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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고혜원 지음 / 한끼 / 2025년 3월
평점 :
도서와 원고료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도시의 밤, 상처 입은 영혼들이 모이는 ‘야간약국’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오후 5시 19분, 오늘의 일몰 시각이다. 가장 밤이 길다는 절기, 동지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서서히 해가 떨어져 어둠이 H동을 찾아오면, H동 빌라촌에 있는 '야간약국'의 간판에 불이 반짝하고 들어온다. '야간약국'의 영업시간은 바로 그때부터다. -프롤로그 중에서
사실, 야간약국은 H동에서 꽤나 유명하다. 매일 달라지는 일몰 시간에 맞춰문을 열고, 일출시간에 문을 닫는다는 신개념 영업 철칙 때문이다. 대잡에는 굳게 닫히 약국 문을 흔들며 문을 열어달라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야간약국의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밤에는 그 누가 열어달라 말하지 않아도 먼저 환하게 불을 켜고 손님을 기다린다. -p26
어두운 밤, 지친 하루를 끝마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 H동 골목 한가운데 자리한 ‘야간약국’은 단순히 약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을 지키는 약사 ‘보호’는 손님의 증상을 단번에 알아채고, 약과 함께 위로를 처방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의 까칠한 말투 뒤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

고혜원 작가의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은 밤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배우, 스트레스로 몸이 망가진 직장인, 폭력과 위험에 노출된 여성, 꿈을 위해 몸을 혹사하는 청년.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보호는 꼭 필요한 처방을 내려준다. 그러나 어느 날, 가출팸에서 도망친 소년이 약국 문턱에서 쓰러지면서 평온했던 야간약국에 변화가 찾아온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마약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신입 형사 환경을 약국에 위장 취업시키고,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소설은 단순한 힐링 드라마가 아니다.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H동 골목을 둘러싼 위기 속에서, 보호와 환경이 야간약국과 동네를 지켜내려는 과정이 긴장감을 더한다. 동시에, 책은 우리가 밤마다 쌓아두는 감정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야간약국’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의 밤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친 마음을 다독여줄 이 소설을 만나보자. 따뜻한 온기와 섬세한 시선이 담긴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누군가의 아픔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