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험한 과학책 - 지구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허를 찌르는 일상 속 과학 원리들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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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생각(상상)이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언제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사이에 벌써 올해 1월이 스쳐갔음을 느끼고, 마음속에 허무함이 차오른다. 똑같은 매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때, 이런 일상에 활력을 빨리 불어넣는 방법은? 다름 아닌 바로 '상상'이다. 상상력을 이용해 익숙함을 낯설음으로 환기시키는 것 말이다.

   엉뚱한 상상이 가득한 질문에 과학적 이론과 기발함을 잘 버무려 놓았던 랜들 먼로의 <위험한 과학책 What if>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보고플 때 읽기 무척 적당한 책이고, 그래서 지금도 이따금 펼쳐볼 정도로 좋아한다. NASA 출신 사이언스 웹툰 작가인 랜들 먼로는 <위험한 과학책>보다 더 엉뚱한 내용들로 가득 채운 <더 위험한 과학책 How to>을 내놓았다.


   랜들 먼로는 '일상 속 엉뚱한 과학적 궁금증들'(PART 3)을 '생각지도 못한' 과학적 방법(PART 1)으로, 또는 '말도 안 되게 과학적'인 방법(PART 2)으로 문제를 해결해놓았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분류해놓고 있지만 사실 크게 의미는 없다. 어딜 펼쳐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내용이 기다리고 있는 건 똑같으니까 말이다.

   만약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아직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목차만 보아도 얼마나 엉뚱한 상상으로 가득한지 알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대체 간단한 방법을 두고 왜 이렇게 유별난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읽는 걸 멈출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웃었던 부분은 PART 1에서 랜들 먼로의 엉뚱한 질문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유머를 적절하게 섞어 성실하게 답해서 오히려 더 웃겼던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와의 Q&A, '농장, 항공모함, 기차 등에 비상착륙 하는 방법' 편이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PART 3에서 나왔던 '광속으로 우주의 끝에 다다르고 싶다면?' 편이다.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우주의 끝엔 절대 닿을 수 없지만 '끝'에는 이를 수는 있다는 말이 좀 슬프게 다가오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PART 1의 '집을 통째로 날려서 이사하는 방법' 편이다. 몇 달 전 이사 후 아직도 열지 못한 채 쌓여있는 박스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와중에 이 이야기를 읽어서 그런가, 더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랜들 먼로는 짐을 싸서 그걸 일일이 이동하기엔 너무 힘들다는 것을 참으로 기가 막힌 방법으로 증명해 보인 후, 짐을 싸지 않고 집을 통째로 옮기는 게 어떻겠느냐며 기상천외한 해결책을 고려해본다. 집의 기초에 구멍을 뚫어 Ⅰ빔을 놓고 그 Ⅰ빔을 이용해 집을 들어올린 후, 이 집을 통째로 옮겨줄 수 있는 트럭이 있다는 가정하에 고속도로에서 우리 집의 연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리학 공식으로 계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런 엉뚱한 질문에도 정확한 답을 해주는 물리학이 너무 좋다며 무척 좋아하고 있다(...). 랜들 먼로는 차로 집을 통째로 옮기기엔 너무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이젠 집을 날려서 이사하는 방법을 고려해보기로 한다. 여러 대의 헬리콥터로, 혹은 화물 비행기, 우주왕복선 운반용 비행기 등 여러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전부 다 힘들어 보인다. 결국 최종적으로 생각해낸 건 '여객기 엔진'! 이 방법도 무모해 보이지만 어쨌든 이 여객기 엔진을 집에다 부착해서 이사할 곳에 도착은 했다. 그런데 그럼에도 가장 큰 난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집을 통째로 옮기는 동안 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자 속에 싼 짐들을 언제 다 풀지에 대한 난제 말이다. (뭐야, 결국 제자리잖아!)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게 이 책이다. 하지만 엉뚱한 물음, 혹은 이미 단순한 방법이 있음에도 그걸 좀 더 기발하게 해결하려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읽고 있다보면, 뛰어난 상상력으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저자가 나는 그저 부러워진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과학에서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결국 상상력이 가득한 질문을 잘하는 것이 곧 과학을 가장 잘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의 장점은 비단 과학에만 국한되는 건 아닐 것이다. 엉뚱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상천외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좀 더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반증일 테니 말이다. 단언컨대 이 책은 따분한 내 일상을 날려준 재미있는 책이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훌륭한 과학(코믹)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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