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자연 까치글방 52
그레고리 베이트슨 지음 / 까치 / 1998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레고리 베이트슨을 김영민 교수가 쓴 <컨텍스트로, 패턴으로>에서의 소개를 읽고 접하게 되었다. 그 글에서는 정말 베이트슨을 극찬하는데, 후의 일이지만 그때는 재밌게 읽었던 김영민 교수의 글이 베이트슨의 사유에 너무 젖어 그다운 독창적 작업이 되기엔 좀 무리가 있었던 것도 같다.

베이트슨의 <정신과 자연>은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책 3권 가운데 가장 빼어나다고 생각된다. 특히 1장에서 학습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것이 사물을 연결시키는 패턴을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서 그러하다.

이것은 상동성(homology) 개념과 맞물려, 컨텍스트 개념에로까지 나아가는데, 이 부분은 정말 생물학이 어떤 점에서 매력적인 학문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예컨데, 추상적 사유만큼이나, 실증적 실험에서 우리들이 얻는 성찰도 크다는 것이다.

베이트슨은 기존의 교과서가 알려주는 전형화되어 있는 문제와 답에 대한 논리계형을 여지없이 깨어버린다. 그리고는 그것을 주체적으로 사유하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크레아투라와 플로레마 각각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세계는 어떻게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지... 이 책은 마치 우주의 언어를 번역한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정신과 자연>이 나에게 가장 즐거움을 줬던 부분을 꼽으라면, 계통발생과 개체발생이 어떻게 서로를 寫像하며 그들의 상동성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우주적 차원의 공진화를 가능하게 하는지를 알려줬던 점이다. 이것은 그의 기술과 설명 및 토톨로지에 대한 언급(102p)에서 나오는데, 세계가 하나의 토톨로지라는 것은, 말하기는 쉬워도 이해하기는 어려운 명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