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오늘 - 생각하는 글들 3
울리히 뵘 지음, 이진우 옮김 / 이끌리오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철학의 오늘>은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들이 국영방송에서 대담을 했던 것들을 편집하여 출판한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울리히 벡, 위르겐 하버마스, 한스 요나스, 칼 프리드리히 폰 바이체커와 같은 지식인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고령인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까지 나와서 진지하게 토론에 임했다. 그만큼 이 토론은 성실했으며, 권위를 지닌다고 볼 수 있겠다.

내가 이 책을 샀던 이유는 솔직히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우리 나라에는 왜 이러한 토론이 없는지 아쉬웠기 때문에, 독일이 어떤 형태로 토론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들이 어떻게 토론을 하게 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진행하는지를 알면,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행을 건의해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흔히 지식인들은 사회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활발한 토론과 계급없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들은 이런 사회는 이상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스스로 피해나갈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발벗고 나서서 그러한 토론을 만드는 일을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얼마전부터 겨우, 김용옥 선생이 황금시간대에 강연을 했던 정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식인들이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다. 토론문화의 부재를 항상 외치면서 그들은 독일과 같은 토론을 하지 않는다. 꼭 이 책 '철학의 오늘'을 읽어보셨으면 한다.

이공계 계통의 토론도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그것은 전문적이다. 그러나 정치영역에 대해 그 입법자나, 해방 방면에 권위있는 교수들이 나와 토론을 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을 것이다. 그런 방송을 본 국민들이 토론 문화를 배울 수 있고, 지식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공공규범을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좋겠고, '동양의 윤리 사상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와 같은 논의도 좋을 듯하다.

문제는 실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훌륭한 지식인들인 국회의원들까지도 점잖은 토론을 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다. 고언과 폭력, 권위와 강압만이 있는 사회가 한국 지식인의 공론영역이다. 따라서 나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몸으로 토론문화를 습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토론이야말로 각자 서로 다른 의견들을 절충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이 책에서 많은 점을 배웠고, 그들의 품격있는 토론 문화에 감탄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TV에는 대체 드라마와 쇼프로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론매체와 지식인이 발벗고 나서 토론채널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은만큼 어느 프로 못지않은 시청률 또한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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