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 -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의 마음과 인간관계,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케이트 아이크혼 지음, 이종민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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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에게 준 여러 축복 중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망각이다. 잊고, 잊힐 권리.

 

아날로그 시대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 들어선 지금은 어렵게 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경험한 X세대인 나로선 '망각이 축복'이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않은 흑역사로 기록된 사진이나 영상물들은 당시 태워버리거나 없애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에 SNS를 매개로 수없이 공유되고 재생산되면서 끝없이 정보의 주체로써, 내가 잠든 시간에도 떠돌고 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오래전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성인들에 비해 이미지에서 소외되거나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선 이들이 주체가 되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SNS 스타가 탄생하기도 한다. 분명 여러 장점과 순기능들이 있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간과할 순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잊는 것과 잊힌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면, 성인기까지 간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은 '잊고, 잊혀야' 성장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바로 이 과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 73page

 

어린 시절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끊임없이 현재의 나에게 소환된다면 그 경험은 끔찍할 것이다. 일례로 2016년 오스트리아의 한 소녀가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페이스북에 끊임없이 올린 부모를 고소한 사건이 그렇다. 니체는 망각 능력을 상실한 사람에게는 행복도 희망도 현재도 없다고 단언했다. 프로이트는 재구성 된 사건을 '차폐 기억'이라 불렀는데 이는 우리의 주의를 견딜 수 없는 공포로부터 마음이 놓일 만큼 무해하고 친숙한 대상으로 돌릴 수 있다고 봤다.

 

역사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심리사회적으로 유예의 시기를 허용해 왔으며, 이 시기에 청소년들은 경험에 따르는 여러 결과로부터 책임을 면제받았다고 지적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전례 없는 규모로 기록되기 전까지만 해도 더 많은 청소년들이 시험 삼아 뭔가를 해 보고, 일을 그르쳐도 보고, 그러면서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거의 추궁받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160page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선 잊고 싶은 기억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억의 재구성을 통해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길 수도 있었고 청소년기의 어리석은 행동들은 치기 어린 행동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은폐'라는 또 다른 문제점들이 논의될 순 있겠지만) 그리고 어떤 정보가 퍼지기까지 시간이 있었고, 나만 혹은 내 가족만 잊으면 되었다.

 

지금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뤄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고민하고 후회하고 반성해 보기도 전에 비난부터 받고 모욕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잊는 것보다 타인에 의해 잊힐 권리가 화두가 된 시대이기도 하다.

 

이것은 결국 스스로를 표현하고 널리 알릴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게 된 대가로 치러야 할 값비싼 일일까?
-123page
 
망각은 가벼운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요긴한 버팀목이자 심각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 주는 만병통치약이다. 스스로 잊고 타인에게도 잊히는 것은 이런 면에서 누릴 수 있는 큰 자유다. 자신의 기억이나 누군가의 기억 때문에 과거에 얽매인다면 현재와 미래에 자신을 재창조할 수 없다. 망각의 종말이 누구보다 청소년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바로 망각이 그러한 자유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86page

 

저자는 여러 심리학자, 철학자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디지털 미디어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실례를 들어 오늘날 우리가 묵과하거나 간과해온 문제점들을 제기하며 그 대책으로 유료 삭제 서비스 및 디지털 금욕 등 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도 말했듯 이는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기에 앞으로 우리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살기 위해선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자 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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