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잔치 - 성우신서 7
조우현 / 성우출판사 / 1992년 1월
평점 :
절판


플라톤의 '잔치'(symposium; 향연으로 번역되기도 함)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리스, 희랍철학을 전공하지는 않지만, 대학 초년생 때, 이것의 영역본을 가지고 강독을 했던 기억도 있고 하니, 고전임은 분명한 듯하다. 적어도 나 개인의 입장으로서는 대화식으로 되어 있는, 흔히 말하는 변증술 형식의 희랍철학 저작의 형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고생하고 있다. 그들의 논의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잔치 역시 그랬었다. 마치, 나는 결코 그들의 지적 심포지움에 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안에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소크라테스는 위대하며, '선의 이데아'는 현대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보석이다.

'좋음'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정의주의에 빠져 있는 현대윤리학이 다시 고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는 여전히 죽지 않았다. 이데아, 쉽게 말해, 인간이 궁극적으로 염원하는 세상은 여전히 현재에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꿈꾸는 세상과 인간이 꿈꿨던 세상은 다르고, 인간이 살려는 세상과 인간이 살았던 세상은 다르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의 깊이를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두 가지는 확실하다고 본다. 우리에게 좋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좋음을 규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과연 합의, 혹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문제는 이것이다. 우리가 좋음을 규명할 수 있는 공론장이 없다. 우리는 점점 알지 못하는 궤도이지만, 좋음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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