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메모리 : 기억을 캐는 의사들
박민 지음 / 이른아침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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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의 원고료와 책을 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환자의 기억을 읽어 생사를 결정하는 의사의 윤리적 딜레마를 그린 책




[추천 독자]
의료 드라마를 좋아하고, 깊이 있는 윤리적 고민을 원하는 사람
SF 소설을 통해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생명윤리나 의료윤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
케이스 스터디 형식의 구성으로 몰입감 있게 읽고 싶은 사람
한국 SF 문학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은 사람


** 초여름의 어느 무덥고 습한 밤. 텔레비전에서는 연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그의 빙하가 녹고, 해마더 더 많은 비가 쏟아진다고 걱정하는 내보내고 있었다. 정말로 그래서인지 이날 따라 하늘에 쏟아지는 빗줄기는 더욱 거세기만 했다. -p39












박민 작가의 《이터널 메모리: 기억을 캐는 의사들》은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수도 있는 미래를 가정하며 시작된다. 뇌수술로 의식 없는 환자의 기억을 동영상처럼 재현하는 BVS 기술. 이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누가 살 가치와 죽을 권리를 판단할 수 있을까?


신경외과 전문의 유라는 이 신기술을 통해 환자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연명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점점 위험한 경계선을 넘나들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애인 정우진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도 함께 윤리적 갈등에 빠져든다.


이 소설의 가장 큰 강점은 8가지 구체적인 임상 사례를 통해 추상적인 윤리 문제를 생생하게 구현해낸 점이다. 각각의 케이스는 단순히 의학적 사례를 넘어서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조명한다. 가정폭력에 시달린 여성,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 사회적 편견에 상처받은 소수자... 이들의 기억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들은 때로는 충격적이고, 때로는 가슴 아프다.






작가는 SF적 상상력을 빌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의료윤리 문제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존엄사의 권리, 의료진의 윤리적 책임... 이 모든 것들이 BVS라는 가상의 기술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부각된다.

인상적인 것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 작가의 태도다. 유라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환자들의 죽음이 정당한지 아닌지에 대해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여백을 남겨둔다. 이런 열린 결말이 오히려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의료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뻔한 스토리에 지쳤다면 SF 소설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보고 싶다면 또는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다만 일부 의료 상황과 환자들의 기억이 상당히 무겁고 충격적일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 질문들을 안겨주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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