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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 SNS에 없는 취향저격 제주여행, 2019~2020 최신 개정판
염관식.옥미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달 전 얼떨결에 가족들과 제주 여행을 갔었다. 몇 년 전에 갔는지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간만에 가는 제주도였다. 힐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급작스럽게 실행된, 전혀 계획된 여행이 아니었던지라 제주도에 도착한 직후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 또한 아무 생각 없긴 마찬가지였다. 나흘 내내 렌터카 회사에서 제공받은 '월별 제주도 테마 여행 지도'에 의존해 밥을 먹고, 발길이 닿는 대로 제주도를 돌아다녔다.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제주도 돌아다니기'가 여행의 테마라면 우리 가족이 했던 것처럼 하는 게 딱 좋을 것이다. 편한 '힐링 여행'이라는 단어에도 이 편이 좀 더 어울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힐링 여행이어도 '아무 생각 없이' 제주도를 돌아다니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에 제주도에 관한 정보가 넘쳐난다고 한들 그 정보들이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모여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미 도착한 제주도에서 휴대폰을 붙들고 그 정보들을 보고 이리저리 여행 스케줄을 구상하기엔 뭔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다들 '아무 생각이 없었'기에, 딱히 어떤 테마로 스케줄을 잡아야 할 지도 막막했다. 가족들은 여행 말미에 숙소도 좋았고 먹기도 잘 먹었지만 '제주도 여행에 관련된 책 한 권쯤 갖고 있었더라면 좀 더 즐거울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나는 렌터카에서 준 제주도 여행 지도처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주도의 핫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한동안 이리저리 찾아보다 2016년부터 매해 개정되며 발간되고 있는 <요즘 제주>라는 제주 여행 서적을 읽어 보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제주의 핫한 정보들을 담기 위해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섬 전체가 핫 플레이스인 제주도는 한 달이 멀다 하고 핫 스폿이 추가된다고 할 정도이니, 지은이들(저자가 두 명이다)이 다음과 같이 말할 만하다.
제작 기간이 길어진 것은 취재를 다 마쳤다 싶을 때
'여긴 꼭 넣어야 해' 하는 곳이 끊임없이 생겼기 때문이다.
핑핑 도는 제주도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조차 숨이 헉헉거릴 정도다.
그게 요즘 제주다.
- 본서 4쪽 -
지은이들은 '감성에 기대는 에세이 스타일도 진부하고, 온갖 정보 때려 넣은 백과사전 스타일도 따분하다'라며,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여행의 맥을 짚어주는 책, 꼭 필요한 정보만 담되 사진은 시원시원하고 글은 간단명료하게 담고 싶었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내가 그 많은 제주도 여행 서적, 국내 여행 서적 중 이 책을 골랐던 건 바로 프롤로그의 저 말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요즘 제주>를 훑어보는 내내 나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알차다는 느낌과 함께, 요리조리 정리를 깔끔하게 참 잘했다는 인상을 지배적으로 받았다. 지은이들의 바람대로 '똑소리 나는 가이드 역할'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 책의 목차 뒤에 수록된 제주도 교통편에 대한 깨알 같은 알짜 정보는 제주도에 갈 때 항공편과 선편 중 어떤 교통편을 어떻게 저렴하게 구하고 제주도 안에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그 뒤에 이어진 PART1에서는 요즘 제주 숙소 트렌드와 본인의 여행 테마에 따른 숙소 고르기 팁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와 함께 요즘 제주의 별미를 '토종 별미'와 '신흥 별미'로 나누어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PART2는 깔끔 시원한 정리왕일 것 같은 두 지은이의 특기를 십분 발휘한 파트이자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이다. 총 PART11까지 나뉘어 있는 이 책에서 분량이 가장 적은 파트임에도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PART2! 여기엔 취향에 따라 나누어 놓은 22가지 테마 여행과 일행 & 상황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는 6가지 코스 여행이 실려 있다.
22가지 테마 중 내가 끌렸던 세 가지 테마는 '말과 초원 여행', '오름 여행', 그리고 '건축물 여행'이었다. 고르고 보니 자연과 건축물, 이 두 가지 키워드로 내가 하고픈 제주도 여행이 요약된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던' 제주도 여행에 대해 가닥을 잡아가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갔던 제주도 여행에선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충족하지 못해 여행 기간 내내 아쉬웠었는데, 그게 여기서 이런 식으로 다 드러나고 있다. 하하하.
'6가지 코스' 여행 중 가장 핫한 스폿으로만 짜인 '2박 3일 커플 여행'보다 '2박 3일 나 홀로 버스 여행'에 왠지 내가 더 끌리는 건, 지금 내 옆자리가 허전하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진짜다). 나 홀로 버스 여행 코스는 커플 여행이더라도 둘 다 운전을 못한다든가, 버스 여행에 로망이 있는 커플들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코스라고 느껴졌다. 렌터카보다는 확실히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긴 하지만, 이렇게 버스를 이용해 3일 동안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것도 나름 괜찮아 보인다. 물론 쾌적한 버스 여행을 위해 캐리어보단 배낭이 더 필수겠지만 말이다. 그 외 '뒹굴고 만들고 즐기는 2박 3일 가족 여행', '바람돌이 되어 제주 한 바퀴 2박 3일 스쿠터 일주 여행' 등등이 소개돼 있다. 일행과 상황에 따라 나누어 짜놓은 이 6가지 코스는 다소 빡빡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본인의 상황에 따라 덜어내는 센스를 발휘하면 좋을 듯하다.

PART3부터 PART8에는 제주도를 제주시 중심권/동부권/서부권, 서귀포시 중심권/동부권/서부권 이렇게 6개로 쪼개어 권역별로 세분화된 제주의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각 권역을 소개할 때마다 가장 먼저 그 지역의 버킷리스트 10개를 추려내어 '이거 안 해보면 넌 여기 안 와본 거나 마찬가지야'라고 느낄만한 것들을 추천하고 있고, 그와 더불어 해당 권역마다 지도 또한 수록해놓았다. 그 후 권역별로 가 볼 만한 명소와 먹어볼 만한 맛집, 카페, 숍, 숙소들이 세세하게 나와있다. 이러한 핫 스폿들이 -이 책 전체를 통틀어- 무려 377곳에 달한다!
PART9는 제주 주변에 있는 섬들인 우도, 마라도, 가파도, 비양도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PART10에는 한라산이, PART11에서는 총 26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제주 올레길 중 저자가 직접 걸어본 후 추천하는 7개의 올레길이 나와 있다. 이 올레길 중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길로 유명한 '20코스'를 걷기 위해 내 마음은 이미 제주도에 가 있는 듯하다. 추천 올레길 중 바다 색깔이 가장 예뻐 보였던 이 코스에 내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다시 제주도로 가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다. 더구나 얼마 전 갔던 제주도 여행에서 나름 맛집만 골라 먹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어쩜 이럴 수가. 이 책과 겹치는 곳이 딱 한 군데밖에 없다. 딱 한 군데! 맛있는 우동을 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뷰가 좋은 우동집'일 거라고 내가 가족들에게 명명했던, 바로 '수우동' 말이다. (여담이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사진 속 비양도가 보이는 자리에서 먹었다! 꺅!)
이것만 보아도 제주도는 더 이상 일주일 안에 다 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듯하다. 지난 제주도 여행에서도 그랬고 이 책을 다 보고 난 후 또 여행 때처럼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생각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제주도는 여행만이 아니라 한 번은 꼭 살아보고 싶은 꿈의 공간이라는 거다. 물론 그 엄청난 물가와 집값, 온라인에서 뭘 주문하든 도서 산간 배송비가 부과된다는 단점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말이다.
지난번 제주 여행 내내 옆구리에 끼고 있었던, 렌터카 회사에서 제공해준 제주 명소 지도는 얼마나 수시로 열었다 폈다 했는지 여행 마지막 날에는 가장자리가 다 찢어져 있었다. 모바일 지도보다는 특대 사이즈 지도가 여행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확실히 든다. 이 책 제일 앞에 선물처럼 끼워져 있는 '베스트 100' 제주 전도를 들고 제주도를 누비고 다닐 나를 상상하니 벌써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