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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
샤를로트 파랑 지음, 최혜진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도서만협찬] 낯선 감정과 모름을 두려움이 아닌 용기로 마주하게 하는 책


[추천 독자]-아이에게 정답 없는 감정을 어떻게 이야기해 줘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불안, 두려움, 낯섦 같은 감정을 부드럽게 다루고 싶은 사람-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지만 어른에게도 여운이 남는 그림책을 찾는 사람-'모른다'라는 상태를 결핍이 아닌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그림책 한 권으로 마음을 정돈하고 싶은 사람
처음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를 읽고 떠오른 감정은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안도감이었다.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는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단순하다. 숲을 잘 안다고 믿던 뮈리엘이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발견하고 그 낯선 존재와 반복해서 마주하며 결국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이 남기는 여운은 단순한 사건 너머에 있다.아이든 어른이든 우리는 살면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이름 붙이기 어려운 불안을 자주 만난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불안해지고, 모른다는 상태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이 책 속 '그것'은 바로 그런 감정의 형상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작고 무시해도 될 것 같지만 외면할수록 점점 커지고 삶의 공간 깊숙이 스며든다. 뮈리엘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우리 역시 비슷한 순간을 수없이 지나왔기 때문이다.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모름'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체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않는다. 대신 뮈리엘은 질문을 던지고, 멈추고, 다시 돌아오며 자신의 속도로 다가간다.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를 통해 아이는 불안을 마주하는 방법을, 어른은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던 태도를 돌아볼 수도 있다.색감과 구성 역시 이야기의 메시지를 섬세하게 받쳐 준다. 선선하지만 차갑지 않은 색, 반복되는 패턴과 여백은 일상의 안정감과 그 안에 스며든 긴장을 동시에 전한다. 이 덕분에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은 깊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는 아이에게는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태도를, 어른에게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자리를 건네는 그림책이다. 모르는 것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모른 채로도 살아갈 수 있음을 다정하게 알려주는 책.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 한쪽이 조금 느슨해진다. 그런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선물하기 좋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