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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ㅣ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만협찬] 제인 오스틴의 삶·작품·번역을 한 권에 엮어 깊이 읽게 만드는 책



** 작가는 18세기 영국에, 독자는 21세기 한국에 있으므로, 매일 한 문장 한 문장을 옮겨 쓰다 보면 작가와 독자 사이의 한없이 멀고도 한없이 가까운 그 기이한 거리를 두뇌에서 손끝까지 말 그대로 온몸으로 겪고 그 간극 위에서 줄타기를 하려 애쓰게 됩니다. -p83
** 오스틴의 소설에 스민 이 열망은 언제나 우리 마음에 알싸한 여운을 남깁니다. 바로 그것이 필라고모와 사촌 일라자이의 모험이 제인 오스틴의 문학에 남긴 작은 발자국일리지도 모릅니다. -p97

'제인 오스틴'. 과거엔 관심이 없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관심 많은 이름이다. 한때는 단순한 연애소설이라는 오해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작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제인 오스틴은 단순한 고전 작가가 아니라, 시대를 읽고 인간을 해부한 가장 예리한 관찰자로 다가왔다. 그리고 <디어 제인 오스틴>은 바로 그 변화의 지점을 또렷하게 짚어주는 책이다.<디어 제인 오스틴>은 제인 오스틴을 위대한 작가라는 박제된 호칭에서 꺼내, 살아 숨 쉬는 한 명의 젊은 소설가로 복원한다. 작가는 오스틴의 일상과 취향, 글쓰기의 맥락을 차분히 따라가며 그녀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는 작품 속 인물보다 먼저 글을 쓰던 인간 제인 오스틴을 만난다. 그 만남은 고전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된다.
<디어 제인 오스틴>이란 책이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단순히 정보를 아는 즐거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의 장면 하나, 문장 하나를 두고 왜 이 표현이 선택되었는지, 왜 지금까지도 유효한지 질문을 던진다. 자연스럽게 독자는 읽는 사람에서 생각하는 사람으로 이동한다. 고전이란 오래된 텍스트가 아니라 계속해서 새롭게 해석되는 대화의 장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번역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번역을 단순한 전달이 아닌 '재창조'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AI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사람이 문학을 읽고 옮긴다는 행위가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조리 있게 설득한다. 그 문장들을 읽다 보면, 문학을 좋아한다는 감정 자체가 조금은 더 자랑스러워진다.
<디어 제인 오스틴>은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더 깊은 애정을, 아직 낯선 독자에게는 가장 친절한 입문서를 건네는 책이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기쁨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한 작가를 이해하는 일이 곧 읽는 사람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일임을 이 책은 차분히 증명해 보인다. 내가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이 책은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