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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세트 박스 - 전4권 ㅣ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도서만협찬] 부모가 자식을 해체하는 세상, 그 안에서 살아남는 아이들의 이야기
“인간을 해체해 다른 사람의 일부로 살아가게 하는 세상. 이게 과연 생명을 구하는 일일까, 아니면 존엄을 버리는 일일까?”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인간의 존엄이 제도와 효율 앞에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살아남기 위한 도주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결국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묻게 만든다.
‘언와인드’—부모가 자녀를 소급적으로 해체할 수 있다는 생명법 아래,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1권은 도망, 2권은 저항, 3권은 혼란, 4권은 분열과 직면으로 이어지며, 이야기는 점점 더 깊고 넓은 질문으로 확장된다. 닐 셔스터먼은 『수확자』에서도 증명했듯, 빠른 서사 속에 묵직한 철학을 녹여내는 데 탁월하다.
합성 인간 캠의 등장은 이 시리즈의 주제를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신체는 살아 있지만 영혼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과연 누구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 삶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SF나 청소년 장르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시리즈는 오늘 우리가 외면해 온 윤리적 질문들을 가장 매혹적이고도 잔혹한 방식으로 독자 앞에 펼쳐 보인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 문장이 있다. “나는 나를, 정말 나라고 말할 수 있는가?” 1권부터 4권까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