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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ㅣ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평점 :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제10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하서찬 작가의 이번 작품에서 공들여 풀어낸 이야기는 낯선 땅에서 흔들리는 청소년들의 삶이다. <샌드힐>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학교인 영국의 ‘섬머힐(summerhill)’과 대비되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공간을 은유하며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이곳에서 주인공 지훈을 비롯한 아이들은 차별과 따돌림,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깊은 고립감과 외로움을 견뎌낸다.<샌드힐>은 '중국 이민 청소년'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소재를 사실적인 취재를 바탕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가족마저 제대로 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할 때 느끼는 절망감은 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찌른다. 주인공 지훈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찰흙으로 빚으며 미움을 희미하게 만드는 모습이나, 교통사고로 형을 잃은 라희가 느끼는 죄책감과 슬픔은 독자로 하여금 아이들의 상황에 깊이 이입하고 연민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샌드힐>은아픔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믿을 만한 어른이 없는 세계'를 견디는 아이들은 서로를 향한다. 서로의 무릎을 베고 잠들며, 어른에게 받지 못한 위로와 응원을 나눈다. 낯선 땅, 억압적인 공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서로에게 작은 울타리가 되어주며 끈끈한 연대를 형성하고, '탈출'이라는 작은 희망을 꿈꾼다. 작가 정여울의 추천사처럼, 이들의 삶은 어른들에게 부끄러운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서로를 향한 믿음, 위로, 응원이 얼마나 소중하고 공허함을 채워주는지 말이다.마침내 떠돌아다니던 긴 시간을 뒤로하고 진짜 잠에 드는 지훈의 마지막 모습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다시 사랑할 용기, 살아갈 용기를 갖게 한다. <샌드힐>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청소년 소설의 독자는 물론, 상처 입은 이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낯선 땅,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피어나는 작은 연대의 씨앗이 얼마나 강력한 생명력을 지니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