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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먹고 쭉쭉 빠지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레시피 - 탄수화물을 줄여 ‘비만 호르몬’을 잡는 다이어트 레시피 150
주부의 벗사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음? 허리에 잡히는 이게 뭐지...?" 허리 위에 있는 오른손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뭔가가 잡힌다. 묘한 느낌이다. 아무리 먹어도, 너무 많이 먹어 숨을 제대로 못 쉬고 배가 터질 듯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홀쭉해져 있던 내 허리가, 살이란 건 한 번도 쪄본 적 없던 내 배에, 갑자기 살이 느껴졌다. 이럴 수가. 밥이 없으면 -느끼하다는 이유로- 고기를 먹지도 않을 만큼 탄수화물 의존적인 나의 식습관이 불러온 대참사를 드디어 맞닥뜨리게 되었다. 큰일이다. 내 식습관을 점검하고 변화시켜야 할 때가 왔다.
탄수화물 제한, 그러니까 당질 제한 다이어트를 스쳐가듯 들어보았던 나로서는 밥이나 빵, 면과 같은 탄수화물만 무조건 안 먹으면 되는 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탄수화물을 어떤 방식으로 제한시키고 그 대신 무얼 먹고살아야 하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일단 뭐라도 알아야 시작해볼 거 아닌가. 그래서 <마음껏 먹고 쭉쭉 빠지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레시피>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칼로리가 아니라 당질량을 체크해서 마음껏 먹어도 살을 빼게 만든다는 '당질 제한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는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오래전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가 바로 떠올랐다. 황제 다이어트 역시 밥이나 빵과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육류나 달걀을 마음껏 먹으며 살을 빼는 방법인 걸 보면 아마 이 당질 제한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하고 있는 듯하다.
책 앞부분을 보면 살이 찌고 빠지는 원리를 설명하며 당질이란 뭔지, 그리고 당질 제한 식재료와 당질이 듬뿍 들어 있는 식품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칼로리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 식단과 살이 안 찐다고 생각하는 식단의 허점에 대해 짚어내고 있다.
"그래, 이론은 알았으니 이제 뭘 먹고살아야 하는데?"라는 내 물음에 답을 하듯 이 책은 PART 1부터 PART 6까지 당질 제한 요리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먼저 PART 1에는 평소에 자주 먹는 주반찬, 부반찬, 국, 수프 요리들을 당질 제한하면서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이 가득 있다. PART 2에는 만들어두고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저장용 당질 제한 레시피들이 수록되어 있고, PART 3에는 당질이 제로에 가까운 육류, 어패류, 달걀, 두부, 곤약 등의 식재료로 만든 반찬과 요리들에 대해 나와 있다. PART 4에는 저당질 안주 레시피가, PART 5에는 다이어트는 하고 싶지만 면 요리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 좋은 곤약면 요리 레시피가 있으며, PART 6에는 설탕 대신 라칸토를 넣어서 만든 -맛있어 보이는- 저당질 디저트 레시피들이 있다.

책 속의 레시피들을 읽으며 여기저기 적혀 있는 당질 제한 팁들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주로 먹어온 음식들 중 90% 이상이 당질 범벅이었다는 게 확 와닿았다. 더구나 나는 기본적으로 페스코이자 아주 이따금 일탈하듯 플렉시테리안이 되곤 하는 채식(지향)주의자로서 고기나 달걀을 잘 안 먹고 채소 위주로 먹는 식습관이 형성되어 있는데, 하필이면 그게 감자와 고구마를 포함한 뿌리채소, 호박과 같은 당질이 많은 식품이 주를 이루는 습관인 게 NG였던 것.
이 책을 보면 당질이 많은 뿌리채소보다는 잎채소를 권장하고 있다. 거기다 당질이 많이 함유된 시중 조미료에서 벗어나 당질이 적은 조미료를 만드는 법 또한 알려준다. 그리고 나와 같은 채식주의자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참기름장냉두부, 가지샐러드, 껍질콩참깨무침 등 다양한 저당질 채소 요리 레시피들을 수록해 두었다. 고기가 들어간 레시피와 고기가 전혀 안 들어간 레시피가 약 7:3 정도의 비율인 게 좀 아쉽지만, 뭐 이 책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전용책은 아니니 이 정도라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고기가 조금씩 들어간 레시피들은 나에게 맞춰 수정을 하면 되기에 딱히 큰 문제라고는 안 느껴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평소 잘 먹지 않던 곤약을 이젠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면요리 없인 살지 못하고, 면은 대표적인 탄수화물 식품이니 이를 대체할 방법으로는 곤약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칼럼 3과 칼럼 4에 나와 있는 당질 제한 소스와 드레싱 레시피는 나의 당질 제한 도전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줄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생각해 보면 메인 식재료만큼 요리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소스 아니던가? 이 책을 만나기 전엔 소스의 힘을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고당질 소스 레시피를 버리고 이 책에서 추천하는 저당질 소스부터 만들어봐야겠다. 그렇게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이젠 시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