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심리학 - 일 년, 열두 달 마음의 달력
신고은 지음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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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지지난주 토요일인 5월의 마지막 날, 나는 열심히 걷고 있었다. 내가 한창 걷고 있었던 시각의 기온은 무려 29도였다. 이렇게 더운 날 대체 왜 산책한답시고 걷기 시작했을까! 이성이 서서히 마비되어 가던 나는 자신을 원망하고, 읽고 있던 책인 <이달의 심리학>의 저자를 원망했다. 작가님, '녹음이 깊은 5월은 걷기의 축제 기간'이니 당장 집을 나서라면서요! 산책을 하면 뇌에서 활성화된다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켜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더위에 절은 내 뇌는 과거의 나쁜 기억과 상념을 마구마구 현재로 갖고 와 마음의 안뜰에 풀고 또 풀었다. 슬픈 상념 속에 허우적대는 나를 이대로 삼켜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마비되기 직전의 내 이성은 <이달의 심리학> 8월 챕터에 나왔던 저자의 말을 머릿속에서 가까스로 끄집어내었다.


나쁜 상념이 나를 흔들 때는 상념이 현실이 아님을 인정한다.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저 인식해본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다.

내 인생은 불행해, 에서 멈추는 대신

내 인생은 불행하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 본서 155쪽


   내 인생은 슬프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나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나는 더워 미칠 지경이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아니, 나는 지금 진짜 슬프고 아프고 더워서 미칠 지경인데요?!! 실패였다. 실패한 것도 모자라 분노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내 상태는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그렇게 과거의 아픔을 곱씹으며 마음에 생채기를 한참 내고 있는데, <이달의 심리학> 10월 챕터 속에 적혀 있던 문장 하나가 툭 하고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론을 아는 드라마는 여러 번 보지 않는 것처럼 결론이 나버린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오래된 아픔을 아직도 곱씹고 있는 걸 보니, 나는 여전히 이 일에 관한 생각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챕터에서 권유하던 감정일기 쓰기를 -간만에 다시- 시도해 봐야 하려나? 녹음이 우거진 5월의 산책 속에서 나는 더위에 익어가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내 상태를 좀 더 나아지게 만들 생각을 해냈다며 마음 한쪽으론 기쁨이 솟아나고 있었다. 내 뇌는 어느새 '지금 나의 분노는 더위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강도가 높아진 것임을 인식하자'라며 6월 챕터의 분노 다스리는 법을 가져와 시도해 보기도 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4월 챕터와 1월 챕터에서 저자가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며 말했던 긍정 회로 돌리기 연습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우여곡절과 함께 5월의 산책이 끝나가고 있었다.



   얼마 전 읽은 <이달의 심리학>에서 저자 신고은은 '열두 달을 좇으며 순간을 살아가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일 년 동안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음의 문제와 고민을 월별로 나누고 심리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이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갖가지 실험 결과들이 등장한다. 3월에 옷장 정리를 하며 옷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매몰비용, 소유효과, 종결욕구에서 찾아보고, 12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연말연시 증후군을 히긴스의 자기 불일치 이론과 자이가르닉 효과로 살펴보는 식으로 말이다. 매달 끄트머리에는 'O월의 마음사전, O월의 할 일'이라는 이름으로 그달의 키워드와 할 일도 제안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특정 시기의 정서가 나랑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가령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사람 중 학생을 제외하면 저자처럼 3월을 시작의 달로 생각하거나 6월을 휴식의 달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여러 명에게 물어봤는데 특히 6월이 언제부터 휴식의 달이었냐고, 휴식의 달은 7월이나 8월 아니었더냐고 전부 반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점마저도 가볍게 읽기 좋은 심리학 서적을 찾고 있던 나에겐 그다지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여러 심리학 용어를 알기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달 자잘한 심리적 꿀팁을 얻을 수 있어, 전반적으로 알차면서도 읽을거리가 많아 장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7월 챕터의 '공포를 극복하는 법'에서 고소공포증을 극복 예시로 들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7월이 되면 내 인생의 골칫덩어리 중 하나인 고소공포증을 '체계적 둔감화' 기법으로 극복하는 연습을 해볼 생각에 마음이 괜스레 두근거린다. 매달 그달의 심리학을 적용해 보며 내 삶을 더욱 현명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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