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견고한 것들은 하이퍼텍스트 속으로 사라진다
최혜실 / 생각의나무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일단 제목이 멋지다. 요즘 내용과 제목이 따로 노는 나쁜 과대포장의 경향이 더러 눈에 거슬렸는데, 오랫만에 눈길을 끌면서도 적절하게 내용을 표상하는 제목을 만났다. 이 책은 저자가 인문학과 사이버 공간이라는 두 소재를 가지고 서로 중첩되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내용이다. literati, digerati와 같은 개념에서 시작해서 결국 하이퍼텍스트로 나간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회에서 인문학의 자기모색을 더듬어보고 있는 것이다. 매체가 변화시키는 세상에서, 인간과 기계의 소통은 근대적 주체에게 어떤 균열을 파생시킨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저자는 이 문제를 다양한 이야기들로 풀어낸다. 그러나 앞머리에서 이런 현상의 본질과 공통점을 잡아내겠다고 말했던 것과는 달리 결론이나 방향성이 미약하다. 즉, 뚜렷한 주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매체의 변화를 이끈 디지털 시대, 하이퍼텍스트, 사이버 공간의 핵심을 잡아내기보다는 그 다양한 변양을 소개하는데 그친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좀 더 독창적이고, 의미심장한 결론이 없어서 책을 이끈 다양성이 죽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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