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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철학사
페터 쿤츠만 외 지음 / 예경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림으로 읽는 철학사'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철학 개론서이다. 좋은 종이(재질은 좋으나 무겁다)로 그림과 설명을 5:5의 비율로 보여주는 이 책은 분명 그 값이 꽤 비싸기는 하지만 장점은 있다. 무엇보다, 철학자의 이론과 사상을 한두장의 그림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한손에 쏙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단점이 될 수 있다. 철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의 이론을 도식화하지만 그것은 저자의 임의적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즉, 여러 사람의 검증을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며, 따라서 이런 도식은 저자가 이해한 위대한 철학자들의 단면이 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림과 곁들어 제시되는 설명들도 보통의 쉬운, 혹은 그림을 첨부한 철학 개론서들이 인용을 달지 않고 설명하는 것에 반해 여러 인용과 일정 부분 깊이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용은 고딕체로만 되어있을 뿐, 정확한 인용처리를 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그 인용의 맥락이 곧잘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그림을 합쳐도 한두장의 분량에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를 다룬다는 것은 그의 인용을 첨부하는 것이 오히려 거 종잡을 수 없는 서술이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방대한 저술을 볼 때, 그 인용은 오히려 전체적인 저자의 관점도, 그렇다고 해당 철학자의 사상도 반영하지 못하는 모호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에는 참고문헌이 정리되어 있지만, 그것도 모두 독일어이고, 저자가 독일인이라는 한계를 드러내듯이 현대철학 부분에 독일과 영미철학의 일부분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철학을 폭넓게 공부하려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두어야 할 책이지만, 그렇다고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못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