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성에 관하여
L.비트겐슈타인 / 서광사 / 1990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의 생애 마지막 일년 반 동안의 글을 묶은 것이다. 선별 모음은 아니고, 독립된 주제로 다루어진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평생 주제가 그러했듯이, 이 책에는 지식과 확실성, 그리고 상호이해와 객관성 정립의 문제가 다뤄져 있다. 특히 언어를 중심으로 한 인간의 인식의 가능성과 가능근거, 그리고 한계의 문제는 세계의 핵심을 묻고 있다. 인간과 세계의 관계는 과연 무엇인가? 근대철학부터 급격히 중요하게 부각된 인식의 문제는 현대에는 언어를 중심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바뀌었는데, 나는 여기에 대해서 회의를 가지고 있다. 언어를 통해서 세계를 다시 복원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그것은 축소된 세계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인식론적 문제는 존재론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인식의 체계는 존재의 역사, 구성, 관계 속에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언어만으로는 객관성의 가능근거와 타자와의 소통가능 근거가 해명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또한 참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비트겐슈타인을 철저히 해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그런 과정 속에서 읽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공자 2008-04-1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분석철학이나 논리실증주의에 대한 비판으로서는 적절하지만,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비판으로서는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아니, 더 넓게 보자면, 말씀하시는 것이 철학에 대한 문제인지, 아니면 더 포괄적인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언어만으로 지식과 커뮤니케이션의 근거가 해명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물리주의적 관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하이데거 식의 존재론적 해석학을 견지하고 계시는 건가요?

비트겐슈타인은 어디까지나 '철학'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탐구하려고 했습니다. 객관성의 가능근거나 타자와의 소통가능 근거가 언어만으로는 마련될 수 없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굳이 비트겐슈타인을 '해부'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철학이란 한계적인 것입니다. 철학은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확실성에 관하여'에서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일종의 언어게임으로서 존재하는 '배경명제'가 우리의 지식의 기반이 된다는 것입니다. 제목은 확실성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의 '앎'을 '철학'으로 규명하고자 할 뿐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저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존재의 역사, 구성, 관계 속에서 인식의 체계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 부분이야말로 '언어'와 관련되어 있는 것 아닌가요? 인식론이 언어를 다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두 개가 완전히 동일선상에서 이해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분석철학자들이 그토록 경멸했던 하이데거는 존재 일반을 무엇으로 밝히고자 했습니까? 다름 아닌, 언어에 대한 해석과 이해가 아니었던가요? 최근 대륙철학에서의 현상학과 영미의 분석철학이 서로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님께서 알고자 하는 것은 제가 생각하기에, 철학보다도 물리적 대상을 다루는 과학을 통해 비로소 성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프랑스 지적 전통에 크게 영향을 받으셨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