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지향의 일본인 - 이어령글방 1 이어령 라이브러리 31
이어령 지음 / 기린원 / 198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는 감탄했다. 그리고 두 가지 일을 했다. 우선은 이어령 선생의 칼럼이나 그가 쓴 다른 책을 찾아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축소지향의 일본인, 그 이후>를 구입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어느 누가 읽어도 감탄할만한 일본, 일본인論이다. 그리고 역시 이어령이다! 라는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솔직히 한국에서 일본에 관한 책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이어령 선생의 이 책이 계기인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견해로는 일본에 대해 아직까지 이만큼 전문적인 깊이를 갖춘 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책의 매력은 대단하다.

이어령 선생은 그만의 박식함을 토대로 일본인은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민족임을 꼼꼼히 지적한다. 어떻게 반론을 할 수가 없다. 하이쿠에 대한 분석 필두로 하여, 2장에서는 축소지향의 여섯가지 모형을 분석하는데, 이레코형, 쥘부채형, 아네사마 인형형, 도시락형, 노멘형, 문장형 등 그 모두 빼어난 분석이다. 즉, 일본인은 부채나 가면, 도시락 등에 세상을 축소하여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섬나라 특수의 기질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신기한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이며 인식인 것이다.

3장과 4장에서는 이 축소지향에 대해 일본 문화 저층부에까지 침두해 치밀한 논증을 펼친다. 이를 토대로 일반인은 일본에 대한 많은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5장에서는 논의의 폭을 넓혀 일본인들이 산업문화에서도 축소지향의 잠재적인 의식을 많이 표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6장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 책을 끝맺고 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뭔가 뿌듯한 감탄과 한국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아마 일본인을 일본인으로서 잘 파악한만큼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트러스트>라는 책으로 한국의 사회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저신뢰 사회이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혹독한 분석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국내의 사회학자들은 어느 누구도 반론을 펴지 못했다. 비록 분석이 너무 가혹하긴 했지만, 이론적으로 완벽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어령 교수의 이 책도 일본에서 그런 반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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