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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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말 없는 소녀 ]의 원작 소설









100페이지도 안 되는 소설이 영화화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클레이 키건 작가의 < 맡겨진소녀 >는 100페이지도 안 되지만 영화화 되었다. 심지어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타임즈> 선정 '21세기 출간된 최고의 소설 50권' 중 하나이다. 2009년엔 데이비 번스 문학상도 받았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찬사가 쏟아지고 큰 사랑을 받는 걸까.








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첫 미사를 마친 다음 아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는 대신 엄마의 고향인 해안 쪽을 향해 웩스퍼드 깊숙이 차를 달린다. (첫문장)


애정 없는 부모. 그리고 아주 먼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 말이 맡겨진 거지 아이는 버려짐을 느끼지 않았을까.


농가 특유의 느낌이 잘 전달되는 소설로, 타인에게 생기는 호기심의 본성, 소중한 것을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의 우둔함, 슬픔을 겪는 이들의 숨겨야 하는 아픔 등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음을 잘 포착하고 있다.










소설가 힐러리 맨틀은 이 책을 "모든 문장이 문체와 감정을 어떻게 와벽하게 배치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다."라는 말을 했다. 읽는 내내 확실히 이 부분이 잘 느껴졌다. 어색한 문장이 없고, 바로 눈앞에 펼쳐진 듯한 묘사와 생생한 감정전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과 작가(혹은 지망생)들이 필사하기에도 정말 좋은 문장이 많았다. 전체적인 내용도 좋지만, 클레이 키건 작가만의 매력이 진득히 느껴지는 도서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20년 전부터 부목한 작가의 초역 작품다운 걸작이었다.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덥고 환한 날이다. 들판에 군데군데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길을 따라 푸릇한 빛이 갑자기 일렁인다. - P9

나는 아빠가 왜 건초에 대해서 거짓말을 할까 생각한다. 아빠는 진짜 그러면 좋겠다 싶은 거짓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 P17

아빠는 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없이,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을까? 마당을 가로지르는 묘하게 무르익은 바람이 이제 더시원하게 느껴지고, 크고 하얀 구름이 헛간을 넘어 다가온다. - P21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 P28

바로 그때 아저씨가 두 팔로 나를 감싸더니 내가 아저씨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끌어안는다. - P75

구름을 벗어난 태양이 길고 서늘한 햇살을 완만하게 비추며 꾸물거리고, 마당은 드문드문 말라 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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