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
윤평중 / 민음사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니체 서거 100주년을 맞아 국내의 니체 전공 철학자들이 시의적절하게 쓴 논문들을 묶은 책이다. 니체에 대한 국내의 연구가 얼마나 진척되어 있으며 또한 어떤 지향성을 띠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책의 전반적인 구성상 2부와 3부의 논의는 국내에서 니체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 이유는 1부에서 보여진 니체의 문헌학적인 해석은 탁월한 수준이었지만, 2부에 있어서 니체의 현대적 의미라든지 3부의 니체의 미학과 예술관은 짐짓 그 경계가 불분명하고 국내의 독특한 작업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니체는 아직까지 그 자체로서 읽히거나, 아니면 데리다-푸코-들뢰즈와 같은 후기 구조주의자들의 독창적 해석을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니체가 어떻게 수용되어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중간점검하고 새롭게 방향화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나에게 책의 내부적으로보다는 외부적으로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백승영 선생이 1부에서 보여준 전반적인 니체 개괄이 좋았다고 본다. 그것은 국내에서 니체는 이미 상당히 이해가 되었고, 이렇게 빼어난 글로 요약될 수 있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또한 니체 안에서 그 해석과 주요개념에 대한 정립은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니체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1부의 본론과 거기에서 제시된 각종 참고문헌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2부에서는 이창재 선생이 니체와 프로이트를 비교한 글이 깔끔했고, 서동욱 선생이 들뢰즈의 니체 해석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서동욱 선생의 글은 많이 읽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프로이트와의 관계에 대한 이창재 선생의 글을 더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머지 글들은 조금 난해하게 다가왔으며, 3부에 실린 세 편의 글들 또한 그 큰 주제가 2부와 겹치는 것 같아 껄끄러웠다. 특히 니체의 사회철학적인 함의를 충분히 밝혀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이 책이 국내의 니체 연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점으로 충분히 무마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공동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국내 철학, 더 나아가 인문학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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