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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및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시간을, 몸을,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는지 보여주는 소설


[추천 독자]
-SF 속에서도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찾는 사람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 정체성에 관심 있는 사람
-시, 음악, 예술이 중심이 되는 서사를 좋아하는 사람
-장르와 문학성을 모두 갖춘 작품을 찾는 독서가
-사랑과 존재에 관한 깊은 사유를 문학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사람
무슨 일인가 일어났는데 너무나 특이한 일이라 '환자1'의 공식 의료기록에 넣을수 없을 정도라서 지금 여기 종이 공책에 따로 쓰고 있다. -p15
오랫동안 나는 지상을 헤매었다. -p133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오른 번역가이자, 한국문학을 전 세계에 알린 안톤 허의 첫 장편소설이다.“훌륭한 번역가는 곧 훌륭한 작가다”라는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의 평처럼, 이 작품은 번역가로서의 경력과 작가로서의 역량이 만나 만들어낸 독창적인 결과물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를 “다양한 삶의 형태와 불멸에 대한 변주를 아우르는 수천 년에 걸친 사랑 이야기”라고 평했다.《영원을 향하여》는 나노기술로 불멸에 이른 인간, 몸을 얻은 인공지능, 핵전쟁 이후의 폐허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말리 비코 박사의 일기로 시작된 서사는 시인, 과학자, 인공지능, 클론 등 다양한 화자의 목소리로 이어지며 수백에서 수천 년을 가로지른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인간성을 규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묻는다.

작품의 핵심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감정과 예술의 힘이다. 나노봇으로 세포를 교체해도, 복제된 몸을 가져도, 시를 읽고 음악을 연주하며 사랑을 기억하는 순간만큼은 인간에 가깝다. 특히 “흉터가 돌아왔다는 건, 다시 죽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라는 문장은 죽음의 가능성이야말로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한다.저자 안톤 허는 시와 음악을 서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존재와 정체성,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는 단순한 SF의 범주를 넘어, 철학적 사유와 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전달한다.《영원을 향하여》는 장르적 상상력과 문학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다. SF 독자는 물론, 사랑과 예술,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권할 만하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는 소설이다. 기술과 예술, 유한성과 불멸이 교차하는 이 문학적 항해는, 결국 우리 각자가 써 내려가야 할 ‘자신만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