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 시공 로고스 총서 5 시공 로고스 총서 5
J. G. 메르키오르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J. G. 메르키오르의 <푸코>는 상당히 전투적이고 비판적인 푸코 개론서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책에 별 다섯 개를 주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학자에 대한 긍정은 쉽지만, 그를 비판하고 논평하는 것은 긍정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저자가 이 책의 서두에서 푸코를 과도하게 평하절하했던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아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공감하겠지만, 저자는 푸코에 관한 모든 저작과 논평을 꼼꼼히 읽었으며, 그를 바탕으로하여 상당히 예리한 비판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리하고 엄격하게 한 명의 학자를 논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물론, 푸코가 그의 저작 '외부'에서 불러일으킨 반향과 선구자적인 면모를 이 책은 과소평가하는 점은 분명히 있다)

본문에서 저자는 우선 <광기의 역사>에 대한 짧은 논평 후에 푸코의 고고학을 탁월하게 분석한다. 특히 그가 <말과 사물>에서 에피스테메 개념을 만들었을 때의 문제점과 그것이 결국 푸코 후기에 있어 개념의 폐기로 이어지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쿤의 패러다임 개념과의 상이점과 공통점을 빠짐없이 논하고 있다. 그 다음 장에서는 <말과 사물>에 나타난 에피스테메의 시대구분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고학에 대한 전반적인 의미를 평가한다. 그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고고학에서 후기의 계보학으로 넘어가는 경첩이라 할 수 있는, <지식의 고고학>을 분석한다. 담론(discourse)과 언표(enonce)에 대한 개념 분석이 대표적이다.

7장 '감금사회의 발견'은 푸코에 있어서나 이 책에 있어서나 頂点이다. 즉, 공간분배의 기술, 행위의 통제, 훈련, 전술 등을 다루는 계보학과 그 중심개념으로서 권력에 대한 분석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이 책은 여기에 대한 분석이 에피스테메 개념 분석보다 조금 미흡한 면이 있다. 아마 여기에 대해서는 푸코의 탁월한 연구를 인정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가 푸코의 권력(pouvoir) 개념을 분서하면서 그의 이론에 스스로가 매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참으로 생산적인 지적이라 하겠다. 괴델 역설과 더불어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푸코가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性의 역사>에 있어서 '근대적 주체의 출현 속에 존재하는 권력' 개념에 대한 분석을 행한다. 여기에 대한 논평 역시 적절하며 흠잡을데가 별로 없다.

따라서 이 책은 푸코의 개론서로서는 상당히 훌륭하다. 꼭 읽어두는 것은 푸코를 정리하고, 또한 그를 재음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저자가 푸코의 이론적 업적을 긍정함에도 불구하고 책의 결론에서 그를 아나키스트로 평가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푸코는 나의 생각으로는 분명 현대철학에 있어서 중심이기 때문이다. 즉, 그가 니체를 이어받아 수행한 계보학적 작업은 무정부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 새로운 政治體를 위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파괴적이라고 해서 무정부주의적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저자의 견해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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