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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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The Survival papers


🔺 저자 : 대릴 샤프 Daryl Sharp

🔺 옮긴이 : 정여울 

🔺 출판사 :CRETA(크레타)


🎯 나는 ‘융 심리학’이라는 말 앞에서 늘 어렵고, 멀고, 나와는 상관없는 학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펼치게 된 건, 제목에 붙은 ‘서바이벌’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살아남는다는 말은 언제나 이론이 아니라 체감의 언어니까. 


🔖 상담실 문 앞에서 망설이는 마음

  

노먼은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 겉보기에는 안정된 직업과 가정을 가진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하지만 그는 상담실 문 앞에서 오래 머뭇거린다. 자신의 고통을 말로 꺼내는 순간, 그동안 유지해온 삶의 균형이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 장을 읽으며 나는 ‘상담을 받는 용기’보다 ‘나와 마주할 용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됐다. 


🔖 불타는 집과 깨어나는 무의식  


노먼의 꿈에 등장하는 불타는 집은 강렬하다. 그 집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오랫동안 억눌러온 감정과 갈등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내면의 공간이다. 꿈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구조 신호처럼 다가온다. 애써 외면해온 감정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 같다.


🔖 고통을 없애지 않는 선택  


고통을 ‘빨리 없애야 할 것’으로 다루지 않는 태도였다. 노먼은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상담가는 그 고통을 서둘러 제거하지 않는다. 대신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그릇을 키우는 시간을 제안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처음으로 고통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됐다. 피해야 할 실패가 아니라, 통과해야 할 과정이라는 관점이 인상 깊었다.


🔖 제2막을 향한 느린 출발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노먼은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니마와 그림자, 페르소나 같은 개념들은 설명되지 않고 장면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 느린 변화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인생의 제2막은 새로 태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오래 외면해온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분명 친절하다. 그러나 모든 독자에게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중년의 위기라는 주제가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독자라면, 오히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그 불편함이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른 독자일수록, 아직 위기를 이름 붙이지 못한 사람일수록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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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 - 셰익스피어의 언어, 비틀즈의 노래, 그리고 세계를 바꾼 사상의 고향, 영국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3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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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 - 셰익스피어의 언어, 비틀즈의 노래, 그리고 세계를 바꾼 사상의 고향, 영국  

The Shortest History of England 


🔺 저자: 제임스 호즈 James Hawes  

🔺 출판사: 진성북스  

🔺 옮긴이: 박상진  


🎯 영국사는 늘 ‘왕과 전쟁, 제국’ 같은 단어로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읽기 전에는 또 하나의 압축 요약서쯤으로 예상했다. 나는 영국을 ‘섬나라’라고 부르면서도, 그 말이 얼마나 편한 단어인지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읽는 동안 “영국은 정말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있는가?” 같은 물음들이 단순한 도발로 보이지 않았다. 나라가 하나로 묶일 때마다 누군가는 언어를 잃고, 누군가는 규칙을 만들며, 누군가는 그 규칙 속에서 다시 서열을 새겼다. 그런 장면들을 빠르게 건너뛰면서도, 이상하게도 속도가 내용의 가벼움으로 바뀌지 않았다. 짧게 쓰되, 핵을 피해가지 않는 편집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아래 궁금증을 가장 짧은 시간에 풀어준다

영국 역사의 진정한 변곡점은 어디였는가?

영국은 정말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있는가?

런던은 영국의 중심인가, 아니면 분열의 상징인가?

왕은 왜 신의 대리자였고, 어떻게 그 권한을 잃었는가?

셰익스피어와 비틀즈는 영국의 어떤 정체성을 보여주는가?

영국은 민주주의의 선구자인가, 지배 엘리트의 나라였는가?

왜 잉글랜드의 남부와 북부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은가?

로마, 앵글로 색슨, 바이킹, 노르만이 영국사에 끼친 영향은?

영국인은 '섬나라'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왔는가?

종교개혁은 단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싸움이었는가?

영어는 어떻게 수많은 정복과 혼종 속에서도 살아남았는가?

브렉시트는 현재의 정치 현상인가, 역사적 누적의 결과인가?


🔖 런던을 만든 남동부의 행운  


로마가 남동부를 유럽의 일부로 엮어놓았다는 문장을 읽을 때, ‘정복’보다 ‘연결’이 먼저 떠올랐다. 도로와 도시가 생기고, 생활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부터 이미 균형추는 기울었을 것 같다. 런던은 중심이면서, 동시에 분열을 고정하는 표식처럼 보였다.  


🔖 1066년 이후, 두 개의 언어로 갈라진 삶  


노르만 정복 이후 프랑스어가 위로 올라가고 영어가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은 너무 익숙한 이야기인데, 이 책은 그 익숙함을 ‘계급의 감각’으로 바꿔 놓는다. 지배층이 쓰는 말이 바뀌면 법과 관습도 바뀐다. 말이 곧 사람을 가르는 울타리가 된다.  


🔖 왕의 신성함이 무너질 때, 의회가 자란다  


왕이 신의 대리자였다는 말이 낡게 들리다가도, 권한이 흔들리는 순간의 긴장이 전해진다. 종교개혁이 신앙의 문제만이 아니라 권력의 소유 문제였다는 대목에서 나는 고개가 멈췄다. 누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대표라는 말이 언제 폭력이 되는지 생각하게 됐다.  


🔖 북부의 굉음과 오늘의 균열, 브렉시트까지  


산업혁명 파트에서 ‘번성’과 ‘부작용’이 한 문단 안에서 같이 숨 쉰다. 굉음 속에서 부가 쌓이고, 동시에 빈민가와 긴 노동이 생긴다는 사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오히려 씁쓸했다. 브렉시트는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라기보다, 오래 삭힌 감정의 결산처럼 느껴졌다. 



📝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셰익스피어나 비틀즈보다도, 남과 북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나는 영국을 “품격의 나라”로 쉽게 묶어두곤 했는데, 그 품격이 자연스럽게 생긴 게 아니라는 점이 더 선명해졌다. 교육과 규칙, 말투와 계급의 훈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을 만들고, 동시에 사람을 나눈다는 사실이 마음 한쪽을 서늘하게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영국사를 ‘정답’으로 만들지 않고 ‘질문’으로 남긴다는 데 있다. 당신이라면 런던이라는 중심을, 통합의 상징으로 볼까 분열의 상징으로 볼까? 나는 아직도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인다.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가 알고 있던 “한 나라의 이야기”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목소리의 합창이었는지, 조금 더 빨리 눈치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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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신의 심장 중국 5대 도시군 - 첨단제조, 휴머노이드, 피지컬 AI, 바이오, 핀테크의 혁신창업 클러스터를 딥시크하다
김종문 외 지음 / 다빈치books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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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신의 심장 중국 5대 도시군, 첨단제조·휴먼노이드·피지컬 AI·바이오·핀테크, 그리고 딥시크 이후의 중국 

🔺 저자: 김종문, 동애영, 조천, 정진우, 이명화, 곽영혜, 김범기  

🔺 출판사: 다빈치books


🎯 중국의 AI와 혁신 산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몇 개의 기업 이름이나 정책 키워드에 머문다. 하지만 이 책은 시선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린다. 도시가 아니라 ‘도시군’이라는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산업·정책·자본·인재의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혁신의 실제 동력을 설명한다. 딥시크 이후 “중국을 다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 질문에 가장 정공법으로 답하고 있다.



🔖 딥시크 이후, 중국을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감각  


나는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 중국을 “큰 시장” 정도로만 떠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딥시크 이후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기술의 속도는 빠르고, 정보는 편파적으로 쏟아지고, 그 사이에서 내가 놓치고 있다는 구조에 불안이 생겼다. 이 책은 그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정리해 준다. “중국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달리고 있을까."이 질문은 답을 요구하기보다, 생각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 중국 혁신의 단위는 도시가 아니라 ‘도시군’이라는 깨달음 


이 책의 출발점은 단일 도시가 아니라 5대 도시군이다. 징진지, 장강삼각주, 웨강아오 대만구, 청위, 장강중류까지 지도 위의 점을 연결해 거대한 생태계로 보여준다. 도시군을 중심으로 산업이 분업되고, 인재가 순환하고, 자본이 이동한다는 설명을 읽다 보면 “중국이 빠르다”는 말이 조금 다른 의미로 들린다. 속도는 재능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설득이된다.


🔖 기업보다 제도: 자유무역시험구·금융·세제가 만드는 추진력


나는 기업 이야기가 주가 될 거라 생각했다. 물론 딥시크, 바이두, 도우인, 화웨이, DJI 같은 이름들이 나온다. 그런데 인상 깊었던 건 그 기업들이 ‘어떤 제도 위에서’ 성장했는지다. 자유무역시험구 정책, 투자·금융·세제, 그리고 지역 단위로 설계된 지원체계가 기술을 밀어 올리는 방식이 담겨 있다. 


🔖 5대 도시군을 따라가면, 한국의 다음 전략도 보일 것 같은 예감

  

중국을 단순히 비교하거나 흉내 내는 태도에서 조금 벗어나게 만든다. 도시군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한국 기업과 정책이 어디서 협력하고 어디서 경계해야 하는지가 더 분명해진다. 첨단제조, 휴먼노이드, 피지컬 AI, 바이오, 핀테크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전략도 ‘산업 하나’가 아니라 ‘연결 구조’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이 책의 강점은 현장감과 종합성이다. KIC 중국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가 이야기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산업·정책·지역 정보를 한 번에 밀도 높게 받다 보니, 어느 순간 숨이 찰 수도 있다. 


📌 중국을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꼭 읽어주길 바란다. 읽고 나면, 중국을 말하는 내 문장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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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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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 저자: 오하림  

🔺 출판사: 서교책방  


🎯 “모든 마음은 카피할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처음엔 그냥 예쁜 문장 모음집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좋다’고 느끼는 감정 뒤에 숨어 있던 이유가 자꾸 들춰져서, 내가 어떤 말에 흔들리는 사람인지까지 따라오게 됐다. 읽고 나니 광고 카피가 물건을 파는 문장이 아니라,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문장일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 신경 쓰이는 문장의 힘  


‘신경 쓰여’가 ‘좋아하게 됐어’의 입구라는 문장을 보고, 내가 늘 하던 감정의 흐름이 딱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예쁜 말이 아니라 너무 일상적인 단어로 마음의 구조를 설명해버리니까 더 세게 박혔다. 좋은 카피는 “설명”이 아니라 “발견”이라는 말을, 이 책이 먼저 보여줬다.  


🔖 한 줄이 만드는 장면과 온도  


“별의 수만큼 사람이 있고, 오늘 밤은 당신과 마시고 있다” 같은 문장은 제품보다 관계를 먼저 꺼내는 방식이 정말 영리했다. 상대에게 ‘나’를 증명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를 같이 마시게 만드는 느낌. 읽는 내가 괜히 한 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카피 문장들.


🔖 카피가 건네는 위로와 용기  


포카리스웨트의 “그 땀은, 네 생각보다 강하다”는 문장을 읽을 땐 이상하게 내 과거의 여름이 같이 따라 올라왔다. 땀을 ‘청량’으로 포장하지 않고, 버티고 견딘 기록으로 인정해주는 태도가 좋았다. 위로는 종종 거창한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 하나로 완성된다는 걸 새삼 배웠다.  


🔖 내 일상에 남기는 사용감  


칼로리메이트의 “등을 밀어준 것은, 그때 도망가지 않았던 자신이었다”는 문장이 한동안 머리에 남아서, 요즘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내 마음을 대신 말해줄 한 줄’을 고르는 방식으로 곁에 두게 된다. 문장 수집이 취미가 아니라 생존 기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좋아했던 광고 문장들이 왜 좋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졌다. 그래서인지 “좋다”는 감정이 더 오래가고, 더 또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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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서 - 사해 문서로 다시 보는
Daniel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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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서』 사해 문서로 다시 보는: 외경의 안개를 걷어내고, 텍스트를 다시 믿게 하는 책


the Book of Enoch 

🔺 저자 : Daniel 

🔺 출판사 : 하움출판사


🎯 에녹서는 너무 신비주의적으로 소비되거나, 과장된 이미지로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Daniel의 『에녹서 - 사해 문서로 다시 보는』은 그 불편한 선입견을 정면으로 다룬다. “믿어야 할 것은 상상력이 아니라 본문이다”라는 태도로, 텍스트의 뿌리와 전승의 흔적을 차분하게 정리해 주는 책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자연스레 가라앉았다. 


🔖 에티오피아어 번역의 그늘을 걷어내는 방식


널리 사용되어 온 번역들이 에티오피아어 역본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고, 사해 문서의 아람어 단편과 그리스어 전승이 등장한 이후에는 그 한계가 더 뚜렷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Daniel은 단순히 “새 번역”을 제시하기보다, 왜 그 번역이 필요한지부터 설득하고 있다. 원문과 전승을 대조하는 방식 자체가 정직해서, 읽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근거를 따라 스스로읽게 된다


🔖 거인, 천체, 형벌: 논쟁 지점들을 언어로 다시 세우기


사해 문서의 아람어 단편과 더 이른 그리스어 전승에서는 그 수치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장이 핵심이 아니라 “존재의 혼합과 질서 붕괴”가 핵심이라는 방향 전환이 생긴다. 천체 묘사도 마찬가지다. ‘해’와 ‘별’을 물리적 천체로만 고정해 읽을 때 생기는 충돌을, 언어의 의미 범위와 고대 근동 문화 맥락 속에서 풀어내며 불필요한 싸움을 줄인다. 타락한 천사의 죄와 형벌 문제에서도, 교리적 완화나 임의적 순화를 경계하고 본문이 가진 긴장과 무게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분명하다.

🔖 에녹 1서 108장: 한 권의 문서가 아니라 여러 시대의 기록이다


감찰자들의 책, 비유의 책, 빛들의 책, 꿈과 환상들의 책, 에녹의 서신으로 이어지는 다섯 부분 구성 자체가 “한 번에 쓰인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신앙적 기록”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특히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에녹서가 단지 외경이라는 이유로 주변부로 밀려날 문헌이 아니라 창세기 6장, 다니엘서, 유다서, 요한계시록 등 정경 본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을 제공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붙는다. ‘정경을 대체하는 책’이 아니라 ‘정경을 비추는 책’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게 느껴졌다.


🔖 결론(108장)의 울림: 심판의 언어가 끝내 위로로 닿을 때


책에서 “사해 문서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분명히 표시된 결론부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이 장을 배제하지 않고 포함하면서도 전승의 성격을 구분해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 결론부는 심판의 이미지가 강렬하지만, 끝은 결국 의인을 향한 확신과 위로로 닿는다. ‘빛의 세대’라는 표현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세상의 영광보다 하늘을 더 사랑했고, 모욕과 수치를 겪었으나 끝까지 견딘 이들이 마침내 광명 속에서 드러난다는 선언은, 에녹서가 공포의 문서로만 소비되어 온 관행을 조용히 뒤집는다. 지금의 가치 판단을 다시 묻는 윤리적 질문처럼 읽힌다.


📝 에녹서는 더 이상 기묘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된 질문을 들고 오늘을 찾아오는 문서처럼 느껴졌다. 본문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방식이 신앙의 상상력을 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믿음의 언어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외경을 통해 정경을 다시 읽는 일이 이렇게 담백하고 차분할 수 있다는 점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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