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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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삶의 격랑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간 예술가들의 고백을 담은 책




창작을 한다는 건 무언가를 다순히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어쩌면 ‘견딘다’는 말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스스로를 해체하고, 말이 되지 않는 마음을 언어와 이미지로 길어올리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수고 끝에 겨우 한 조각의 진심을 세상에 꺼내 보이는 일이니까.


미술평론가 마이클 페피엇은 그런 사람들을 곁에서 오래 지켜본 이다. 그는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이란 책에 반 고흐, 자코메티, 베이컨, 피카소, 달리 등 20세기를 뒤흔든 예술가들과 직접 나눈 시간과 기억, 그리고 그들의 작품과 정신을 담았다. 단순한 전기가 아니다. 작품을 감상하고 설명하는 대신, “왜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묻는다. 즉, ‘예술가의 생의 결’ 속에서 창작의 뿌리를 더듬는 것이다.


책을 펼치면 우리는 반 고흐를 ‘고흐’가 아니라, 빈센트라는 한 사람으로 만난다. 가난과 외로움, 사랑의 결핍 속에서 삶을 견디기 위해 붓을 들었던 사람. 또 피카소가 어린 시절 먹었던 수프의 맛을 평생 잊지 못했다는 에피소드는 창작이 얼마나 사소한 기억에서 피어나는지, 그 기억 하나가 어떻게 생을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란 무시치는 다하우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았지만, 자신의 그림에 분노도 복수도 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일어났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일어나고 말았어.” 이것이야말로 창작자의 내면을 가장 조용하게 흔드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의 가장 깊은 울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작을 한다는 건 ‘감정을 폭발시키는 일’이 아니라, 삶을 조용히 껴안는 일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끌어안음이 얼마나 고요하면서도 숭고한지를 알려준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사나 기법, 이론에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예술을 향한 애정, 존경, 그리고 끝없는 질문을 담은 한 편의 긴 산문이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오래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때로는 회고처럼, 때로는 고백처럼, 때로는 위로처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초보 창작자라면, 또는 앞으로 뭔가를 쓰고 그리며 살아가고 싶다면 이 책은 단순한 예술서가 아니라 우리를 자신을 위한 기록이 될 것이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 끝나지 않는 습작, 자꾸 버리게 되는 글들 사이에서 마음이 무너질 때, 이 책이 곁에 있다면 다시 책상으로 돌아올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삶을 견디는 방식이자 그 삶을 아름답게 남기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끝내 그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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