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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권세 - 전체주의 공포와 기능장애에 빠진 민주국가들에서 기독교의 정치적 증언
톰 라이트.마이클 F. 버드 지음, 홍종락 옮김 / 야다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예수와 권세 - 전체주의 공포와 기능장애에 빠진 민주국가들에서 기독교의 정치적 증언』
🔺 저자 : 톰 라이트(Tom Wright), 마이클 F. 버드(Michael F. Bird)
🔺 번역 : 홍종락
🔺 출판사 : 야다북스(YadaBooks)

💬 정치는 시끄럽고 신앙은 조용해야 한다는 오해가 오늘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예수와 권세』는 그 익숙한 분리를 단숨에 뒤집는다. 로마 제국의 그늘 속에서 예수가 선포했던 하나님 나라의 권세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권세가 오늘의 민주사회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어떤 목소리와 행동으로 드러나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두 신약학자는 역사와 성경, 신학과 시민 윤리를 촘촘히 엮어 “복종과 전복 사이”라는 어려운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 권세를 향해 진리를 말하되, 사랑과 책임을 잃지 않는 태도. 개인 경건의 울타리를 넘어 공적 삶에서 복음을 증언하는 길. 책장을 넘길수록 예수의 왕권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오늘의 거리와 의회, 학교와 직장에서 실천되어야 할 삶의 질서라는 사실이다.
🔖 제국의 그늘에서 태동한 하나님 나라
예수의 복음은 사영리나 내세의 약속에 갇힌 개인 구원의 처방이 아니라, 로마 제국이 지배하던 현실 한가운데서 선포된 권세의 재정의였다. 유배의 끝, 새로운 출애굽, 새 언약과 새 성전, 이스라엘의 회복이라는 예언의 실현을 통해 “하나님이 왕으로 오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즉 예수의 선포는 제국의 폭력과 거래하는 종교적 위로가 아니라, 다른 통치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선언이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하늘의 관념이 아니라 땅의 실제였고, 정치적 권력과 영적 권세가 교차하는 접점에서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에게 좋은 소식으로 다가왔다.

🔖 권세와 교회, 복종과 전복 사이
요한복음과 바울서신을 따라가면 권세는 창조되었고, 반란을 일으켰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패배하고 화해를 향한다는 역동을 본다. 바울은 통치 권위를 무조건 미화하지도, 반대로 냉소적으로 해체하지도 않는다. 그는 정부가 공공의 선을 위해 임명된 하나님의 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통치가 정의를 떠날 때 교회가 침묵할 수 없다는 긴장을 끝내 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종은 원칙이고 저항은 예외가 아니다. 복종은 질서를 위한 사랑의 방식이며, 저항은 우상화된 권력이 이웃을 삼킬 때 이웃 사랑을 지키기 위한 책임이다.

🔖 하나님 나라의 비전과 시민 윤리
하나님 나라는 세상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위한 나라다. 그러므로 신자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사랑과 정의, 화해와 창조 보전을 통해 새 창조의 조각을 앞당겨 보여주는 사람들로 부름 받는다. 책은 비전이 추상에 머물지 않도록 시민 윤리를 제안한다. 말의 온도를 낮추고 사실을 존중하는 공적 담론, 약자의 권리를 지키는 참여, 다원 사회에서 타자와 협력하는 태도, 그리고 교회 내에서부터 권력 남용을 경계하는 내부 개혁까지. 여기서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한 체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들이 사랑과 책임을 연습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장으로 평가된다.

🔖 공포와 분열의 시대, 사랑으로 증언하기
분열과 혐오가 확산될수록 우리는 더 쉬운 답을 찾는다. 강한 자에게 기대거나, 반대로 모든 권위를 불신하며 무력감을 소비한다. 이 책은 그 두 극단을 동시에 거부한다. 공격적 권세의 언어 대신 예수의 권세, 곧 십자가와 부활이 보여 준 섬김의 힘으로 공적 삶을 바꾸라고 요청한다. 권리를 내세우되 책임을 잊지 않고, 승리를 갈망하되 원수를 사랑하라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현실의 기술로 훈련하라고 부추긴다. 교회의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그래서 더 투명하고 더 낮아지는 방식으로 시민 공간에 참여하라고 권한다.

💬 권세는 힘센 자의 손아귀가 아니라, 십자가로 다시 쓴 사랑의 질서라는 것을 이 책은 끝내 설득해낸다. 두려움이 커질수록 더 낮아지라는 예수의 길, 분열이 깊어질수록 더 가까이 다가가라는 하나님의 나라.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 한가운데에 조용한 결심이 자리 잡는다. 말부터 바꾸자, 오늘의 자리에서 시작하자. 그 작고 구체적인 순종이 내 이웃의 하루를 살릴지도 모른다.
📌 이 책은 공포와 분열의 시대에도 사랑으로 증언하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