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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집 - 개정판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5년 5월
평점 :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손으로 만든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북
처음 타샤의 집에 찾아갈 때 경치 좋은 기다란 길로 접어들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서 있는 멋진 나무숲을 보게 된다. 집이 가까워지면 층층이 부채꽃 초지를 만나거나 대형 헛간을 언뜻 보게 될 무렵이면, 굴뚝에서 유유히 피어오르는 연기의 향을 맡게 된다. 정작 난로에서 나는 향기는 어딜 가든 따라다닌다. -p27
애플사이다를 짜는 일은 매년 가을마다 기대되는 행사이다. 타샤는 애플사이다를 짜는 날이 되기 한참 전에 필요한 기계를 창고에서 꺼내 놓는다. 타샤의 집 구석구석에는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기계가 숨겨져 있다. 때가 되면 그 기계들을 밖으로 내와서 사용한다. 사이다를 짜는 기계도 그중 하나이다. -p125
타샤 튜더는 내가 오래도록 닮고 싶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비밀의 화원』의 삽화를 그린 그녀는 『1은 하나』와 『Mother Goose』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며 미국 그림책 작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지만, 그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녀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전에 그녀의 삶을 담은 『타샤 튜더 나의 정원』, 『타샤의 그림』을 읽었다. 그림책 작가이자 정원사로서, 또 네 아이의 어머니로서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이 책 속에 고요하고 단단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책들을 읽으며 그녀가 살아낸 계절과 손길을 마음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번에 다시 『타샤의 집』을 통해 그녀의 일상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
『타샤의 집』엔 퀼트와 손뜨개, 바느질, 물레질, 바구니 짜기, 애플사이더 만들기, 드라이플라워 작업에 이르기까지 사라져가는 옛 방식으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고요한 고집과 기쁨이 담겨있다. 타샤는 작은 아마씨를 심고 수확해 리넨 셔츠를 만들고, 양모를 자아 손자들의 장갑과 양말을 뜬다. 닭의 깃털은 부엉이 인형이 되고, 벌꿀에서 얻은 밀랍은 집 안을 밝히는 촛불로 다시 태어난다. 모든 것이 그녀의 손을 거쳐 의미 있는 삶의 일부로 변한다.
책 속의 사진들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다가온다. 정원 너머 오래된 집, 벽난로 앞 흔들의자, 손으로 깎은 나무 장난감, 아이들의 드레스를 꿰맨 실과 바늘. 그것들은 모두 ‘시간이 쌓인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그리고 그 집은 단지 공간이 아니라, 타샤 자신이 되어 우리 앞에 선다.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고 계절을 따라 움직이고 정성을 들이는 일들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그녀의 삶은 한 편의 동화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무엇이든 더 빠르게, 더 많이 소비하는 세상에서 ‘손으로 만든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타샤의 삶은 그렇게 묵묵하게 귀한 답을 들려준다.
『타샤 튜더 나의 정원』과 『타샤의 그림』에서 그녀의 감성과 세계를 먼저 만났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타샤의 집』은 이책을 펼치는 순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단순히 예쁜 집과 손작업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하나의 생을 어떻게 지어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정한 친구 같은 도서이다.
정리된 삶, 오래된 시간, 손끝에서 피어나는 따뜻함. 『타샤의 집』은 그 모든 것을 담은 온기의 풍경이다. 언젠가 내 삶에도 이런 온기가 스며들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녀의 집을 다시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