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가든
한윤섭 지음, 김동성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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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에서 생명의 의미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




**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갖는 힘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문자가 나오기 전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하던 때 생긴, 이야기 좋아하는 DNA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한윤섭 작가가 5년 만에 선보이는 동화 <숲속 가든> 이 책은 이야기의 힘을 통해 우리를 현실과 전설의 경계로 이끄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성 작가의 그림과 함께 볼 수 있는 <숲속 가든>은 겉보기에는 기묘하고 신비로운 네 편의 단편 동화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심코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여러 갈피와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매일 죽음의 게임을 벌이는 닭의 운명(〈숲속 가든〉), 생명의 기한이 적힌 시계를 찾아 시간의 동굴로 가는 사람들(〈이야기의 동굴〉), 혼란스러운 현실 속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의 서글픔(〈잠에서 깨면〉), 무자비한 힘에 맥없이 떠밀리는 물고기의 이야기(〈비단잉어 준오 씨〉) 등. 한윤섭 작가는 이러한 독특한 소재들을 통해 생명력을 부여하고 진실을 좇으며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김지은 평론가의 추천사처럼, <숲속 가든>을 읽다 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잊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김동성 작가의 그림은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키며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깊이 데려간다. 처음에는 능청스럽게 시작된 이야기가 책장을 넘길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숲속 가든>을 통해 우리는 아득한 이야기의 맛을 보고, 무심하게 보던 것들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생명 앞의 우리 자신을, 그리고 생명으로서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는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를, 어른들에게는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독특하고 의미 있는 동화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숲속 가든>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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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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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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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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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격랑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간 예술가들의 고백을 담은 책




창작을 한다는 건 무언가를 다순히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어쩌면 ‘견딘다’는 말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스스로를 해체하고, 말이 되지 않는 마음을 언어와 이미지로 길어올리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수고 끝에 겨우 한 조각의 진심을 세상에 꺼내 보이는 일이니까.


미술평론가 마이클 페피엇은 그런 사람들을 곁에서 오래 지켜본 이다. 그는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이란 책에 반 고흐, 자코메티, 베이컨, 피카소, 달리 등 20세기를 뒤흔든 예술가들과 직접 나눈 시간과 기억, 그리고 그들의 작품과 정신을 담았다. 단순한 전기가 아니다. 작품을 감상하고 설명하는 대신, “왜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묻는다. 즉, ‘예술가의 생의 결’ 속에서 창작의 뿌리를 더듬는 것이다.


책을 펼치면 우리는 반 고흐를 ‘고흐’가 아니라, 빈센트라는 한 사람으로 만난다. 가난과 외로움, 사랑의 결핍 속에서 삶을 견디기 위해 붓을 들었던 사람. 또 피카소가 어린 시절 먹었던 수프의 맛을 평생 잊지 못했다는 에피소드는 창작이 얼마나 사소한 기억에서 피어나는지, 그 기억 하나가 어떻게 생을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란 무시치는 다하우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았지만, 자신의 그림에 분노도 복수도 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일어났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일어나고 말았어.” 이것이야말로 창작자의 내면을 가장 조용하게 흔드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의 가장 깊은 울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작을 한다는 건 ‘감정을 폭발시키는 일’이 아니라, 삶을 조용히 껴안는 일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끌어안음이 얼마나 고요하면서도 숭고한지를 알려준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사나 기법, 이론에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예술을 향한 애정, 존경, 그리고 끝없는 질문을 담은 한 편의 긴 산문이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오래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때로는 회고처럼, 때로는 고백처럼, 때로는 위로처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초보 창작자라면, 또는 앞으로 뭔가를 쓰고 그리며 살아가고 싶다면 이 책은 단순한 예술서가 아니라 우리를 자신을 위한 기록이 될 것이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 끝나지 않는 습작, 자꾸 버리게 되는 글들 사이에서 마음이 무너질 때, 이 책이 곁에 있다면 다시 책상으로 돌아올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삶을 견디는 방식이자 그 삶을 아름답게 남기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끝내 그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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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집 - 개정판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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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닮고 싶은 타샤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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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집 - 개정판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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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든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북



처음 타샤의 집에 찾아갈 때 경치 좋은 기다란 길로 접어들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서 있는 멋진 나무숲을 보게 된다. 집이 가까워지면 층층이 부채꽃 초지를 만나거나 대형 헛간을 언뜻 보게 될 무렵이면, 굴뚝에서 유유히 피어오르는 연기의 향을 맡게 된다. 정작 난로에서 나는 향기는 어딜 가든 따라다닌다. -p27


애플사이다를 짜는 일은 매년 가을마다 기대되는 행사이다. 타샤는 애플사이다를 짜는 날이 되기 한참 전에 필요한 기계를 창고에서 꺼내 놓는다. 타샤의 집 구석구석에는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기계가 숨겨져 있다. 때가 되면 그 기계들을 밖으로 내와서 사용한다. 사이다를 짜는 기계도 그중 하나이다. -p125


타샤 튜더는 내가 오래도록 닮고 싶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비밀의 화원』의 삽화를 그린 그녀는 『1은 하나』와 『Mother Goose』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며 미국 그림책 작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지만, 그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녀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전에 그녀의 삶을 담은 『타샤 튜더 나의 정원』, 『타샤의 그림』을 읽었다. 그림책 작가이자 정원사로서, 또 네 아이의 어머니로서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이 책 속에 고요하고 단단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책들을 읽으며 그녀가 살아낸 계절과 손길을 마음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번에 다시 『타샤의 집』을 통해 그녀의 일상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



『타샤의 집』엔 퀼트와 손뜨개, 바느질, 물레질, 바구니 짜기, 애플사이더 만들기, 드라이플라워 작업에 이르기까지 사라져가는 옛 방식으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고요한 고집과 기쁨이 담겨있다. 타샤는 작은 아마씨를 심고 수확해 리넨 셔츠를 만들고, 양모를 자아 손자들의 장갑과 양말을 뜬다. 닭의 깃털은 부엉이 인형이 되고, 벌꿀에서 얻은 밀랍은 집 안을 밝히는 촛불로 다시 태어난다. 모든 것이 그녀의 손을 거쳐 의미 있는 삶의 일부로 변한다.







책 속의 사진들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다가온다. 정원 너머 오래된 집, 벽난로 앞 흔들의자, 손으로 깎은 나무 장난감, 아이들의 드레스를 꿰맨 실과 바늘. 그것들은 모두 ‘시간이 쌓인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그리고 그 집은 단지 공간이 아니라, 타샤 자신이 되어 우리 앞에 선다.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고 계절을 따라 움직이고 정성을 들이는 일들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그녀의 삶은 한 편의 동화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무엇이든 더 빠르게, 더 많이 소비하는 세상에서 ‘손으로 만든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타샤의 삶은 그렇게 묵묵하게 귀한 답을 들려준다.







『타샤 튜더 나의 정원』과 『타샤의 그림』에서 그녀의 감성과 세계를 먼저 만났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타샤의 집』은 이책을 펼치는 순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단순히 예쁜 집과 손작업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하나의 생을 어떻게 지어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정한 친구 같은 도서이다.


정리된 삶, 오래된 시간, 손끝에서 피어나는 따뜻함. 『타샤의 집』은 그 모든 것을 담은 온기의 풍경이다. 언젠가 내 삶에도 이런 온기가 스며들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녀의 집을 다시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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