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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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기술 진보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책





[추천 독자]
-AI 기술의 윤리적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
-노동, 공정,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첨단 기술을 소비하며 그 이면을 고민해 본 적 있는 사람
-인간다움과 창의성의 미래에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
-지금의 디지털 사회에 막연한 불안을 느껴본 사람


AI 알고리즘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가상의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이 데이터 주석 작업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p61


생성형 AI는 기존에 존재하는 창작물을 기반으로 학습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생성형 AI의 뛰어난 창작 능력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가능해졌다. -p145










최근 AI 관련 강의를 들으며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다. 예전엔 종이책을 쓴다는 건 인간만의 고유한 작업이라 여겼다. 글쓰기란 곧 사유의 산물이고, 창작은 감정과 영감의 결실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목차를 짜고, 챕터를 구성하고, 심지어 책을 ‘공저’하기도 한다. 나 역시 몇 해 전 AI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AI의 문장이 어설퍼서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써야 했다. 그 경험은 다소 허탈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AI는 더 자연스럽고 정교하게 글을 쓴다. 때로는 인간보다 빠르게, 감정의 결까지 흉내 낸다. 그런 변화를 지켜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언젠가 내 글도 AI에 먹히는 건 아닐까?’


그래서일까.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라는 제목은 첫 문장부터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이 책은 AI 기술의 찬란한 외피 아래,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한 ‘손의 역사’를 되짚는다. 데이터 주석자, 물류센터 노동자, 콘텐츠 검수자, 예술가까지—우리가 AI라 부르는 이 거대한 시스템을 뒷받침하고 있는 건 결국 ‘사람’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정제하고, 콘텐츠를 분류하고, 감정을 걸러내며, 수많은 결정적 순간에 개입하지만, 이름 없는 존재로 남는다. 이 책은 그런 노동을 ‘기계가 아닌 인간의 땀’으로 규정하며, AI를 ‘추출 기계’라 명명한다. 인간의 감정, 창의성, 시간, 심지어 존엄까지 빨아들여 통계로 바꾸고, 그것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시스템. 그 과정엔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편향과 착취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고발이나 기술 비판서에 머물지 않는다. 문제를 직시하되, 그것을 넘어 더 공정한 디지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AI는 인간을 통해 자라고, 인간을 통해 배운다. 그렇다면 인간이 빠진 미래란 과연 가능할까?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는 기술의 진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윤리적 상상력’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AI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 안에서 인간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분명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진보는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희생을 계속 외면한 채 앞으로 나아가도 되는가?” 완독 후에도 이 질문이 참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를 외면하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할 미래를 함께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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