는 것이다.


   휴우, 최대한 짧게 늘어놓는다고 노력한 게 이만큼이다. 뭐 어쩔 수 없다. 철학은 언어가 주가 되는 학문이니까. 거기다 나 역시 사람인지라, 읽으면서 더욱 매료되었던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길게 적을 수밖에 없었다(하하핫).


   오래전 여러 번 만났었던 -하지만 거의 잊어가고 있었던- 6명의 철학자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면서 나는 새삼 깨달았다. 휘둘리지 않는 개인은, 삶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철학에서부터 기반한다는 걸 말이다.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내 생각'을 가지기란 위 6명의 철학자만 보아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 것 같다. 스피노자는 유대 사회에서 파문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켜냈고, 쇼펜하우어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자신의 철학을 누가 뭐라 하든 포기하지 않고 평생 지켜나갔다.

   이 위대한 철학자들 또한 삶이 부여하는 시험에 시시때때로 흔들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투쟁하며 본인의 사유와 철학을 다듬어나갔다. 그리고 그 사유들은 그들 스스로의 정신적 뿌리가 되고, 인류의 정신적 뿌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비난이 더러 쏟아지기도 했으나, 이 철학자들은 망설임 없이 사람들의 몰이해와 무시, 고독이 가득한 삶 속으로 멈추지 않고 걸어들어갔다. 스피노자가 그랬던 것처럼, '내 생각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의심스러운 이 세계에서 우리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각기 다른 불완전한 삶을 살아간다. 그중 어떤 이들은 과거의 잘못을 계속 답습하며 자기 기만에 빠진 채 살아가는 것도 모자라 본인의 잘못된 세계관을 남에게 피력하거나 강요하며 살아가는데, 의외로 이런 인간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멀리서 찾을 일 없이 내 형제 중 한 명도 무척이나 그런 편이다). 이런 인간들에 둘러싸여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기란 자존감이 바람 앞의 촛불 마냥 몹시 유약한 이들에겐 엄청난 숙제이자 삶을 관통하는 고민이 된다.

   이런 불완전한 '나'가 도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으려면, 그리고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려면 위에 한 번 언급했다시피 '내 생각'이 필요하다. 내 생각을 가지려면 의지,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언급했던 '의지'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의미의 의지 또한 필요하다.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로 매일매일 발전하는 '나'라는 개인은 곧 헤겔이 말한 '빌둥 Bildung'에 해당할 것이다.


   비극과도 같은 이 최악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불완전한 개인일지라도, 개개인은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갈 의무가 있다고 나는 본다. 그 의무를 위해 나처럼 이렇게 철학서를 읽든, 매일 밤 '부어라, 마셔라!'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삶 속에 주어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흔들리지 않는 철학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스피노자는 삶 자체를 향유하라고 한다.

지금 즐겁다면 만족하고, 불편하면 다른 걸 하면 된다.

철학을 하는 목적도 어디까지나 삶을 위해서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사는 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본서 136쪽]



   내 삶을 위한 철학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렇게 재미있는 책도 만났다. 철학서의 문체가 편안한 구어체처럼 느껴지긴 처음이다. 저자의 필력이 매력적이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 그의 팟캐스트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한 번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철학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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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소녀 Wow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도나 조 나폴리 글,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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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도서관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기뻤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건 마치 모래사장을 거닐다 우연히 용연향을 발견한 것과도 같았어요. 그날도 저는 도서관 구석구석을 탐험하다가, 생각지도 않게 귀중한 보물을 발견했답니다. 그 보물은 바로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 이 보물을 발견했던 그날은 종일 가슴이 두근거려 어쩔 줄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 후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을 찾아보며 그의 탁월한 그림 세계에 퐁당 빠져들어 지금까지 헤엄치고 있답니다.


   데이비드 위즈너가 처음으로 만든 그래픽 노블이 나왔는데, 어떻게 제가 안 읽어볼 수 있을까요? 도나 조 나폴리가 쓰고 데이비드 위즈너가 그린 그래픽 노블 <인어 소녀 Fish Girl>는 몹시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인어 소녀>는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는 파랗고 거친 바다로부터 시작합니다. 거친 바다에서 점점 파도가 잔잔해지고 드문드문 땅이 보이기 시작하는 연안으로 시점이 옮겨오다, 어느 한 해변에 다다르는데요. 그곳엔 인어 소녀가 살고 있는 '오션 원더스'라는 아쿠아리움이 있었답니다. 높이가 3층인 이 아쿠아리움에는 모래와 자갈, 산호초, 조개, 그리고 예쁜 침대와 원피스 등 바닷속 풍경과 인간의 물건이 한데 뒤섞여 이질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광경을 자아내고 있는데요. 그 안에는 깊은 바닷속에 사는 진귀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 물고기들 사이에, 스스로를 바다의 왕 '넵튠'이라고 소개하며 웅변하고 있는 누군가를 따라 하는 인어 소녀가 보이네요. 인어 소녀는 본인을 넵튠이라고 소개하는 그 남자를 넵튠 아저씨라고 부릅니다. 소녀는 아저씨가 시킨 대로 오션 원더스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보일 듯 말 듯 신비롭게 드러내는 일을 매일 수행하는데요. 인어 소녀는 어쩌다 이런 숨바꼭질을 하며 아쿠아리움에 살게 된 걸까요? 그리고 대체 어디로부터 왔을지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넵튠 아저씨의 공연이 끝난 후 평소처럼 사람들이 다 떠났을 거라 생각하고 오션 원더스 꼭대기 층의 물 위로 떠오른 인어 소녀는 '리비아'라는 낯선 소녀와 마주칩니다. 이런, 아저씨가 항상 인어 소녀에게 사람들의 눈에 전신을 보여주면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넵튠 아저씨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인어 소녀를 보면 경찰에 바로 신고할 테고, 그러면 과학자들이 실험실로 데려가버릴 거라며 말이죠! 인어 소녀는 너무 놀라 후다닥 숨어버렸어요. 인어 소녀는 두근대는 심장을 가다듬으며 낯선 그 소녀에게 들켰을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을 보고 예쁘다고 말한 리비아가 다시 왔으면 하는 모순된 마음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거든요.


   인어 소녀는 수다떨기 좋아하는 십 대 소녀처럼 오션 원더스에 살고 있는 문어를 비롯한 여러 물고기들과 쉴 새 없이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늦은 밤의 수족관을 마음대로 돌아다닙니다. 인어 소녀는 자유롭게 수족관을 돌아다닐 수 있는 한밤의 이 시간과, 하루 일과를 끝낸 넵튠 아저씨가 기분이 좋을 때 들려주는 인어에 관한 신화를 들을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답니다(사실 인어 소녀는 그 이야기가 전설인 줄도 모르고 실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 줄 착각하고 있었어요).




   다음날 오션 원더스를 다시 찾아온 리비아와 인어 소녀는 수족관 3층에서 드디어 제대로 인사하게 되는데요. 리비아는 인어 소녀가 진짜로 존재할 줄 알았다며, 인어 소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하지만 인어 소녀는 발성을 해 본 적이 없기에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물고기랑 말이 통하는지, 물 밖으로 완전히 나와 본 적은 있는지, 인어가 나오는 동화책의 내용처럼 꼬리 안에 다리가 있는지, 정신없이 질문을 쏟아내던 리비아는 인어 소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군요. 리비아는 자신은 12살이라고 소개하며 생일 선물로 받은 작은 종을 인어 소녀에게 선물로 줍니다. 그런데 그 순간, 리비아와 인어 소녀가 있는 3층으로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 발걸음의 주인공은 바로 넵튠 아저씨였어요!


   인어 소녀는 후다닥 물속으로 들어가고, 리비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는데요. 리비아는 아저씨의 공연 중 파도와 번개를 만드는 기계는 누가 작동시키냐고 물었고, 넵튠 아저씨는 영업 기밀이라고 대답합니다. 음향 효과는 리모컨으로 하는 거 아니냐고 재차 묻는 -호기심 많은- 리비아를 넵튠 아저씨는 결국 집으로 돌려보내는군요. 이 둘의 대화를 유심히 듣던 인어 소녀는 진짜 바다의 신이라고 생각했던 넵튠 아저씨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아무도 없는 밤에 수족관 밖으로 나와 아저씨의 진짜 정체를 찾음과 동시에 소녀의 꼬리에 물기가 마르면 다리로 변한다는 신비한 사실까지 깨닫게 됩니다.


   갖은 노력 끝에 오션 원더스의 문을 열고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된 인어 소녀! 밖에서 본 오션 원더스는 인어 소녀에게 더 이상 정겨운 집이 아니라 감옥처럼 좁게 느껴집니다. 인어 소녀는 오션 원더스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소녀는 자신의 진짜 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넵튠 아저씨의 말만 평생 믿어온 채 아쿠아리움에 갇혀 살아가던 인어 소녀가 현실을 깨달은 후 자신의 자아를 찾아 모험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 <인어 소녀>를 읽는 내내 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글과 그림이 마치 한 사람이 쓰고 그린 것처럼 너무나 긴밀하게 잘 어우러져 있었고, 특히 익히 알려진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 실력이 여기서도 무척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야기가 생각보다 짧아서 아쉽고, 다음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완성도 높은 그림체와 스토리텔링이 이 단점들을 다 보완하고도 남습니다.


   책의 마지막은 처음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달이 휘영청 떠 있는 거친 바다가 펼쳐져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요. 인어 소녀의 이 모험 이야기도 거친 바다가 가진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군요. 데이비드 위즈너가 참여한 그래픽 노블이라면 앞으로도 반드시 읽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로 만족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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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0 영한대역 단편소설 - 토플·편입영어·공무원 영어단어 빨리 외우는 법
Mike Hwang 옮김 / 마이클리시(Miklish)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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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스스로의 영어 실력을 평가해본다면 문법은커녕 파닉스마저 다 까먹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이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법책 잡고 기초부터 공부하긴 지루하고... 그래서 이따금 미드에 나오는 표현을 읽으며 영어와 가까워지려 하는 중이긴 한데, 생각보단 영어에 그리 쉽게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그저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듯, 소소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시도할만한 영어 공부가 필요했고 때마침 <TOP10 영한대역 단편소설>을 발견했다. 영어를 혼자서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마이클리시의 영어책 시리즈 소문을 꽤 들어온 지라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엔 총 10편의 고전 단편소설들이 왼쪽에는 영어로, 오른쪽에는 한글로 실려 있다. 오 헨리, 윌리엄 서머셋 모옴, 에드거 앨런 포 등 유명한 작가들의 고전 작품이 실려 있긴 한데, 부끄럽게도 오 헨리의 작품인 '20년 후'를 빼곤 접해 본 적이 없는 작품들이라 살짝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책이 도착하자마자 한 번 주욱 훑어보았을 때의 첫인상은, 다른 영한대역 책들에 비해 좀 더 직관적으로 번역을 해놓아서 영어 문장을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쉬울 거란 생각이 든다는 거였고, 읽어 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본서 앞부분에는 가장 빈번히 등장하면서 꼭 알아야 할 100개의 영어 단어가 실려 있다. 그 외 영어 단어를 쉽게 외우는 법, 그리고 이 책의 특징과 사용법까지 친절하게 적혀 있다.

   '책의 사용법'을 읽어 보면 되도록 영어를 먼저 읽고 해석이 막힐 경우에만 한글 번역을 보라고 설명되어 있다. 처음엔 시킨 대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영어 문장 해석이 연달아 막히거나 책을 붙잡고 있은지 오래되어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나는 그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우리말 문장을 먼저 읽고 난 다음 영어 문장을 읽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읽으니 -당연하게도- 영어 문장의 구조와 영어 단어의 쓰임을 알아가는 게 더 쉽고 괜찮은 게 아닌가. 세 줄 이상 길게 영어 문장이 이어지면 눈이 돌아가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영어 초보자라면, 내가 방금 말한 방식처럼 읽는 게 한눈에 영어 문장을 파악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더 재밌고 덜 지루하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고 말이다.





   각각의 소설을 읽기 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마이클리시 카페에서 다운로드한 각 소설의 단어 원어민 MP3와 소설 전문 원어민 MP3를 듣는 일이었다. 이 책이 광고로 밀고 있는 '단어 공부'를 위해 읽기보다는 영어와 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읽고 있긴 하지만, 이왕 읽는 거 단어와 소설 전문을 원어민 음성으로 듣고 난 후 읽는다면 파닉스나 단어 익히기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확실히 음성 파일을 안 듣는 것보단 듣는 게 훨씬 낫다고 느껴졌다.


   이 책을 어떤 순서로 읽어나갈지 고민하다가, 성취감을 느끼며 속도감 있게 작품들을 돌파하고 싶다는 생각에 '책의 사용법'에 나온 내용을 참고해 가장 짧은 작품부터 읽어나갔다. 본서에 가장 첫 번째로 실린 오 헨리의 '20년 후'를 다 읽은 후 뒤이어 에드거 앨런 포의 '고자질쟁이 심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힘들긴 하지만 그럭저럭 할 만은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세 번째로 짧은 소설이자 영어 수준이 가장 어려운 버지니아 울프의 '큐 국립 식물원'에서 머리가 터질 만큼의 위기를 느끼고...... 다시 책에 실린 순서대로 읽어나가고 있다. 왜냐하면 책의 순서가 '난이도 순서'이기 때문이다(허허허-).





   몇 년 전 이북 리더기(e-book reader)인 크레마 카르타를 구입한 후 선물 받았던 상품권으로 고전 작품 영한대역 e-book을 하나 샀었는데, 쉬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초반을 좀 넘어서자마자 결국 덮어버린 기억이 있다. 그 책과 비교하면 이 <TOP10 영한대역 단편소설>은 중요한 영어 단어와 한글 해석이 굵게 표시되어 있어 읽기가 훨씬 편리하고, 해석이 직관적이라 좀 더 오래 책을 붙들고 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굵게 표시된 단어 외에도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꽤 되기는 하지만 아직은 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 책을 어느 정도 다 읽었다고 판단될 때 저자가 추천하는 대로 한 소설을 붙잡고 다시 읽어나가며 그때부터 단어 익히기를 해 볼 생각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당장은 이 <TOP10 영한대역 단편소설>을 옆구리에 끼고 느긋하게 영문 소설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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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금살금, 까치발…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4
크리스틴 슈나이더 지음, 에르베 삐넬 그림,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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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집에서......


[본문 2쪽]



   한밤의 정적이 내려앉은 고풍스럽고도 거대한 저택.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데요? 아하, 배고픔에 깨어난 두 아이 '클레르'와 '루이'가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소리군요. 클레르와 루이는 배가 고프다며 같이 부엌에 가보기로 합니다. 두근대는 가슴으로, 까치발을 하고, 두 손을 꼬-옥 잡은 채 말이죠!





   복도의 계단 난간 위에 앉아 있던 앵무새가 캄캄한 복도로 나선 두 아이를 무심히 맞이해주네요. 두 아이에게 익숙하지 않은 크고 넓은 이 저택에는 이국적인 장식품과 이색적인 동물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복도의 선반 위에 놓인 흉상이라든지, 루이의 잠옷과 유사한 무늬의 앤티크한 벽지, 클레르의 잠옷과 똑같은 무늬의 큼지막한 항아리, 벽에 걸린 토속적인 가면과 다양한 그림 등 여러 장식품과 미술품들이 저택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는데요. 이 저택을 꾸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직업과 취향이 어떤지 무척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복도를 지나던 루이가 흉상 앞의 촛대를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이 소리를 들은 할머니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복도로 나가봅니다. 할머니가 오는 소리에 놀란 아이들은 이 늦은 밤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걸 들킬까 봐 후다닥 숨어버리는군요. 복도로 나온 할머니는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는 앵무새 '코코'를 보고 촛대를 쓰러뜨린 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안도의 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네요.





   그림 동화책 <살금살금, 까치발...>의 내용은 이런 형식으로 끝까지 흘러간답니다. 아이들은 앵무새를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가다 또 사고를 친 뒤 거실 속에 숨고, 거실로 나온 할아버지는 그게 거실에서 있던 코끼리의 소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우 부엌에 도착한 아이들은 우유가 든 유리병을 깨는 사고를 또 일으키고 마는데요. 이 소리를 듣고 다시 나온 할아버지는 부엌에 있던 호랑이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호랑이를 꾸짖습니다.


   아이들이 소란 피우는 소리에 놀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방을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저택의 장식품들을 이용해 숨는데요. 아이들이 어디에 숨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모험하듯 떠도는 장면의 저택은 어스름하게 푸른빛이 감돌면서 몽환적이기도 한 이미지를 뿜고 있는데요. 좀 으스스해 보이기도 하지만 신비로운 느낌을 준답니다. 당장이라도 기이하거나 특이한 일이 일어나도 하나도 놀랍지 않을 만큼 말이죠. 그에 반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은 따스한 느낌의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환상,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세계는 현실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대조되는 색깔 때문이죠. 또한 '살금살금', '가만가만', '더듬더듬' 등의 의태어와 대조되는 '덜커덩', '우당탕', '쨍그랑'과 같은 의성어들이 계속 등장해서 읽는 맛이 좋은 것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클레르와 루이가 계단을 내려가다 일으킨 소란을 할아버지가 알아차리는 장면에서 할아버지의 손에 있는 책에 기린과 임팔라 같은 동물들이 그려져 있고, 아이들이 부엌에서 유리병을 깨뜨린 소리를 할아버지가 들었을 때 그의 곁에 개미핥기와 침팬지가 나란히 있는 걸 보면 할아버지의 직업은 동물학자였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집 안을 가득 채운 토속적이고도 이국적인 물건들과 다양하고도 많은 동물들이 저택을 자유롭게 노니는 걸 보면 왠지 제 생각이 맞는 듯하죠?


   이런 넓은 대저택에서 클레르와 루이처럼 한밤중에 모험을 벌인다면 심장이 쫄깃하면서도 정말이지 재밌을 것 같아요.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보아 뱀이 만들어주는 계단은 절대 오르지 않을 것 같지만요! 하하하. 그림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의 그 미소를 저도 지으며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던, 훈훈하고 참 재밌는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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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보틀 쿠킹 - 신선하고 맛있는 병조림 기본 레시피 & 응용 레시피 97 탐나는 스타일 시리즈 4
JBOOKS 편집부 지음, 김상애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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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장 음식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유리병 저장 요리에 처음 호기심이 일게 된 건 3년 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Little Forest: summer&autumn] 편을 보고 난 후였다.



완숙 토마토를 수확해

껍질을 데친 다음 벗기고 푹 삶는다.

국물 채로 병에 담고 병째로 소독해서 보존.

우리 집 홀 토마토.

겨울엔 카레나 스파게티에 넣는다.

잘 식혀서 그대로 먹어도 맛있다.

작은 토마토를 한입에 쏙.

토마토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도 없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편에서]



   구도자가 수양을 하듯 요리를 정갈하게 하는 소녀가 영화 내내 나오는 이 작품에서 내 마음이 가장 동했던 요리는 달짝지근한 밤조림도 아닌 바로 '홀 토마토'. 병째로 냄비에 넣고 끓여 보관해놓았다가 파스타 요리에 이용하는 장면을 보고 '호, 음식을 저렇게도 건강하게 저장해서 자연식으로 먹을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인가? 이름이 예뻐서 주시하고 있던 출판사 이덴슬리벨에서 나온 <탐나는 보틀 쿠킹>을 홀 토마토 만들기 좋은 토마토 제철인 요즘 펼쳐보게 된 건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느껴졌다.



제철 식재료를 다른 계절에도 맛있게 먹고 싶다는

바람으로 생겨난 저장식 문화.

정확히 말하면 맛있는 그대로 저장하는 게 아니라,

저장하면 오히려 더 맛있어집니다.

(중략)

만들어두면 그대로 먹을 수도 있고,

밑손질 없이도 요리의 맛이 한층 깊어져요.


[본문 5쪽]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우리 집 보틀 쿠킹 레시피'와 '사계절 보틀 쿠킹 레시피'로 나뉜다. '우리 집 보틀 쿠킹 레시피'에서는 일본의 유명한 요리사와 요리 연구가를 비롯해 평범한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요리 전문가 5인의 다양한 보틀 쿠킹 '기본 레시피'와 '응용 레시피' 그리고 '특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두 번째 파트인 '사계절 보틀 쿠킹 레시피'에는 제철 식재료의 맛을 정직하게 담은 레시피들이 실려 있으며, 책 중간에는 대표적인 저장병 브랜드 중 여섯 브랜드의 제품들을 짧게 소개하고 있다. 이에 뒤이어 유리병을 탈기하는 법, 내열용 저장병을 이용한 요리들 또한 실려 있다.


   여기서 잠깐, '탈기'가 뭔지 아시는 분? 탈기란 병을 밀폐한 후 물에 끓이는 걸 말하는데, 그 과정에서 병 속에 있던 공기가 빠져 나가기 때문에 '脫氣(탈기)'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식재료의 산화를 막을 수 있고, 그래서 저장 기간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다섯 명의 일본인 요리 전문가 중 반가운 인물이 있었는데, 내게는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으로 익숙한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가 '가정주부의 보틀 쿠킹'으로서 다섯 번째 요리 전문가로 소개되고 있었다. 히데코 할머니의 음식 솜씨는 여기서도 빛을 발하고 계신 것 같다. 복숭아 콩포트를 만들고 있는 과정만 봤을 뿐인데도 내 목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으니 말이다.


   책 속에 나오는 레시피들을 따라 하기 위해 필요한 건 깨끗하게 소독한 유리병과 신선한 식재료, 그리고 설탕이나 소금, 식초와 같은 자연 조미료만 있으면 충분하다. 요리에 젬병인 나는 이번에도 호기롭게 '사계절 보틀 쿠킹 레시피' 중 여름 편에 있는 옥수수 퓌레부터 시도해보았다. 유리병을 열탕으로 소독하면서 '이 더운 날 뭐 하는 것인가...' 하는 후회가 잠시 밀려왔지만, 엄마께서 직접 심고 기르신 옥수수를 오랜 기간 먹을 수 있도록 맛있게 저장할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열심히 옥수수 퓌레를 만들어서 탈기까지 해놓았다. 한 달 뒤에 열어볼 생각인데 어떤 풍미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 보틀 쿠킹으로는 '홈메이드 현미 유산균'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유제품을 되도록이면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딱 맞는 유산균이란 생각이 든다. 유리병으로 이렇게 다양한 저장 음식을 만들 수 있다니, 요리라는 신세계에 좀 더 친숙해진 느낌이랄까. 이 책 덕에 요리 생초보인 나는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에 이렇게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앞으로 더 많은 요리책을 섭렵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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