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험한 과학책 - 지구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허를 찌르는 일상 속 과학 원리들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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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생각(상상)이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언제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사이에 벌써 올해 1월이 스쳐갔음을 느끼고, 마음속에 허무함이 차오른다. 똑같은 매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때, 이런 일상에 활력을 빨리 불어넣는 방법은? 다름 아닌 바로 '상상'이다. 상상력을 이용해 익숙함을 낯설음으로 환기시키는 것 말이다.

   엉뚱한 상상이 가득한 질문에 과학적 이론과 기발함을 잘 버무려 놓았던 랜들 먼로의 <위험한 과학책 What if>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보고플 때 읽기 무척 적당한 책이고, 그래서 지금도 이따금 펼쳐볼 정도로 좋아한다. NASA 출신 사이언스 웹툰 작가인 랜들 먼로는 <위험한 과학책>보다 더 엉뚱한 내용들로 가득 채운 <더 위험한 과학책 How to>을 내놓았다.


   랜들 먼로는 '일상 속 엉뚱한 과학적 궁금증들'(PART 3)을 '생각지도 못한' 과학적 방법(PART 1)으로, 또는 '말도 안 되게 과학적'인 방법(PART 2)으로 문제를 해결해놓았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분류해놓고 있지만 사실 크게 의미는 없다. 어딜 펼쳐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내용이 기다리고 있는 건 똑같으니까 말이다.

   만약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아직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목차만 보아도 얼마나 엉뚱한 상상으로 가득한지 알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대체 간단한 방법을 두고 왜 이렇게 유별난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읽는 걸 멈출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웃었던 부분은 PART 1에서 랜들 먼로의 엉뚱한 질문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유머를 적절하게 섞어 성실하게 답해서 오히려 더 웃겼던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와의 Q&A, '농장, 항공모함, 기차 등에 비상착륙 하는 방법' 편이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PART 3에서 나왔던 '광속으로 우주의 끝에 다다르고 싶다면?' 편이다.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우주의 끝엔 절대 닿을 수 없지만 '끝'에는 이를 수는 있다는 말이 좀 슬프게 다가오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PART 1의 '집을 통째로 날려서 이사하는 방법' 편이다. 몇 달 전 이사 후 아직도 열지 못한 채 쌓여있는 박스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와중에 이 이야기를 읽어서 그런가, 더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랜들 먼로는 짐을 싸서 그걸 일일이 이동하기엔 너무 힘들다는 것을 참으로 기가 막힌 방법으로 증명해 보인 후, 짐을 싸지 않고 집을 통째로 옮기는 게 어떻겠느냐며 기상천외한 해결책을 고려해본다. 집의 기초에 구멍을 뚫어 Ⅰ빔을 놓고 그 Ⅰ빔을 이용해 집을 들어올린 후, 이 집을 통째로 옮겨줄 수 있는 트럭이 있다는 가정하에 고속도로에서 우리 집의 연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리학 공식으로 계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런 엉뚱한 질문에도 정확한 답을 해주는 물리학이 너무 좋다며 무척 좋아하고 있다(...). 랜들 먼로는 차로 집을 통째로 옮기기엔 너무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이젠 집을 날려서 이사하는 방법을 고려해보기로 한다. 여러 대의 헬리콥터로, 혹은 화물 비행기, 우주왕복선 운반용 비행기 등 여러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전부 다 힘들어 보인다. 결국 최종적으로 생각해낸 건 '여객기 엔진'! 이 방법도 무모해 보이지만 어쨌든 이 여객기 엔진을 집에다 부착해서 이사할 곳에 도착은 했다. 그런데 그럼에도 가장 큰 난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집을 통째로 옮기는 동안 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자 속에 싼 짐들을 언제 다 풀지에 대한 난제 말이다. (뭐야, 결국 제자리잖아!)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게 이 책이다. 하지만 엉뚱한 물음, 혹은 이미 단순한 방법이 있음에도 그걸 좀 더 기발하게 해결하려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읽고 있다보면, 뛰어난 상상력으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저자가 나는 그저 부러워진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과학에서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결국 상상력이 가득한 질문을 잘하는 것이 곧 과학을 가장 잘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의 장점은 비단 과학에만 국한되는 건 아닐 것이다. 엉뚱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상천외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좀 더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반증일 테니 말이다. 단언컨대 이 책은 따분한 내 일상을 날려준 재미있는 책이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훌륭한 과학(코믹)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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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로 읽는 철학 이야기 - 이솝의 지혜, 철학자의 생각법! 일상에서 써먹는 철학 개념
박승억 지음, 박진희 그림 / 이케이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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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솝 우화라는 친근한 단어에 이끌려 올해의 첫 철학서적으로 가볍게 읽어볼 생각으로 골라본 <이솝 우화로 읽는 철학 이야기>. 가볍게 읽어나갈 수는 있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진 않은, 재밌는 철학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솝 우화를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그에 연관된 철학 이론들을 설명해놓았다. 첫 번째 주제는 '지성을 사용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 주제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의 문제'에 관한 것이며, 끝으로 세 번째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주제이다. 각각의 주제마다 9개의 이솝 우화와 철학적 지식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솝 우화 '엄마와 늑대'를 바탕으로 베이컨의 우상론을 끌고 와 팩트 체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늑대와 그림자' 우화를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과 결부시켜 자기 직시가 왜 중요한지, 사물의 참모습을 보는 지성의 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욕심을 내다 개울물 속에 뼈다귀를 빠뜨려버린 '욕심 많은 개' 우화를 통해 행복이란 무엇이며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엇이 진짜 행복이라고 말했는지 알아본 뒤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이런저런 질문에 빠뜨리게 만드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에 탁월함을 느꼈다. 물론 이솝 우화 자체에 여러 함의가 담겨 있긴 하지만, 그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고 같은 이야기도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깊이가 달라진다. 이 책 첫 번째 주제의 6번째 우화인 '우유 짜는 소녀와 들통'을 예로 들어 보자.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자면 소녀가 우유가 든 들통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면서, 이 우유로 버터를 만들어 시장에 판 뒤 그 돈으로 구입한 암탉으로 병아리를 가득 키워 닭이 되면 다 팔아 예쁜 드레스를 살 거라는 상상을 하며 우쭐대다가 들통을 땅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읽은 나는 '그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항상 현재에 먼저 집중해야지'라는 생각에 그쳤다. 그에 반해 저자는 소녀의 상상하는 행동을 보며 인간의 지적 작용 중 하나인 의미론적 능력과 이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덩달아 발전한 시뮬레이션 능력, 즉 상상력에 대해 언급하며 우화 속 소녀로부터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엿본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이런 상징적이고 문화적인 활동의 목적에 대해 고찰하며 이는 바로 기계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임을 설명하기에 이른다. 자, 저자와 나의 해석의 깊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잘 보았는가. 이 예시만 보아도 내가 왜 저자에게 탁월함을 느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했을 거라고 본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은 전체가 꽤 유기적으로 잘 엮어져 있다. 가령 첫 번째 '지성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주제의 4번째 이솝 우화('방앗간 주인과 아들, 그리고 당나귀')에서 주체성을 가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언급된 독일 아우슈비츠의 비극은 세 번째 주제 속 7번째 우화인 '아이들과 개구리' 편에서 '악의 평범성'을 설명하며 다시 언급되는데, 덕분에 한 번 더 이 잔인한 역사를 돌아보며 생각에 잠겨볼 수 있었다. 또한 방금 말한 '아이들과 개구리'편의 철학 수업에서 짧게 언급되는 스토아 학파와 쾌락주의는 앞서 '욕심 많은 개' 우화의 철학 수업에서 나왔던 이론이다. '농부와 자식들'(142쪽) 편에서 나왔던 파놉티콘(Panopticon)이란 개념이 '시골 쥐와 도시 쥐'(243쪽)에서 또 나오듯 말이다. 이렇듯 이 책은 전체가 잘 연결되어 있는데, 이야기들을 잘 구성해놓은 저자의 능력이 참 감탄스러울 뿐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도 말했듯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덩어리'이긴 하지만, 이를 잘 섞고 엮어내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것일 테니까.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가족이 함께 읽는 책이기를 바란다고 적어놓았는데,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기엔 문체나 내용이 다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에 삽입되어 있는 일러스트들은 아이들용처럼 느껴진다는 게 좀 아이러니다. 이 책은 아무리 봐도 중2 이상의 연령대가 읽어야 할 책으로 보이는데, 그에 맞게 디자인과 일러스트가 조금만 더 세련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이솝 우화로 읽은 철학 이야기>는 이솝 우화를 저자가 가진 철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해석하며 그 안에 역사, 그리스 신화, 영화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 또한 잘 버무려 놓은 괜찮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철학서적이 읽고 싶거나, 혹은 당장 실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는 철학 지식을 얻고픈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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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먹고 쭉쭉 빠지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레시피 - 탄수화물을 줄여 ‘비만 호르몬’을 잡는 다이어트 레시피 150
주부의 벗사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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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허리에 잡히는 이게 뭐지...?" 허리 위에 있는 오른손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뭔가가 잡힌다. 묘한 느낌이다. 아무리 먹어도, 너무 많이 먹어 숨을 제대로 못 쉬고 배가 터질 듯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홀쭉해져 있던 내 허리가, 살이란 건 한 번도 쪄본 적 없던 내 배에, 갑자기 살이 느껴졌다. 이럴 수가. 밥이 없으면 -느끼하다는 이유로- 고기를 먹지도 않을 만큼 탄수화물 의존적인 나의 식습관이 불러온 대참사를 드디어 맞닥뜨리게 되었다. 큰일이다. 내 식습관을 점검하고 변화시켜야 할 때가 왔다.


   탄수화물 제한, 그러니까 당질 제한 다이어트를 스쳐가듯 들어보았던 나로서는 밥이나 빵, 면과 같은 탄수화물만 무조건 안 먹으면 되는 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탄수화물을 어떤 방식으로 제한시키고 그 대신 무얼 먹고살아야 하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일단 뭐라도 알아야 시작해볼 거 아닌가. 그래서 <마음껏 먹고 쭉쭉 빠지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레시피>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칼로리가 아니라 당질량을 체크해서 마음껏 먹어도 살을 빼게 만든다는 '당질 제한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는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오래전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가 바로 떠올랐다. 황제 다이어트 역시 밥이나 빵과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육류나 달걀을 마음껏 먹으며 살을 빼는 방법인 걸 보면 아마 이 당질 제한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하고 있는 듯하다.


   책 앞부분을 보면 살이 찌고 빠지는 원리를 설명하며 당질이란 뭔지, 그리고 당질 제한 식재료와 당질이 듬뿍 들어 있는 식품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칼로리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 식단과 살이 안 찐다고 생각하는 식단의 허점에 대해 짚어내고 있다.

   "그래, 이론은 알았으니 이제 뭘 먹고살아야 하는데?"라는 내 물음에 답을 하듯 이 책은 PART 1부터 PART 6까지 당질 제한 요리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먼저 PART 1에는 평소에 자주 먹는 주반찬, 부반찬, 국, 수프 요리들을 당질 제한하면서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이 가득 있다. PART 2에는 만들어두고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저장용 당질 제한 레시피들이 수록되어 있고, PART 3에는 당질이 제로에 가까운 육류, 어패류, 달걀, 두부, 곤약 등의 식재료로 만든 반찬과 요리들에 대해 나와 있다. PART 4에는 저당질 안주 레시피가, PART 5에는 다이어트는 하고 싶지만 면 요리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 좋은 곤약면 요리 레시피가 있으며, PART 6에는 설탕 대신 라칸토를 넣어서 만든 -맛있어 보이는- 저당질 디저트 레시피들이 있다.





   책 속의 레시피들을 읽으며 여기저기 적혀 있는 당질 제한 팁들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주로 먹어온 음식들 중 90% 이상이 당질 범벅이었다는 게 확 와닿았다. 더구나 나는 기본적으로 페스코이자 아주 이따금 일탈하듯 플렉시테리안이 되곤 하는 채식(지향)주의자로서 고기나 달걀을 잘 안 먹고 채소 위주로 먹는 식습관이 형성되어 있는데, 하필이면 그게 감자와 고구마를 포함한 뿌리채소, 호박과 같은 당질이 많은 식품이 주를 이루는 습관인 게 NG였던 것.

   이 책을 보면 당질이 많은 뿌리채소보다는 잎채소를 권장하고 있다. 거기다 당질이 많이 함유된 시중 조미료에서 벗어나 당질이 적은 조미료를 만드는 법 또한 알려준다. 그리고 나와 같은 채식주의자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참기름장냉두부, 가지샐러드, 껍질콩참깨무침 등 다양한 저당질 채소 요리 레시피들을 수록해 두었다. 고기가 들어간 레시피와 고기가 전혀 안 들어간 레시피가 약 7:3 정도의 비율인 게 좀 아쉽지만, 뭐 이 책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전용책은 아니니 이 정도라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고기가 조금씩 들어간 레시피들은 나에게 맞춰 수정을 하면 되기에 딱히 큰 문제라고는 안 느껴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평소 잘 먹지 않던 곤약을 이젠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면요리 없인 살지 못하고, 면은 대표적인 탄수화물 식품이니 이를 대체할 방법으로는 곤약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칼럼 3과 칼럼 4에 나와 있는 당질 제한 소스와 드레싱 레시피는 나의 당질 제한 도전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줄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생각해 보면 메인 식재료만큼 요리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소스 아니던가? 이 책을 만나기 전엔 소스의 힘을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고당질 소스 레시피를 버리고 이 책에서 추천하는 저당질 소스부터 만들어봐야겠다. 그렇게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이젠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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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앤 스타일
데이비드 코긴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벤치워머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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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는 남자의 말에 귀기울여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중·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그런 이유로 월간 패션잡지의 인물 인터뷰 섹션을 무척 좋아했다. 특히 멋있는 남성 인터뷰이의 인터뷰가 있는 달엔 더더욱.

   연말&연초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나를 찾아오는 컨디션 난조를 타파하기 위해 읽었던 데이비드 코긴스의 <맨 앤 스타일>을 다 읽은 후, 나는 '이 책의 장르를 대체 뭐라고 소개하면 좋을까?'라고 오래 고심을 했었다(나야 뭐 기분 전환하기 위해 취향이 괜찮은 멋있는 남자들이 보고파서 읽었기에, 장르는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글 초입에서 언급했던, 잡지책의 인터뷰 섹션만을 모아놓은 책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인터뷰어의 견해와 인터뷰이들의 대답이 잘 조화가 된 책 말이다. 그런 잡지 스타일의 책이라서 그런가, 읽다가 던져 놓고 한참 뒤에 봐도 앞서 읽었던 내용과의 연결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서 읽기가 참 편했다.





   요즘 길거리의 남자들 패션을 보면 패셔니스타들을 흉내 낸 남자들은 많아도 댄디한 남자들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만 신경 쓰지, 정말로 본인의 취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남자는 과연 있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남자의 옷장은 그의 아파트나 서재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라는 저자의 말마따나 취향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라서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이자 편집자인 글렌 오브라이언도 이 책의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댄디는 소위 '패셔니스타'라는 끔찍한 이들과 다르다. (중략)

진정한 댄디는 자기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그리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패셔니스타들을 망신주기 위해), 최신 유행에 대한 클래식의 우월함을 입증하기 위해 옷을 입는다.

- 본서 5쪽 -


   물론 패션이나 취향은 지극히 주관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이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인 데이비드 코긴스는 진정한 의미의 댄디한 남자이다. 글렌 오브라이언이 인정했을 정도로 말이다. 멋과 취향을 아는 저자는 자기가 아는 멋있는 남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취향에 대해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 나누듯 우아하게 인터뷰했다. 그런 후 세상에는 자기처럼 멋있는 남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우리에게 소개했다. 파파라치나 신경 쓰며 옷을 입는 패셔니스타들의 비속함에 대해 일침을 날리듯 말이다.





   취향이란 건 소소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를 잘 아는 저자는 소소한 질문으로 인터뷰이들의 취향에 대해 우리가 파고들게끔 한다. 가령 '패션 철학이 있나요?(2장)', '아버지의 스타일에는 원칙이 있었나요?/당신의 스타일에도 원칙이 있나요?(1장)', '어렸을 때는 무슨 옷을 입었어요?(1장)/졸업파티에는 뭘 입고 갔나요?(3장)'와 같은 패션 스타일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더불어, 태어나 처음으로 멋지다고 생각한 남자는 누군지/특별히 수집하는 건 있는지/첫사랑은 누구였고/첫 번째 향수는 무엇이었으며/갖고 있는 넥타이가 몇 개고/제일 잘하는 요리는 무엇이며/인생 스포츠가 있는지/당신이 살던 공간은 어땠는지 등, 저자는 이런 소소하지만 취향이 묻어나는 질문을 인터뷰이들에게 던지며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그들의 취향을 드러내 보이게 한다.

   나는 많은 질문 중 당신의 스타일에도 원칙이 있느냐는 질문과 당신에게도 패션 흑역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특히 인터뷰이들이 흑역사라고 들려준 이야기 중 대부분은 전혀 흑역사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 당시 패션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었을 뿐(푸힛).





여유가 되는 한 최고로 질 좋은 물건을 살 것.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최대한 오래 입을 것.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다이어트다.

- G. 브루스 보이어, 97쪽 -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두 가지 이유로 놀랐다. 첫째, 데이비드 코긴스는 취향이 멋진 남자일 뿐만 아니라 글도 너무나 잘 쓴다는 것. 둘째, 여기 나온 남자들 중 제대로 이름을 들어본 남자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것(한국계 미국인으로 보이는 아티스트 '바이런 김'조차). 인터뷰이 중 '존 브로디'는 배우 애덤 브로디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크리스 브라운'은 내가 아는 그 팝스타가 아니었다. 하지만 뭐 어떠랴. 80여 명의 멋진 취향을 가진 남성들을 알게 됐는데.

   짧은 단독 인터뷰로 그레고리 펙에 관한 글도 있는데, 그의 아들 앤서니 펙이 썼다. 취향이라는 건 이렇게 대대손손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우아함을 느낀다. 패셔니스타가 아니라 댄디한 남자가 되고픈 남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멋과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길 권한다. 고민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당신은 진정한 댄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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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수지 홉킨스 지음, 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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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이 되면 나는 허망함과 상실감에 휩싸여 저기압인 상태로 지내곤 한다. 일 년이 어느새 다 흘러갔다는 허망함, 내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 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이런 우울감에 휩싸여 다음 해 1월까지 지내는 것이 나에겐 연례행사이고, 으레 그래온 것이라 이 감정에서 벗어날 방법을 딱히 찾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지금 이런 기분 속에 있는 나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면 그 무엇이든 붙잡아보리라고.


   그 일환으로 읽어본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작가인 엄마가 쓰고, 일러스트레이터인 딸이 그림을 그린 책이다. '엄마가 죽은 후에 내가 하루하루 단계적으로 따를 수 있는 지침서를 하나 써 달라고' 요청한 딸의 부탁이 이 책의 시발점이었다. 우리 엄마가 해주시진 않을 것 같은 이런 삶에 대한 지침서를 읽으며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책을 붙잡고 있다 보니 슬퍼하다가 웃기도 하고, 여러 복잡 다양한 감정에 휩싸여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라는 존재의 죽음은, 디디고 서 있을 땅바닥이 사라진 듯한 기분을 아마도 꽤 오랜 기간 안겨줄 것이다. 저자는 그런 상실감을 겪고 있을 딸에게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하며 딸이 삶을 계속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독려한다.


결국은 우리 모두 죽고 끝날 텐데 왜 굳이 힘들게 살아가야 하냐고? 거기엔 훌륭한 이유가 있어. 네가 영원히 산다고 가정해 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해 버릴지 상상이나 가니? 다가오는 유효기간이 있기에 비로소 놀랍고 경이적인 일들이 생기는 거야.

- D+21일. 등산 가는 날 -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는 그 빈자리를 대신 채워 줄 사람을 찾는 게 좋아. 왜냐고? 만약 네가 계속 잃기만 하고 채우지 않은 채로 하루하루 살아가면, 결국은 남는 게 하나도 없을 것 아니니.

- D+400일. 내 빈자리 채우기 -

뭔가를 보거나 하면서 문득 '엄마가 참 좋아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생길 거야. (중략)

아니면 기똥차게 좋은 일자리를 구했을 때, 또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을 때, 그럴 때 이제는 나한테 달려와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지겠지.

하지만 아니야, 넌 여전히 내게 이야기할 수 있단다.

- D+850일. 내게 말을 걸어 줘 -





   저자인 엄마는 자신이 죽은 후 'D+1일'부터 시작해 D+7일, D+26일, D+231일, D+1,775일, D+5,500일, D+12,000일... 이렇게 하루하루 흘러가는 동안 딸이 직면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지침을 적어놓았다. 부고를 쓰고, 대청소를 하고,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고, 생각이 많은 날 트램펄린을 뛰고, 스스로를 위해 멋들어진 신발을 사는 등. 딸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마주할 일들에 대해 같이 고민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잊을만하면 엄마표 레시피를 정리해 딸에게 전수한다. 엄마가 하늘로 떠난 후 슬픔에 잠겨있을 그 다음날에도,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날에도, 저자는 엄마표 레시피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힘을 내보라고 딸을 격려한다. 또한 저자는 진지한 이야기와 함께 항상 유머를 덧붙이는 걸 잊지 않는데, 이는 마치 삶이 아무리 진지하고 따분하고 힘들고 어려워도 유머를 잊지 말라는 저자의 따듯한 당부처럼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좀 나아졌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해를 마무리하며, 저자의 지침대로 버킷 리스트가 아닌 '덕킷 리스트'를 만들어 죽는 날까지 피하려고 노력해봐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저자가 알려준 레시피 그대로 카레를 만들어 봐야지. 맛있는 카레를 먹으며 이 마음을 달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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