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보틀 쿠킹 - 신선하고 맛있는 병조림 기본 레시피 & 응용 레시피 97 탐나는 스타일 시리즈 4
JBOOKS 편집부 지음, 김상애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장 음식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유리병 저장 요리에 처음 호기심이 일게 된 건 3년 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Little Forest: summer&autumn] 편을 보고 난 후였다.



완숙 토마토를 수확해

껍질을 데친 다음 벗기고 푹 삶는다.

국물 채로 병에 담고 병째로 소독해서 보존.

우리 집 홀 토마토.

겨울엔 카레나 스파게티에 넣는다.

잘 식혀서 그대로 먹어도 맛있다.

작은 토마토를 한입에 쏙.

토마토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도 없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편에서]



   구도자가 수양을 하듯 요리를 정갈하게 하는 소녀가 영화 내내 나오는 이 작품에서 내 마음이 가장 동했던 요리는 달짝지근한 밤조림도 아닌 바로 '홀 토마토'. 병째로 냄비에 넣고 끓여 보관해놓았다가 파스타 요리에 이용하는 장면을 보고 '호, 음식을 저렇게도 건강하게 저장해서 자연식으로 먹을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인가? 이름이 예뻐서 주시하고 있던 출판사 이덴슬리벨에서 나온 <탐나는 보틀 쿠킹>을 홀 토마토 만들기 좋은 토마토 제철인 요즘 펼쳐보게 된 건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느껴졌다.



제철 식재료를 다른 계절에도 맛있게 먹고 싶다는

바람으로 생겨난 저장식 문화.

정확히 말하면 맛있는 그대로 저장하는 게 아니라,

저장하면 오히려 더 맛있어집니다.

(중략)

만들어두면 그대로 먹을 수도 있고,

밑손질 없이도 요리의 맛이 한층 깊어져요.


[본문 5쪽]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우리 집 보틀 쿠킹 레시피'와 '사계절 보틀 쿠킹 레시피'로 나뉜다. '우리 집 보틀 쿠킹 레시피'에서는 일본의 유명한 요리사와 요리 연구가를 비롯해 평범한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요리 전문가 5인의 다양한 보틀 쿠킹 '기본 레시피'와 '응용 레시피' 그리고 '특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두 번째 파트인 '사계절 보틀 쿠킹 레시피'에는 제철 식재료의 맛을 정직하게 담은 레시피들이 실려 있으며, 책 중간에는 대표적인 저장병 브랜드 중 여섯 브랜드의 제품들을 짧게 소개하고 있다. 이에 뒤이어 유리병을 탈기하는 법, 내열용 저장병을 이용한 요리들 또한 실려 있다.


   여기서 잠깐, '탈기'가 뭔지 아시는 분? 탈기란 병을 밀폐한 후 물에 끓이는 걸 말하는데, 그 과정에서 병 속에 있던 공기가 빠져 나가기 때문에 '脫氣(탈기)'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식재료의 산화를 막을 수 있고, 그래서 저장 기간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다섯 명의 일본인 요리 전문가 중 반가운 인물이 있었는데, 내게는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으로 익숙한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가 '가정주부의 보틀 쿠킹'으로서 다섯 번째 요리 전문가로 소개되고 있었다. 히데코 할머니의 음식 솜씨는 여기서도 빛을 발하고 계신 것 같다. 복숭아 콩포트를 만들고 있는 과정만 봤을 뿐인데도 내 목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으니 말이다.


   책 속에 나오는 레시피들을 따라 하기 위해 필요한 건 깨끗하게 소독한 유리병과 신선한 식재료, 그리고 설탕이나 소금, 식초와 같은 자연 조미료만 있으면 충분하다. 요리에 젬병인 나는 이번에도 호기롭게 '사계절 보틀 쿠킹 레시피' 중 여름 편에 있는 옥수수 퓌레부터 시도해보았다. 유리병을 열탕으로 소독하면서 '이 더운 날 뭐 하는 것인가...' 하는 후회가 잠시 밀려왔지만, 엄마께서 직접 심고 기르신 옥수수를 오랜 기간 먹을 수 있도록 맛있게 저장할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열심히 옥수수 퓌레를 만들어서 탈기까지 해놓았다. 한 달 뒤에 열어볼 생각인데 어떤 풍미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 보틀 쿠킹으로는 '홈메이드 현미 유산균'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유제품을 되도록이면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딱 맞는 유산균이란 생각이 든다. 유리병으로 이렇게 다양한 저장 음식을 만들 수 있다니, 요리라는 신세계에 좀 더 친숙해진 느낌이랄까. 이 책 덕에 요리 생초보인 나는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에 이렇게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앞으로 더 많은 요리책을 섭렵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