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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해력, 어떻게 가르칠까 - 미국의 사례와 시사점
김민정 외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4월
평점 :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디지털 시대, 정보 판별력을 키우는 ‘역사 문해력’ 교육의 실천적 해법을 담은 책


더 이상 단편적인 역사 사실의 암기와 인출이 역사 수업의 목적이거나 피할 수 없는 선택지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중요한 공통점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들의 역사 자료 평가 능력과 증거 기반 논증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교육과정이 어떻게 구성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수, 학습 방안과 지원 체계가 어떻게 마련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지적 탐구이자 생산적인 시사점을 제공하는 기회가 된다. -p67
"역사를 왜 배우나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시험을 위한 암기 과목이 되어버린 교과서 속 역사는 현실과 무관해 보이기 쉽고, 아이들에게는 딱딱한 연표나 국정 교과서의 밑줄로만 남기도 한다. 《역사 문해력, 어떻게 가르칠까》는 바로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단순히 가르치는 기술을 넘어, 역사를 왜 배우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있는 힘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책이다.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책은 내가 배운 역사학의 본질—자료를 탐구하고, 해석하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사고의 과정—을 초등·중등 교육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풀어낸 점이 깊이 인상 깊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진가는 역사를 처음 접하는 학생과 부모, 초보 교사에게 ‘역사 문해력’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안내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딱딱한 연표나 인물의 나열 대신, 지금 우리가 진짜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바로 정보의 진위와 출처를 스스로 가려내고, 자료 속에 숨겨진 진짜 의미와 맥락을 읽어내며, 나만의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힘—이것이 '역사 문해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가짜 뉴스가 판치는 지금, 이 능력은 역사 공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전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필수적인 힘이 된다.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네 가지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역사가처럼 읽기》는 교사가 어떤 자료를, 어떻게 연결하여 학생에게 다가갈 것인가에 따라 수업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읽기·탐구하기·쓰기》는 읽기와 쓰기를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참여의 언어로 확장한다. 학생들은 연설문, 안내문, 이메일 등 실생활 텍스트로 과거를 쓰며 현재를 고민한다. 《세계사 프로젝트》는 교과 간 융합을 통해 학생의 시야를 넓히고, 《시민성 배우기》는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질문하는 시민’의 태도를 기르도록 이끈다.


《역사 문해력, 어떻게 가르칠까》는 교사에겐 수업의 방향을, 학부모에겐 교육의 본질을, 그리고 학생에겐 역사를 ‘살아 있는 텍스트’로 느끼는 첫 경험을 제안한다. 특히 역사를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온 이들에게, ‘자료를 읽고, 스스로 질문하며, 나만의 관점을 갖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역사 문해력은 과거를 배우는 힘이자,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선택하는 힘이다. 이 책은 그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실천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안내서다. 역사를 전공했지만 교육 현장에선 늘 막막했던 나에게 새로운 지도를 건네주었던 이 책처럼, 역사를 처음 접하는 모든 초보자들에게도 분명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