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금살금, 까치발…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4
크리스틴 슈나이더 지음, 에르베 삐넬 그림,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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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집에서......


[본문 2쪽]



   한밤의 정적이 내려앉은 고풍스럽고도 거대한 저택.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데요? 아하, 배고픔에 깨어난 두 아이 '클레르'와 '루이'가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소리군요. 클레르와 루이는 배가 고프다며 같이 부엌에 가보기로 합니다. 두근대는 가슴으로, 까치발을 하고, 두 손을 꼬-옥 잡은 채 말이죠!





   복도의 계단 난간 위에 앉아 있던 앵무새가 캄캄한 복도로 나선 두 아이를 무심히 맞이해주네요. 두 아이에게 익숙하지 않은 크고 넓은 이 저택에는 이국적인 장식품과 이색적인 동물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복도의 선반 위에 놓인 흉상이라든지, 루이의 잠옷과 유사한 무늬의 앤티크한 벽지, 클레르의 잠옷과 똑같은 무늬의 큼지막한 항아리, 벽에 걸린 토속적인 가면과 다양한 그림 등 여러 장식품과 미술품들이 저택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는데요. 이 저택을 꾸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직업과 취향이 어떤지 무척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복도를 지나던 루이가 흉상 앞의 촛대를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이 소리를 들은 할머니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복도로 나가봅니다. 할머니가 오는 소리에 놀란 아이들은 이 늦은 밤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걸 들킬까 봐 후다닥 숨어버리는군요. 복도로 나온 할머니는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는 앵무새 '코코'를 보고 촛대를 쓰러뜨린 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안도의 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네요.





   그림 동화책 <살금살금, 까치발...>의 내용은 이런 형식으로 끝까지 흘러간답니다. 아이들은 앵무새를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가다 또 사고를 친 뒤 거실 속에 숨고, 거실로 나온 할아버지는 그게 거실에서 있던 코끼리의 소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우 부엌에 도착한 아이들은 우유가 든 유리병을 깨는 사고를 또 일으키고 마는데요. 이 소리를 듣고 다시 나온 할아버지는 부엌에 있던 호랑이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호랑이를 꾸짖습니다.


   아이들이 소란 피우는 소리에 놀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방을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저택의 장식품들을 이용해 숨는데요. 아이들이 어디에 숨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모험하듯 떠도는 장면의 저택은 어스름하게 푸른빛이 감돌면서 몽환적이기도 한 이미지를 뿜고 있는데요. 좀 으스스해 보이기도 하지만 신비로운 느낌을 준답니다. 당장이라도 기이하거나 특이한 일이 일어나도 하나도 놀랍지 않을 만큼 말이죠. 그에 반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은 따스한 느낌의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환상,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세계는 현실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대조되는 색깔 때문이죠. 또한 '살금살금', '가만가만', '더듬더듬' 등의 의태어와 대조되는 '덜커덩', '우당탕', '쨍그랑'과 같은 의성어들이 계속 등장해서 읽는 맛이 좋은 것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클레르와 루이가 계단을 내려가다 일으킨 소란을 할아버지가 알아차리는 장면에서 할아버지의 손에 있는 책에 기린과 임팔라 같은 동물들이 그려져 있고, 아이들이 부엌에서 유리병을 깨뜨린 소리를 할아버지가 들었을 때 그의 곁에 개미핥기와 침팬지가 나란히 있는 걸 보면 할아버지의 직업은 동물학자였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집 안을 가득 채운 토속적이고도 이국적인 물건들과 다양하고도 많은 동물들이 저택을 자유롭게 노니는 걸 보면 왠지 제 생각이 맞는 듯하죠?


   이런 넓은 대저택에서 클레르와 루이처럼 한밤중에 모험을 벌인다면 심장이 쫄깃하면서도 정말이지 재밌을 것 같아요.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보아 뱀이 만들어주는 계단은 절대 오르지 않을 것 같지만요! 하하하. 그림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의 그 미소를 저도 지으며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던, 훈훈하고 참 재밌는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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