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이정우 지음 / 산해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정우 선생님을 존경한다. 그러나, 그의 전문적인 글들을 읽을 때완 달리 이 책에 대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예전부터 이정우 선생님의 철학 가운데 정치적인 부분이나 실천적인 부분이 너무 과소한 것 아니냐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들뢰즈와 푸코 두 명의 학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그러나 그 이외에도 상당히 박식하다), 주로 들뢰즈의 용어가 많이 체화되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들뢰즈이 정치철학은 좀 논의의 여지가 있다. 노마드나 리좀 개념은 역능의 어떤 새로운 구성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지적인 게릴라전은 물론 일시적인 효과야 있겠지만 궁극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안토니오 네그리가 훨씬 강력하다.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들뢰즈가 너무 반프로이트적이긴 하지만, 맑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게 원인이기도 하겠다. 혹은 니체의 영향을 너무 받았던지.

어쨌든 이런 잠재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겠고, 개인적으로는 이정우 선생님이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별로 그 방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은 이정우라는 그 코드만으로도 많이 읽힐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철학의 문제는 좀 더 강력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보강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 책의 마지막에 다소 논란이 있었던 앨런 소칼의 책에 대해서 고발을 했는데, 좀 미진하다고 느꼈다. 별로 강력한 대응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훨씬 정합적으로, 그것도 철학의 영역 안으로 끌고 들어와 호되게 비판할 수 있었을텐데, 사력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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