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로 가는 길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강석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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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협찬] 초판본 감성으로 고전을 즐기게 하는 책





[추천 독자]
-오즈 시리즈를 원전의 숨결로 다시 읽고 싶은 사람
-빈티지한 초판 디자인과 삽화를 소장하고 싶은 사람
-퇴근 후 30분, 가볍게 현실 탈출이 필요한 사람
-아이와 함께 읽을 클래식 판타지를 찾는 사람
-마음을 정돈해 주는 따뜻한 모험담을 좋아하는 사람






길을 잃는 순간에 모험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 《오즈로 가는 길》이다. 길을 찾지 못하는 털북숭이 아저씨를 돕다 갈림길이 끝없이 불어나고, 도로시는 일곱 번째 길을 택해 낯선 여정으로 들어선다. 그 길 위에서 빛나는 단추와 만나고, 이상한 마을을 통과하며 독스 왕을 보고, 짐승들의 도시와 음악 연주가를 지나 수프 냄비에서 탈출한다. 이어 스쿠들러와 마주하고, 조니 두잇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죽음의 사막을 건너 진실 연못에 이른다. 틱톡과 빌리나, 황제의 양철 성과 호박밭을 거쳐 에메랄드시의 환대와 대연회, 생일 축하 자리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야기의 궤적은 “길을 잃는 일”이 곧 나와 세계를 다시 배우는 출발점임을 차분히 증명한다.


이번 판본의 강점은 형식과 내용이 함께 복원되었다는 점이다. 1909년 초판본을 기준으로 축약·발췌·과장 없이 충실하게 번역되었고, 존 R. 닐의 흑백 삽화 124점이 온전히 수록되었다. 초판의 색지 디자인을 그대로 되살려 책장을 넘기는 물성과 시각적 리듬까지 ‘오즈적’ 감수성을 제공한다. 정밀한 선으로 그려진 그림은 인물의 움직임과 심리의 결을 조용히 비추며, 텍스트의 상상력을 안정적으로 보강한다. 표지 안쪽 그림까지 초판을 따랐다는 점도 소장 가치를 높이는 요소이다.






서사 구성은 초독자에게도 친절하다. 단락별 에피소드가 명료하게 이어지고, 인물들은 이름만으로도 성격이 또렷해 금세 익숙해진다.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와의 오해를 풀려는 시도, 두려움 앞에서 내미는 작은 용기, 진실 앞에서 가벼워지는 마음 같은 주제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권말 해설은 작품의 배경과 초판 맥락을 정리해 독서 이후의 여운을 탄탄히 묶어 준다. 덕분에 퇴근 길이나 취침 전 한 챕터씩 읽어도 흐름을 잃지 않고, 각 장의 작은 완결감이 독서를 지속하게 만든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가 필요한 시기에 유효한 선택지이다. 비교와 성과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도로시처럼 일곱 번째 길을 고르는 상상만으로도 일상이 한결 유연해진다. 어디로 데려다줄지 모르는 길 위에서 호기심과 여유를 되찾고 마음의 집으로 돌아오는 법을 은근하게 가르쳐 준다. 초판본의 숨결을 품은 이 한국어판은 클래식을 오늘의 취향으로 초대하는 우아한 매개이며, 처음 오즈를 만나는 이에게도, 과거의 추억을 새로 확인하려는 독자에게도 믿을 만한 안내서이다. 결국 《오즈로 가는 길》은 “길 위의 방황은 성장의 다른 이름”임을 증언하는 변치 않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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