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만협찬]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문장들


[추천 독자]
-타인의 명언을 인용하는 데 지쳐, 이제는 나만의 언어로 세상을 정의하고 싶은 창작자
-인생을 뒤흔들 단 한 줄의 문장을 찾아 헤매는, 지독하면서도 낭만적인 활자 중독자
-고전의 권위에 눌리지 않고 참신한 감각으로 문학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싶은 사람
-지적인 퍼즐 맞추기를 즐기면서도 마지막엔 가슴 뭉클한 인간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
-21세기 새로운 문학의 탄생을 목격하며 지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싶은 탐독가
'괴테'라는 키워드는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여기에 일본 문학의 정점이라 불리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지니 책을 펼치기도 전에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부담과 의무감이 앞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부담을 내려놓고 천천히 문장을 따라가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품은 진짜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정복해야 할 높은 산이 아니라, 함께 나란히 걷는 산책길과 같았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소설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문학적 사유가 깊게 배어 있어 마치 한 편의 유려한 인문 에세이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00년대생 작가 스즈키 유이는 방대한 고전의 인용구들을 일상의 소소한 풍경 속에 녹여내며 자칫 난해할 수 있는 학술적 담론을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대화로 치환한다. 홍차 티백에서 발견한 출처 불명의 문장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주인공 도이치 교수의 모습은 지식의 출처보다 그 지식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묻게 만든다.


책장을 덮으며 깨달은 것은,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의도를 완벽히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경험과 지식을 그 문장에 겹쳐보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그 과정을 가장 세련되고 다정하게 돕는 친구와도 같았다.

지식을 구조화하여 나만의 콘텐츠로 만드는 창작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모티프가 된다. 이미 세상에 나온 수많은 지식일지라도, 나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낼 때 그것은 비로소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가 된다. '괴테'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그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듯 읽어 내려간 이 시간은 나에게 잊지 못할 지적 카타르시스를 선물해 주었다.
얼마 전 나는 장인 히로바 도이치를 따라 독일 바이에른주 오버아머가우 마을에서 수난극을 보고 왔다. - P6
모든 것은 말해졌지만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의미를 가진다는 소설의 큰 주제, 또 그것을 ‘사랑‘이라는 띠로 둘렀다는 데서 오는 감동, 예기치 못한 데서 툭툭 튀어나오는 작가의 은은한 유머, 작품의 이런 매력을 눈 밝은 독자라면 분명 알아봐 주시리라 믿는다. - P2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